<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 에필로그
멀리서 보는 습지는 아름답다. 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이 습지를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그 흔적들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습지 탐방은 우리 인간이 망가뜨린 적나라한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해안에는 그물, 브이, 유리병, 페트병 따위가 밀려온 파도 끝에 수북이 매달려 있다. 냇가에는 수풀더미로 대충 눈가림을 하고 있는 쓰레기더미가 쌓여있고, 낚시꾼들이 버린 찌, 바늘, 밑밥, 라면 따위는 흐물흐물 습지 속으로 녹아든다. 냉장고, 텔레비전, 전축, 선풍기, 밥솥 등 온갖 가전제품이며 자전거, 타이어, 의자, 소파, 찬장, 씽크대, 침대매트, 옷가지, 과자 봉지, 포장용 스티로폼 등 인간이 버린 온갖 잔해들이 패잔병처럼 구석구석 널브러져 있다. 어디 그뿐이랴! 농사용 비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