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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훤주 52

그야말로 옛날식 도리깨의 기억

1. 오랜만에 본 옛날 그 도리깨 며칠 전 나는 고성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아침에 선선할 때 나섰지만 날씨는 금세 더워졌다. 바람은 시원했으나 햇볕이 뜨거웠다. 모터배 아닌 노배라도 나타날까 싶어 바다에 눈길을 주고 걷는데 어디선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탁 탁.” “퍽 퍽.”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도리깨로 보리 타작을 하는구나.’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올려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다듬고 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서서 도리깨를 돌리고 있었다. 쇠나 플라스틱으로 조립한 요즘식 도리깨가 아니고 대나무로 얽은 옛날식 도리깨였다. ‘그렇지, 요즘 도리깨로는 저런 소리가 안 나지.’ 2. 도리깨로 콩타작을 하면 나는 저 도리깨를 기억하고 있다. 옛날 시골 ..

1.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 프롤로그

습지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전라도 순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순천만을 관광자원화하면서 습지를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경남에 습지가 많다는 것은 정작 경남에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른다. 창녕 우포늪-소벌과 김해 화포천습지 등을 아우르는 내륙습지, 사천 광포만과 하동 갈사만 등 연안습지, 그리고 산지습지인 밀양 재약산 사자평과 양산 천성산 화엄늪 등등 경남은 그야말로 습지 부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이들 습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가 나온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2008년 10월 경남 창원·창녕에서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데 맞춰서 펴낸 책이었다.2000년대 중반만 해도 습지와 관련된 저술은 거의 전부가 습지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습지가 얼마나 생명력이 ..

죽기살기로 싸우는 의형제 중국인 이야기 4

를 읽었다. 앞서 읽었던 과 마찬가지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정리는 아니고, 그냥 가볍게 한 번 끼적거려 보았다. 1918년, 동북3성을 장악한 장쭤린은 정규군 양성을 서둘렀다. 사병들은 긁어모으기 쉬웠지만 장교가 부족했다. 신해혁명으로 폐교된 ‘동3성 강무당((講武堂)’ 자리에 ‘동북강무당’ 간판을 내걸고 생도들을 모집했다. 16쪽동북강무당은 동북군의 요람으로 윈난(雲南)강무당, 바오딩(保定)군관학교, 황푸(黃埔)군관학교와 함께 중국 4대 군관학교 중 하나였다. 개교도 쑨원이 광저우(廣州)에 설립한 황푸군관학교보다 6년 빨랐다. 훗날 신중국의 장군을 13명 배출했다. 19쪽장작림(張作霖)을 얄궂은 군벌 가운데 하나로만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밝은 눈과 추진력을 갖추고 시대정신까지 읽을 ..

평창, 30년만의 전세대 공동체험 기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 앞에 다가왔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다. 3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장애인동계올림픽도 열린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대회가 열렸다. 30년 전 일이다. 전두환 정권이 유치했고 노태우 정권이 진행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광주학살을 저지른 피묻은 손을 올림픽으로 가리고 씻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올림픽이 시작되자 반대 목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반대하던 사람들조차 올림픽과 그 열기에 빠져들었다. 국가주의니 전체주의니 하는 비판은 들어설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올림픽 개최가 주체국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서울올림픽은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좀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좀더 당당해지..

거제, 임진왜란의 영광과 치욕 그 흔적을 찾아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8) 거제객사 기성관과 업무 공간 질청 등 숨은 역사 품은 곳서 색다른 경험옥포대첩·칠천량해전기념관서 전쟁 민낯 생각몽돌해변·거제현 관아 보며 멋진 풍경조선시대 고전미 만끽역사문화탐방을 같은 지역에서 한다 해도 일정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어느 지역 학생이냐에 따라 둘러보는 장소가 달라지게 된다. 같은 지역이거나 관련성이 높은 지역 학생이면 잘 알려져 있는 데는 뒤로 미루고 여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중심으로 탐방한다. 반면 멀리 있는 다른 지역 학생이면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기보다는 널리 알려진 장소를 깊이 들여다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번에 거제가 그랬다. 거제에 있는 신현중, 바로 옆인 통영의 충렬여고, 제법 거리가 먼 김해 구산고 아이들이 찾았다.거제 신현중은 거..

수로왕·허왕후에 가려져 있던 '이야기들'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7) 김해 율하유적공원 고인돌·장방리 억새집구석구석 살펴보며 '특별한 시간여행'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들러 헌화도 김해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김수로와 허황옥을 바로 떠올린다. 가락국(또는 금관가야) 이야기와 고분군 유물·유적이 중심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마치 김수로와 가락국이 김해 역사에서 거의 전체인 양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를 알려주는 유적이 율하마을 일대 고인돌이다. 율하유적전시관과 유적공원으로 잘 갈무리되어 있다. 김수로는 철기시대 인물이다. 고인돌은 그보다 앞선 청동기시대 무덤이다. 김수로 이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학생들은 여기에 오면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던 고인돌을 아래에서 위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전시관 안에는 고인돌의 구..

풍부한 물산 덕분 역사·문화 꽃피운 진주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6) 진주 남강 끼고 있어 논농사 발달·교통 요지문산성당, 서부경남지역 가톨릭 중심지진주역차량정비고, 일제 수탈 통로 역할진양고 학생들 "고장 자부심 되새겨"진주 친구들은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편이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진주의 특징이다. 오랜 세월 동안 경상우도 또는 경상남도에서 으뜸 가는 고을이었기 때문이다. 진주의 이와 같은 자리매김은 남강 덕분이 크다. 먼저 진주 일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너른 들판을 베풀었다. 다음으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물길로 편하게 오가도록 교통로도 되었다. 이에 더하여 지리산이나 남해바다와도 가까워 산과 바다에서 나는 특산물도 공급되었다. 진주는 한마디로 물산이 풍부한 고장이었다. 그런 덕분에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역사와..

아픈 역사 품은 '살아있는 교과서' 진해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5)진해 진해고 학생 '지역 나들이'웅천읍성·중원로터리 등 임란·일제시대 유적 찾아내 고장 애정도 새록새록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고 경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2017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에서 진해 나들이는 7월 8일 진해고교였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을 제대로 한 번 둘러보자는 취지다. 자기 고장의 역사를 제대로 알면 그에 대하여 아끼는 마음은 걸맞게 생기게 마련이다. 먼저 제황산공원을 찾았다. 모노레일카를 타고 진해탑으로 올라가면서 중원로터리 일대를 내려다보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전용 거주지역이었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근·현대 역사·문화 유적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해 학생이니까 한 번 정도 와본 친구들은 많겠지만 제대로 찾아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

고성 고자국 숨결 따라 호기심 넘치는 웃음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4) 고성 가락국 후예 김해 영운고 학생 가야 세력 옛 땅 상족암 찾아최영덕 고가 독특한 우물 구경, 송학동고분군 지나 박물관으로호국사찰 옥천사서 미션수행도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고 경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2017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 고성 나들이, 이번에는 김해 영운고 편이다. 가야라 하면 전기 맹주였던 김해 가락국을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아울러 고성은 전·후기 모두 세력이 상당했던 가야 세력 고자국(에서는 소가야)의 옛 땅이다. 가락국의 후예 김해 영운고 학생이 같은 가야 세력이었던 고자국의 옛 땅을 찾은 것이다. 가락국은 쇠의 생산과 수출을 바탕으로 삼았고 고자국은 고성반도의 독특한 지형을 활용한 중계무역으로 힘을 일구었다. 난바다는 바람과 파도가 거세어 다니기 ..

발길 머무는 곳마다 샘솟는 밀양 이야기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3) 밀양 예림서원·밀양향교 찾아 경관·건물 둘러보며 미션 수행밀양독립운동기념관 견학 수많은 항일투사 자취 더듬기도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고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이 5월 27일 김해 장유고교 학생들과 밀양을 찾았다. 밀양은 자연경관도 빼어나고 물산도 풍성하다.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았다는 얘기인데 그러다 보니 역사도 오래고 문화재도 곳곳에 그득하다. ◇예림서원과 밀양향교 서원과 향교는 요즘 중·고교에 해당한다. 서원은 사립이고 향교는 공립이다. 옛날 학교는 공부도 하면서 제사도 지냈다. 공부는 훌륭한 인물들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고 제사는 그런 인물들을 본받자는 취지로 모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원이든 향교든 앞쪽에 공부하는 강당이 있고 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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