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법수옥수홍련의 고향은 안녕하신가

김훤주 2021. 9. 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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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에는 법수옥수홍련이 있다. 법수면 옥수늪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해 온 붉은 연꽃이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옥수늪에서는 보기 어렵고 가야 읍내 함안연꽃테마파크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법수옥수홍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홍련이다. 2007년 조선시대 왕궁인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 앞 연못에 연꽃을 복원할 때 채택된 것이 법수옥수홍련이었다. DNA를 조사했더니 신라 경주 안압지에 있었던 연과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 손을 타기 이전의 모습과 성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적어도 1100년 넘게 연원을 이어왔다는 얘기다. 가야시대와 이전 청동기시대에도 이 홍련은 옥수늪에 있었음이 분명하다. 현존하는 연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유 토종이라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옥수홍련에게 주어졌다.

함안연꽃테마파크.
함안연꽃테마파크에 피어 있는 법수옥수홍련

옥수홍련은 개량을 거듭한 여느 연꽃과는 자태가 다르다. 눈길을 사로잡는 번드레한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키는 1m 안팎으로 아담하며 꽃송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깔끔하다. 잎맥을 따라 퍼지는 붉은 빛깔은 처음에는 그윽하고 은은하다가 끝으로 가면서 좀 더 선명해진다.

 

옥수홍련의 이와 같은 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알아보고 경북 울진군이 2017년 지역 가꾸기에 활용했다. 울진의 명소인 연호정 호수에 옥수홍련 1만 5000포기를 심은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산 통도사도 지난해 이 홍련을 받아다가 연밭을 새로 조성했다.

 

법수옥수홍련은 좀 더 대접받을 필요가 있다. 먼저 고향 옥수늪부터 되살려야 한다. 원래는 5만㎡ 남짓이었지만 1993년 절반가량 매립되고 2004년 나머지 대부분이 메워졌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고 농협경남물류센터와 롯데하이마트경남물류센터 사이에 흔적처럼 남아 있다. 오리와 왜가리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쓰레기더미와 그 불태운 흔적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함안 법수면 농협경남물류센터 뒤편에 조금 남아 있는 법수옥수홍련의 고향 옥수늪.

 

복원을 할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다. 사유지라는 한계가 있지만 매립돼 있는 대부분에 아직은 건물이 별달리 들어서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다행이다. 군유지로 사들이고 토사만 덜어내도 바로 복원되기 때문이다. 그다음 옥수홍련을 규모 있게 심고 제대로 가꾸면 요즘 뜨고 있는 생태관광의 거점을 하나 더 마련하는 셈이 된다.

 

함안 말이산고분군은 아라가야의 대표 유적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나라 안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찾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아라가야의 향기를 머금은 법수옥수홍련은 생태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백제와 신라의 세계유산에서는 볼 수 없는 함안만의 자산이다.

 

공교롭게도 함안은 연근의 최대 생산지이기도 하다. 법수옥수홍련과 그 고향을 잘 대접하고 보전하면 함안 특산물 연근을 마케팅하는 데에도 충분히 보탬이 될 것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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