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5월에 떠난 두산중 역사탐방 생태체험

김훤주 2016. 6.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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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탐방 - 의령 백산 안희제 생가~곽재우 장군 생가~정암진 


5월 역사 탐방은 21일 경화·참살이·좋은씨앗교실·해피타임·메아리·에디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의령으로 떠났습니다. 


의령은 역사탐방지로 더없이 알찬 곳입니다. 의령을 말할 때는 인물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탐방 주제를 '의령을 빛낸 사람'으로 잡은 까닭입니다. 백산 안희제 선생과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주인공입니다. 


곽재우 장군은 많이 알려졌지만 안희제 선생은 아이들에게 낯섭니다. 백범 김구는 알아도 백산 안희제는 아는 경우가 드뭅니다. 곽재우 장군이나 백범 김구보다 교과서나 보도매체에 덜 나오는 탓이 아닐까요. 


안희제 선생 이력을 대충 들려준 다음 그 생가가 문화재로 지정된 까닭을 물으면 훌륭한 인물이니까 후세 사람들 본받으라고 그랬을 것 같다고들 답합니다. 그런 뜻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건물의 독창성 때문입니다.


곽재우 장군 생가가 있는 의령 세간마을 현고수에 들른 아이들.


안채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구조입니다. 가운데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들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고 다락방도 딸려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안희제 선생의 독립 운동 행적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설명에 함께한 어른들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곽재우 장군 생가에서는 사랑채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의(義=옳음)를 강조한 스승 남명 조식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곽재우는 임진왜란을 맞아 집안의 모든 재산을 털어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로는 무척 비참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숨을 숙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얘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습니다. 역사는 다만 과거를 앎으로 그치지 않고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의령에는 곽재우·안희제도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삼성 이병철도 있습니다. 모든 재산을 털어 의병활동을 하고 독립운동을 했던 두 사람의 생가는 인적이 드문 반면 이병철 생가는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아이들이 삼성에 대해 뭘 알까만은 그래도 돈이란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의령에서 손톱만큼이나마 생각해보고 간다면 이 또한 훌륭한 역사탐방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정암진을 찾았습니다. 짙어가는 신록에 싸여 느릿느릿 흐르는 남강을 내려다보며 홍의장군 곽재우의 전승담을 들려주니 더욱 실감이 나나 봅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홍의장군에서 '홍의'가 무슨 뜻인지 아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싸울 때 붉은 옷(홍의·紅衣)을 입었기 때문이라며 멀리 곽재우 장군 동상을 가리키자 아이들은 와~ 하며 탄성을 지릅니다. 


붉은 옷을 입은 곽재우 장군 동상이 마음에 새겨진다면 아이들은 의령을 떠올리고 곽재우를 떠올리고 안희제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역사탐방을 다니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욕심내는 것은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에 단 한 가지를 새기는 일, 그것이 역사탐방의 진정한 의의가 아닐는지요……. 


정암철교가 내려다보이는 정암루에 올라 소감을 적고 있습니다.


◇생태체험 - 거제 조선해양문화관~와현해수욕장 


완월·성동·중리·진해·다문화·샘바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5월 21일의 생태체험은 거제 조선해양문화관과 와현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찾은 조선해양문화관의 거제어촌민속전시관에서는 거제 둘레를 비롯한 우리 남해 바다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도 사람들이 거친 바다를 벗삼아 삶을 일구면서 어떤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왔는지 등등을 미션 수행으로 알아보았습니다. 


2~3명씩 팀을 이룬 아이들은 두산중공업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전시관 1·2층을 샅샅이 훑으며 답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찾아보고 머리에 담는다 한들 나중까지 다 기억할 리는 없습니다.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미션 수행을 하는 아이들과 선생님.


하지만 아이들은 시루에 들어앉은 콩나물콩과 같은 존재입니다. 시루에 물을 끼얹으면 당장은 자취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냥 주루룩 흘러내리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콩나물을 우묵하게 자라게 합니다. 


남해 바다가 됐든, 난류와 한류가 됐든, 거제 사람들 고기잡이 방법이 됐든, 바다를 통한 침략과 그에 맞선 성곽이 됐든 나중에 자란 뒤 우연히라도 거제의 인물·역사·문화·생태를 맞닥뜨렸을 때 오늘 둘러본 것들 가운데 무엇이든 작으나마 떠올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고맙고 좋은 일입니다. 


4D영상탐험관 동영상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거제도 해저 세계를 15분 남짓 둘러보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지식보다는 물고기와 물풀, 해저 지질 등에 초점을 맞춰 신비롭고 재미있게 만들어 아이들이 호기심을 부풀리게 구성돼 있었습니다. 바다든 육지든 그와 친해지고 또 알게 되려면 호기심과 궁금증을 통해 관심을 키우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와현해수욕장에서 파도밟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고개 하나 넘어 와현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날씨는 알맞게 더웠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더위를 식혔습니다. 모래밭으로 뛰어들어간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다들 즐겁게 놀았습니다. 


바닷물에 쑥 들어가 물장구를 치거나 옆 친구한테 물을 끼얹는 장난도 했습니다. 물결이 모래밭까지 밀려오도록 기다려 파도밟기를 했고 일부러 파도에 허물어지게 하려는 듯 모래도 두툼하게 쌓았습니다. 



예쁜 돌과 조개껍데기를 골라모으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들은 서넛씩 짝지어 모래에 꽂은 작대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모래를 끌어모으는 놀이도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게와 조개를 찾아 잡는 친구도 있었고 모래밭을 공책 삼아 그림을 그리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모두 입가에 함지박만한 웃음을 베어문 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통에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들만 속절없이 지쳤습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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