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늪으로 가는 생태여행 (4) 남강댐의 습지

김훤주 2021. 10. 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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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구조물이 만든 자연습지,

동식물 낙원이 되고

 

1969년 준공된 댐으로 습지 형성

개발 제한돼 자연환경 좋아져

원시하천처럼 모래톱 쌓인 완사

청량한 새 소리에 귀도 즐거워

사평 2내내 습지 풍경 펼치고

수몰로 생긴 대평 색다른 정취

완사와 닮은 듯 다른 느낌 오미

까꼬실엔 사람 살던 옛 흔적들

 

사람이 댐을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그 댐이 다시 습지를 만들었다. 진주와 사천에 걸쳐 들어서 있는 남강댐을 찾아가면 그렇게 인공댐이 만든 자연습지를 넉넉하게 볼 수 있다. 1969년 준공돼 19892003년 보강공사를 벌인 남강댐은 전기 생산도 하고 홍수 조절 기능도 하지만 주된 기능은 진주·사천·고성·통영·거제·하동·남해에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이다.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덕분에 자연환경이 좋아졌다. 수달··노루·고라니·멧돼지·산토끼·족제비·오소리 등이 바닥에 발자국을 남겼고 숲속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물수리·소쩍새·부엉이는 그 위를 날아다닌다.

골풀·세모고랭이는 물과 뭍의 경계에서 자라고 마름은 물 위에 떠 있으며 말즘은 물속에서 흐늘거린다. 조금만 다가가면 손쉽게 눈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다. 위로는 갯버들과 물버들이 잔뜩 무리를 지어 숲을 이루었고 그 사이사이로 어느새 자리를 잡은 소나무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완사습지 = 완사습지는 남강댐이 만든 습지 가운데 가장 찾아가볼 만한 데이다. 찾는 걸음은 완사천이 남강댐으로 흘러드는 어귀에서 시작된다. 기차역과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완사마을에서 1001번 지방도로를 따라 만지교 다리가 있는 쪽으로 가면 된다.

만지교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도 되고 계속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만지마을을 지난 다음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어도 된다. 작팔마을을 지나고 작팔교 다리를 건너서 구몰마을로 이어지는 길인데 여기서는 어디에 눈길을 던져도 모두 완연한 습지 경관이 펼쳐진다.

작팔교 건너기 전이나 구몰마을 살짝 못 미친 지점에서 왼쪽을 보면 콘크리트 길이 나 있는데, 이리로 접어들면 더욱 좋다. 보통 산자락을 끼고 있는 하천은 대체로 골짜기를 타고 빨리 흐르는데 완사천은 그렇지 않다. 뱀처럼 이리저리 비틀면서 구불구불 흐르는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풍성하고 느긋한 느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완사습지.

완사습지의 남다른 특징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원시 하천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줄기가 굽이치면서 여울을 이루는 자리에는 가장자리에 제법 도톰하게 모래톱이 쌓여 있다. 작팔교나 만지교에서 버들 군락을 수북하게 위로 이고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모래톱을 내려다보노라면 몸도 마음도 절로 모래알처럼 깨끗해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새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창녕 우포늪처럼 널리 알려진 습지는 물론이고 깊은 산속 우거진 숲에 들어가도 이처럼 맑고 명랑한 새소리를 듣기는 어렵지 싶을 정도였다. 일대를 뒤덮고 있는 여러 나무들이 머물 자리도 만들어주고 먹을거리도 대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완사습지 탐방은 기차여행을 겸해도 좋다. 경전선 완사역에는 하루 네 차례 기차가 선다. 완사역에서 완사천까지는 1정도 걸으면 가 닿고도 남는다. 그렇게 해서 한나절 둘러보는 거리는 최대치가 13가량이다. 완사장이 서는 1일과 6일에 맞추면 더욱 좋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식당이 장날에만 문을 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는 기분에 따라 술을 마시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사평습지.

사평습지 = 다음으로는 사평습지를 꼽을 만하다. 진주시 대평면 당촌리 804-2로 검색해 찾아가면 된다. 당촌리 1490-9 네거리에서 거기까지 가는 2가량 내내 습지 풍경을 볼 수 있다. 언덕과 비탈이 모두 사암이어서 남강댐으로 향하는 내촌천은 거의 모래() 들판()으로 바뀌어 있다. 버들이 가장 많이 있고 소나무도 드문드문 숨어서 자라는데 아주 빠르게 침식되는 중이어서 옛적 콘크리트 도로가 들려 있는 데도 제법 보인다.

콘크리트 길은 계속 안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수몰됐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살았던 동네로 들어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계속 따라 걸으니 물이 빠진 자리에 콘크리트 다리가 하나 걸쳐져 있다. 한자로 '당촌교'라고 적혀 있는데 이쪽저쪽 연결 부위는 길이 허물어져 있다.

대평습지.

대평습지·오미습지·까꼬실습지 = 대평습지는 대평면 상촌리 695로 검색하면 된다. 그 일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남강댐을 대평습지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는 뭍이었다가 댐이 들어서면서 물에 잠긴 곳이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로 생명을 다한 어린 고사목(枯死木)들이 가느다란 몸통을 물 위로 드러내 놓고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면 잠깐 들어가 살펴보고 돌아나와도 괜찮다.

오미습지는 진주시 명석면 오미리 1035-1 일대에서 오미천 상류로 향하여 펼쳐져 있다. 풍경과 느낌이 완사습지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바닥을 이루는 것이 모래보다는 펄이 많다는 점이 다르다. 또 하나 차이점은 습지 안으로 걸어서 둘러볼 만한 마땅한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미습지.

까꼬실습지도 있다. 까꼬실습지를 가려면 남강댐 가장자리 콘크리트 길·흙길을 자동차로 한참 들어가서 옛날 논밭 자리(대평면 내촌리 581-4)에 주차한 다음 2가 넘는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까꼬실습지는 물가를 따라 곳곳에 형성돼 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노루나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했고 물결이 가파르게 침식 중인 모래언덕에는 물총새의 둥지가 보였다. 건물은 사라진 옛적 귀곡국민학교는 운동장에 풀이 가득했다. 넉넉한 그늘로 아이들을 품었을 플라타너스는 고사목이 되어 있고 나무 앞 전봇대는 아직도 전깃줄을 붙잡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20216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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