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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72

32년 지역 일간지 기자의 지역신문 제작기

내가 에서 퇴직했다는 소문을 듣고 에서 원고청탁이 왔다. '32년 지역 일간지 기자의 지역신문 제작기'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지난 세월을 정리도 할 겸 원고를 썼고 2022년 3월호에 실렸다. 1990년 3월 지역신문 기자를 시작해 2021년 12월 말 퇴직했으니 꼬박 32년을 기자로 살았다. 마지막 12년은 편집국장, 출판미디어국장, 전무이사였다. 정년까지 3년이 남았으나 앞당겨 퇴직한 건 ‘전무’라는 경영진의 책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내 정체성은 ‘기자’이고 싶다. 지금도 카카오 브런치와 티스토리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린다. 지역 방송국과 다큐멘터리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책도 쓸 예정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잠시 사양할까 고민했다. 섹션명이 취재기·제작기인데,..

지역신문에서 사건기사가 중요한 까닭

지역신문에서 보도하는 수많은 유형의 기사 중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뭘까?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사건·사고 기사의 주목도가 가장 높다.지난 상반기 경남도민일보에서 조회수 1위 기사는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이었고, 2위는 ‘창원 모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 사건’이었다. 특히 밧줄 절단 사건은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에서 3만 1000명 이상의 공감과 414회 이상의 공유, 6813개의 댓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달수는 200만, 기사 조회수도 100만이 넘었다.다른 사건기사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정치·행정·경제·문화·스포츠 기사보다는 훨씬 주목도가 높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는 이것을 ‘전통적인 뉴스 가치(value)의 부활’이라고 본다. 사실 내가 처음..

동네 촛불집회를 낱낱이 기록해야 하는 까닭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피플파워(People Power·민중의 힘)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민중항쟁의 결과가 어떻게 기록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 만으로도 또 한 번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지역신문과 기록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1987년 6월민주항쟁 20주년이 되던 지난 2008년, 80년대 경남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26회에 걸쳐 에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절실히 느꼈던 것이 ‘지역신문은 당대의 역사기록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그러나 80년대 경남지역 신문에선 별 도움이 되는 자료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권의 충실한 애완견이었던 그 신문 지면을 통해 당시 기득권층과 기회주의자, ..

지역신문의 지역촛불집회 보도행태 살펴보니...

답답했다. 그래서 며칠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지역신문 기자들아! 누가 니 보고 [단독] 물고 오라 하더냐? 제발 너거 동네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만이라도 제대로 좀 취재해 보도해라. 뭣이 중헌디? #박근혜퇴진 #촛불집회 #지역촛불"그러면서 단디뉴스 권영란 기자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링크했다.☞한겨레 칼럼 : 앞마당의 500명이 더 소중하다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린 후 첫 발행된 14일치 경남지역 3개 주요 일간지는 서울 집회를 지역 집회보다 더 중요하게 다뤘다. 경남도민일보는 1면에 서울 100만 촛불집회를 사진과 함께 톱 기사로 보도했고, 3면에 경남 곳곳에서 열린 지역촛불집회를 보도했다.경남신문은 1면에 서울집회 사진을 실었으나 같은 날 창원과 진주에서 열린 집회..

나쁜 기자 이름을 콕 집어 비판해주세요

지난주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이라는 디지털 저널리스트 양성 교육에 강의를 다녀왔다. 내가 맡은 강의주제는 '지역신문의 디지털 뛰어넘기'였다.그냥 디지털 분야에서 우리가 해온 실험과 성과를 약간 뻥튀기하여 구라를 풀고 올 수도 있었겠지만, 말 그대로 장차 '넥스트 저널리즘'을 책임질 수도 있는 예비언론인들에겐 뭔가 다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저널리즘이라는 게 단지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느냐 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인의 자질도 디지털 시대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사실 디지털 환경은 지역신문에게 큰 기회다. 과거 종이신문이 유일한 전달수단이던 시절에는 기껏해야 몇 천~몇 만 명의 구독자에게만 읽히던 지역신문의 기사가 지금은 웹과 모바일을 통해 수십만 명에게 ..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콘텐츠기업이다

얼마 전 경남에 터를 잡고 전국 독자를 상대로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렇잖아도 한 번 만나야지 하고 있던 차에 우리 신문 기자가 ‘지역출판’을 주제로 기획취재를 해보겠다고 하여 만들어진 자리였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펄북스 여태훈 대표, 그리고 도서출판 피플파워를 대표하여 내가 참석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다들 의미 있는 지역콘텐츠를 발굴해 책을 펴내지만, 소비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게 공통적인 어려움이었고,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조차 공익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출판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일회성으로 신문에 소비되고 마는 지역콘텐츠들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종합콘텐..

지역신문의 활로는 신문 바깥에 있다

1. 지난날과 오늘날의 입체적 연결 지역 신문이 지역 역사를 다룰 때는 '화려찬란했던 지난날'에서 얘기가 멈추는 경향이 큽니다. 그 화려찬란했던 지난날을 지금 여기로 불러낼 때는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날을 지난날 그대로 둔다 해도 나름대로 새롭게 인과관계를 따져서 구성까지 새롭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입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나름대로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경남에는 최치원 관련 유적이 많습니다. 최치원은 뛰어났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이라 꺾였고 모국 신라서는 신분이 육두품밖에 안돼 자빠졌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외롭고 고달팠습니다. 최치원이 아직도 지리산이나 가야산에 신선이 돼서 살아 있고 놀라운 초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시골 할매 할배들의 믿음은 어쩌면 최치원..

지역자연환경과 지역언론의 역할

올해 7월인가에, 대구 북구에 있는 지역 주간 신문 구성원들한테 강의할 때 썼던 교안입니다. 제가 30년도 넘게 전이기는 하지만 대구에 조금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강북'은 제가 처음 마주하는 낱말이었습니다. 강북이라 하면 서울에 있는 지역 개념으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금호강 북쪽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옛적 칠곡군이었던 지역이 강북이라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옆길로 좀 새고 말았는데요, 강의에서 할 말을 모두 옮겨적자니 너무 길 것 같아 요점을 정리하는 식으로 교안을 짰더랬습니다. 기자와 대표는 물론 영업직 사원 그리고 이사까지 모두 강의를 들으셨는데요, 죄다 진지해서 제가 좀 놀랐습니다. 경험이나 지식은 많지 않지만 패기와 열정은 무척 대단한 신문사였습니다. --------------..

‘해딴에’식으로 지역밀착하고 보도하기

역사 문화 생태 사람은 파도파도 끝이 없는 지역밀착의 보물창고 1. 지역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요?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역을 많이 아는 사람은 있어도 지역을 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모른다는 얘기이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앎이 아무리 크다 해도 지역이 품고 있는 전체 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언제나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늘품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은 갈수록 아는 것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역사와 생태 그리고 사람은 무한한 거리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뻔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도 색다른 시각에..

SNS는 지역신문의 위기일까 기회일까

지난해 연말 경남 창원의 한 카페에서 좀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 편집국이 주최한 이 행사는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 방식으로 진행됐다. 6명의 기자 이름과 프로필을 미리 공지하고, 이들 기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만난 20명의 독자들은 6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중에 전체적인 소감을 발표했다. 초반 어색함을 풀기 위해 지역가수의 노래공연도 있었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테이블별 스피드퀴즈도 있었다. 반응이 좋았다. 독자들은 이 만남 덕분에 기자와 신문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졌고, 앞으로 신문을 더 꼼꼼히 읽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만난 기자가 쓴 기사는 꼭 찾아 읽고 피드백도 하겠노라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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