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피해자의 딸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그리운 아버지께.죽음이 무언지도 모르던 다섯 살 아버지는 제 곁을 떠났습니다.어린 나를 볼 때마다 우시던 삼촌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철이 없던 사춘기 소녀가 되어선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어머니는 문득문득 아버지 생각이 날 때마다 억울하다 하셨지만 그때마다 저는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가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하신 말은 저에게 모두 변명이었지요.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아버지는 해군통신학교 교장으로 제자 몇 몇이 여순사건에 가담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저는 핑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가 자기 국민을 죽일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만한 죄를 지었을 거라고.잡혀가신 뒤 김구 선생으로부터 3개월 생활비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