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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때문에 인생 조진 사람

교훈(校訓)이라 하면 학교가 내세우는 교육하는 목표나 이념쯤이 될 것입니다. 이 교훈 때문에 쫄딱 신세를 조진 사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다닌 고등학교의 교훈은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였습니다. 이 고등학교는 이 교훈을 학교 4층 높이 건물 벽에다 ‘양심 정의 사랑’을 적어 놓았습니다. 교실마다에는, 이 교훈 전체 문장을 붓글씨로 쓴 액자를 잘 보이는 앞 쪽에 걸어놓았습니다. 이 사람이 다닌 대학교의 교훈은 ‘자유 정의 진리’였습니다. 이 ‘자유 정의 진리’는 학교에서 발행하는 온갖 물건들에 다 적혀 있었습니다. 이 ‘자유 정의 진리’는, 학교 잘 보이는 한가운데에 놓인 빗돌에도 새겨져 있어서 오가는 이들이 보지 않으려도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학교를 ..

언론, 언론인이라고요?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지만, 저는 언론 또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못합니다. 1990년대 후반, ‘리영희’ 선생 저작에서, 보도매체 또는 보도매체 종사자라고 일러야 맞다는 취지로 쓴 글을 읽은 뒤로 그렇게 됐지 싶습니다. 도덕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낱말, '언론' 리영희 선생 글은, 제 기억에는, 아마도 조금은 ‘도덕’의 냄새가 났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신문.방송이 제대로 언론 노릇을 하고 있느냐 하는 다그침입니다. ‘언론’은 무엇인가를 놓고 그 옳고그름을 글(또는 말)로 이치에 맞게 제대로 따져 밝히는 일입니다. 사실관계 보도도 똑바로 못하면서 무슨 언론이고 언론인이냐, 이렇게 제게는 읽혔습니다. 언론이라는 말에서는 지사(志士)스러운 풍모도 느껴집니다. 지부상소(持斧上疏) 있지 않습니..

숭례문 방화범을 옹호할 뜻은 없지만…

[김주완의 지역에서 본 세상]보상 문제 외면하는 언론 관행 2008년 02월 18일 (월) 09:32:00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kimgija@naver.com 국보 1호 숭례문을 불태워버린 방화범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었다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 지도 나는 모른다. 다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억울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그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기자들은 보상금 문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간단히 무시해왔고, 나 역시 그런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상 받을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좀 괜찮은 편 아니냐.’ ‘법대로 감정해 보상한다는데, 그보다 더 받으려는 건 이기적인 욕심 아니냐’는 게 기자들의 편리한 논..

마산집의 수육과 육회비빔밥

지난 주말, 밥 하기가 싫어 외식을 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평소에 가끔 가던 마산 중성동에 있는 '마산집'에 갔습니다. 마산집은 쇠고기 수육과 육회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일단 수육 작은 거(1만5000원)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다양한 부위의 수육이 고체연료 위의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수육을 다진 마늘을 풀어넣은 간장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수육을 맛있게 먹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가 선지를 또 한 그릇 가득 얹어줍니다. 이 집의 전통적인 서비스입니다. 그것까지 싹싹 먹고 나서 육회비빔밥을 시켜 먹었습니다. 담백하고도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입니다. 국물김치 맛도 시원합니다. 소주가 한 병으론 약간 모자란 감이 있어서 두 병을 비웠습니다. 육회 ..

맛집 기행 2008.02.18

졸업식 이런 상(賞) 보셨나요?

오늘은 아들녀석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내 졸업식 말고는 처음으로 가보는 초등학교 졸업식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졸업식 식순은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1. 개식사 2. 국민의례 3. 학사보고 4. 졸업장 수여 5. 상장 및 장학금 수여 6. 학교장 회고사 7. 내빈 축사 8. 재학생 대표 송사 9. 졸업생 대표 답사 10. 졸업식 노래 체창 11. 교가 제창 12. 폐식사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딱 한 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그런데, 특이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5번 상장 및 장학금 수여 순서였는데요. 129명의 졸업생 전원이 학교장 표창을 받는 겁니다.(신문보도에서 가끔 이런 이야길 보긴 했는데, 직접 내 눈으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학..

신 관변단체와 구 관변단체

얼마 전 마산진보연합이 '08년 마산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사업 개선방안 제안'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요컨대 구(舊) 관변단체에 너무 많은 돈이 지원되고 있다는 거였다. 한국예총 마산지부와 문인협회, 사진작가협회, 연극협회, 미술협회, 노인회, 새마을,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등이 작년에 받은 돈만 3억여 원에 달했다. 특히 3대 관변단체(새마을,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와 노인회 등에는 경상경비라고 할 수 있는 운영비까지 지원되고 있었다. 이들 단체 외에도 운영비를 지원받은 단체는 24개가 더 있었다고 한다. '단체 운영비' 지원 사라져야 흔히 관변단체냐, 시민단체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운영비 지원 여부를 꼽는다.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까지 지원을 받아야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면 '비영리민간단체(..

"신문-방송 겸영, 조중동이 대한민국 독식"

“조·중·동과 한나라당 세력으로 구성된 수구반동복합체가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까지 장악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완전히 독식하려 하고 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미디어스 기자)은 이명박 정부의 신문·방송 교차소유(또는 겸영) 허용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신 전 위원장은 11일 오전 경남도민일보 사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당장은 지상파 TV에 대한 욕심을 숨긴 채 종합편성채널사업(PP : Program Provider)을 따내려 하고 있다”며 “이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과 미리부터 대립전선을 형성하지 않으려는 의도이지만, 4월 9일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게 되면 지상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조·중·동이 뉴스와 교양, 오락..

기자님들, 설 선물 좀 받으셨습니까?

명절 선물과 촌지가 끊이지 않는 이유 “행님아~ 설 됐다 아이가. 뭔 말인지 알제~?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선물 처리 잘 해라이~. 아! 맞다! 근주는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근주야! - 일단 받지 마라. - 받았으면 돌려줘라. (웬만하면 이 단계에서 끝내라.) - 이도저도 안 되면 기자회로 들고 와라.” 설을 앞두고 최근 경남도민일보 기자회 이승환 사무국장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공지글이다. 위 글에서 거명된 1년차 김근주 기자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선배~ 일 시켜서 죄송합니다. 1. 무조건 안 받는다고 말 합니다. 2. 상대방이 무조건 집 주소 대라고 합니다. 3. 저는 회사가 내 집이라고 합니다. 4. 담당자는 사장에게 혼난다고 무조건 보냅니다. 5. 승환 선배는 일이 많아집니다. 6. 저는..

경남은 '부산의 곁가지'에 불과한가

경남은 부산의 부속지역이 아니다 지역에 살던 사람도 막상 서울에 가서 며칠만 있다 보면 지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이 곧 한국이며, 서울 외 지역은 통틀어 지방(변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사람들의 눈에는 지방이면 그냥 다 지방이지, 부산이니 경남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설정이나, 이번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선정을 5개 권역별로 한 것도 서울 관료들의 그런 오만과 편견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시각에선 지방을 그렇게 구분해준 것도 큰 선심이다. 이런 서울 관료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경남은 앞으로도 내내 '부산권역' 또는 '동남권'이라는 이름 속에 파묻혀 부산에 딸려 있는 시골지역 정도로만 취급당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

경남도지사, 중대발표 때마다 해외출장 왜?

"도지사 소환운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에서 경남이 배제된 것을 두고 누리꾼이 경남도민일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경남이 어째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경남도지사 정치력의 한계입니다. 강원도와 제주도·경기도지사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봐야 합니다. 경남도지사는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분해서 못참겠어요. 도지사 소환운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김태호 지사의 정치력을 질타했지만, 김 지사는 경남에 없었다. 경남도의회에 이어 경남도도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날 김 지사는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효고현에 사는 재일동포들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도지사가 중대한 발표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저의가 뭐냐"는 뒷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2006..

부산 서면시장 칼국수의 추억

82년 상고를 졸업하고 부산 서면의 지하상가에서 레코드방 점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월급이 8만원이었고, 보너스로 2만원을 더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장은 오랜 공무원 생활에서 퇴직한 분이었고, 퇴직금으로 지하상가에 레코드점을 열었는데, 저는 점원이었지만 음악에 나름대로 정통(?)하여 물건을 떼어오는 일과 진열 판매를 도맡아 했습니다. 사장은 가끔 가게에 들러 '눈물젖은 두만강'을 틀어달라고 하여 감상을 하기도 했죠. 그 당시 점심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게 서면시장의 칼국수였습니다. 다른 지방의 칼국수와 달리 국물이 유난히 담백하면서도 참깨를 듬뿍 넣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인심좋은 아줌마는 면을 한웅큼 더 넣어주거나 당면을 추가로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보통'을 시켰는데 실..

맛집 기행 2008.01.30

일면식도 없는 분이 왜 저에게 선물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촌지와 선물(1만 원 이하 기념품류는 허용)을 받지 않습니다. 9년 전 창간 때부터 이런 원칙을 공개하고 거절하거나 돌려 주는 일을 반복해 왔지만, 아직도 명절이 되면 선물을 보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제도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이렇게 큰 상자가 현관 앞에 놓여 있더군요. 아내는 해외(일본) 출장을 가고 아들 녀석만 낮에 혼자 있었는데, 택배가 왔길래 별 생각없이 받아 뒀다는 겁니다. (제가 있을 때 배달이 오거나, 집에 사람이 없어 택배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보내는 이'를 확인한 후, 반송처리를 합니다.) '보내는 이'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대기업의 이사였습니다. 저와는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제게 이런 선물을 보낸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가 신문..

강원도의 힘! 비빔막국수와 메밀전

지난 주말 강원도 원주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일행과 '개건너(개울 건너라는 뜻)'라는 식당에 갔었는데, 거기서 메밀전과 콩비지된장, 두부전골, 막국수 등을 먹었습니다. 저는 비빔막국수를 시켰는데, 남쪽에서 흔히 먹는 밀면이나 냉면과 달리 비빔막국수도 국물이 적당히 있어 훨씬 맛있더군요. 밀면과 냉면이 지나치게 질겨 이가 좋지 않은 나이드신 분들이 드시기 어려운 반면, 막국수는 적당한 찰기도 있으면서 부드러워 좋더군요.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이 좋았습니다. 원주에서 먹었던 비빔막국수. 강원도 사람들을 그냥 물막국수보다는 비빔을 즐겨먹는다더군요. 하지만 비빔도 적당한 국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맛있었습니다. 한림대 유팔무 교수에게 들은 바로는 처음엔 메밀이 찰기가 없어 그냥 묵으로만 먹었답니다. 이후 밀..

맛집 기행 2008.01.28

시민단체도 피아(彼我)식별이 급하다

[지역에서 바라본 세상]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진보·개혁세력 동반 몰락 책임…사이비와 결별해야 진보·개혁세력의 대선 참패를 둘러싼 책임 논란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보의 구체적인 상을 내놓지 못하고 흘러간 옛 노래만 불러대던 민주노동당에 매질이 집중되고 있다. 나 또한 '진보정당이니까 찍어달라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해왔던 사람으로서 이번 매질이 오히려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이다. 늦은 만큼 민주노동당은 더 철저히 깨져야 한다. 그래서 "왜 지금 갑자기 '종북주의'인가"라며 '진보세력의 대동단결'을 외치는 손석춘씨의 주장은 허망하다. 그의 '대동단결론'은 민주노동당마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그 이전의 열린우리당처럼 '잡탕 정당'’으로 만들자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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