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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풍운아 채현국과 시대의 어른들 9

최순실 父 최태민이 양산 개운중학교 초대교장?

최근 한겨레 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 최순실 씨가 케이스포츠 재단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최 씨의 아버지이자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최태민(1912~1994)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한겨레는 최태민 씨의 행적과 경력을 기록하면서 '양산 개운중학교 교장'을 거친 걸로 보도했다.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학교를 설립해 교장에 취임한 최태민은 2년 만에 교장을 그만두고"라고 한 것이다.알다시피 양산 개운중학교는 현재 (도서출판 피플파워, 2015)의 주인공 채현국 선생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다. 그 학교를 최태민이 설립하고 2년 동안 교장을 지냈다는 건 어디까지 사실일까?이에 대해 나는 을 쓰기 위해 채현국 이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자연스레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채현국 어른이 SBS와 OBS 출연 거절한 까닭

채현국(1935년생, 81세) 어른은 최근 여기저기서 강연 초청을 많이 받는다. 웬만하면 다 참석하신다. 원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 어른도 딱 잘라 거절하는 곳이 있다. 최근 두 군데 언론사의 취재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한 군데는 SBS 스페셜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고, 또 한 군데는 OBS의 명불허전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명불허전은 알고 보니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벌써 100회가 넘었다. 인권변호사 1세대라는 이세중 변호사도 출연했고, 한국 시민운동을 이끌어왔다는 손봉호 교수도 있다. 소설가 김홍신, 김원기 전 국회의장, 조순 전 서울시장, 소설가 조정래 등 쟁쟁한 분들이 그동안..

7화. “돈은 모아두면 똥이 된다” 김장하 선생의 지론

내가 자동차를 가지지 않은 이유 나는 차가 없다. 운전면허증도 없다. 앞으로도 차를 가질 계획이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계기는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하고 있는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1991년이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노릇을 시작한지 1년이 좀 넘은 시기였다. 그분이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있던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무상으로 국가에 헌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수십억 원의 사재를 들여 고등학교를 설립, 명문으로 키운 사람’이고, ‘정부의 전교조 교사 해직 압력에 굴하지 않고 단 한 명의 교사도 자르지 않은 사람’이며. ‘워낙 검소하여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궁금했다. 한약방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

6화. 생업마저 포기한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꿈

나이 50 넘어 잘 나가던 직업을 버린 까닭 양윤모(梁允模). 1956년 제주시 출생. 한국 나이로 60이니 어른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앞서 여기서 소개한 채현국(81), 장형숙(89), 방배추(81) 어른들에 비하면 한참 젊은 나이다. 하지만 나이 50이 넘어 잘 나가던 직업을 훌쩍 내려놓고 고향 제주도로 낙향, 강정마을에서 전혀 다른 삶을 개척하고 있는 이 분을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바로 그 양윤모 선생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대안언론을 고민하는 제주도 사람들(가칭)’이란 모임이 있는데, 제주도에 와서 지역언론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13~15일 그래서 찾아간 제주도였다. 그는 2008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눌러앉기 전..

5화. 채현국 "우등생은 아첨꾼이 되기 쉽다"

“의심하라.” “우등생은 아첨꾼이 되기 쉽다.”“서울대가 97%의 아첨꾼을 키운다.” “시시하게 살아라.”“돈 권력 명예를 멀리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기 자식이 성공하고 출세하길 바라는 부모들은 싫어할지 모르겠다. 장의사적 직업으로 살고 싶은가? 채현국 어른은 우리 사회의 직업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이 그것이다. “남의 갈등, 남의 불행, 남의 불안을 이용해서 자기가 서는 인간들은 장의사적인 직업, 남과 함께 하면 산파적 직업입니다. 목사, 스님, 신부, 학교 선생이라 할지라도 자기 재미 보려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순간 장의사적 직업이 되는 거죠. 대통령 해먹고 총리 해먹고, 장·차관하는 놈 중에 장의사 아닌 놈 몇 놈이나 있을까요?..

4화.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 방배추 어른의 꿈

전설의 주먹 방배추를 이긴 세 사람 방동규. 1935년생. 한국 나이로 81세. 채현국 어른과 동갑이다. 그러나 동규라는 본명보다 ‘전설의 주먹’ 또는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배추’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어른이다. 아예 성(姓)까지 붙여 ‘방배추’라고도 불린다.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1950년대에 전국에서 알아주는 싸움꾼이었다. 그러나 요즘 말하는 ‘조폭’은 아니었다. 그는 소속이 없었다. 철저히 ‘나홀로 주먹’이었다. 그에게 한 번 겨뤄보자며 찾아오는 건달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여러 명이 떼거리도 달려드는 싸움도 회피하진 않았다. 1952년 을지로 6가에서 깡패 17명과 싸운 일이나 1954년 서울 성동역 근방의 대로변에서 카빈 소총을 들이대는 군인깡패 3명..

3화. 89세 할머니가 매년 수백 통의 편지를 쓰는 까닭

장형숙 할머니가 보낸 편지 책 (도서출판 피플파워)이 발간된 지 보름쯤 지났을 무렵 낯선 이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이랬다. "김주완 씨. 고맙습니다. 기록한 책 보고 너무 고마워서 몇 자 적는 27년생 할머니입니다. 썩은 세상에도 풍운아가 아니라 복된 人生(인생)이 보석처럼 우리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고 신통력까지 준 것 같습니다.구절구절 대화하신 內容(내용)으로 代理(대리) 만족을 느끼면서 감격하였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일을 하셨지만 좋은 기록 많이 해 주십시오.주소 몰라서 출판사로 보냅니다. 042-000-0000010-0000-0000 수전증이 있어서 亂筆(난필)입니다. 1. 23 대전에서 장형숙 할머니" 27년생이라면 한국 나이로 89세의 할머니였다. 편지는 흰 복사용지에 검정 볼펜..

2화. 채현국이 강연장에서 고함을 지른 까닭

진주에서 열린 채현국 강연·대담 채현국 어른은 돈, 권력, 명예를 인간이 빠질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중독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유명해지는 것도 경계한다. 내가 지역신문 기자의 의무감 또는 부채의식으로 그의 삶을 기록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말했다. “절대로 나를 훌륭하다든지 근사하다든지 그런 식으로 쓰지 마시오. 괜찮은 어른이란 말도 쓰지 마시오. 만일 그런 식으로 미화하거나 하면 (책을) ‘불 싸지르라’고 할 거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겨우 비틀거리면서, 어떤 술 취한 놈보다 더 딱한 짓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명리에 눈멀어 꺼떡거리고 다니는 저런 꼬라지를…. 그런 대열에 나를 세우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다. 나 또한 이 어른을 실제 모습 이상으로 미화할 생각은 없다. 그가 얼마나 그런 ..

1화. "노인 봐주지 마라" 팔순 채현국의 일침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지난해 인터뷰와 최근 출간된 을 통해 ‘시대의 어른’으로 떠오른 채현국(1935~) 효암학원 이사장의 일갈은 앞뒤 막힌 노인 세대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들을 욕하는 젊은 세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똑같은 꼴이 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는 말한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런 늙은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들 욕할 게 아니고,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 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거지.” 이처럼 백발의 채현국은 젊은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그의 80년 인생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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