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4월에 떠난 두산중 역사탐방 생태체험

김훤주 2016. 6.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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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탐방-마산 의림사∼창동 오동동 


4월 23일 역사 탐방은 마산이었습니다. 창원에 있는 민들레·상남·늘푸른·두레·한울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습니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된 지 벌써 6년째지만 창원 아이들에게 마산은 늘 낯선 이웃 고장처럼 느껴집니다. 마산 탐방은 내가 살고 있는 창원을 보는 일이라는 설명을 일부러 보탠 까닭입니다. 


단정하게 정리된 의림사는 보기와 달리 '천년고찰'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닙니다. 300살 가까이 먹은 모과나무에서도 가볍지 않은 절의 역사를 읽게 됩니다. 


단청이 덜 되어 느낌이 고즈넉한 염불당과 나한전 앞에는 식물이 한 그루 심어져 있습니다. 이 식물 이름을 맞히는 문제를 풀 때 재미있는 논쟁이 붙었습니다. 


'파초'라 했더니 함께한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한 분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파초냐 바나나냐 고민하다 스님에게 물었더니 바나나나무라 했다는 것입니다. 


파초와 바나나는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답을 파초라 했던 것은 파초가 불교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껍질을 벗기면 또 다른 속이 나오고 그러다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를 닮아 절간 마당에 심는 파초라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곁들이면서 바나나도 맞다고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싱겁게 답을 맞히기보다 이런 논쟁이 나오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아이들 기억에 더 뚜렷하게 남기도 합니다. 바나나를 먹다가 문득 파초를 떠올릴 수 있다면 정말 '대박'인 것입니다. 


교회나 성당은 역사탐방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재미있었습니다. 교회나 성당이 우리나라에서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또 탐방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점심은 창동에서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맛도 있었고 폼도 났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면 어른들은 입에 좀 덜 맞아도 다 이해해 줍니다. 


창동·오동동은 창원의 신도시 상남동에 견주어 오래된 음식점이 많습니다. 가족 나들이 나오면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팀을 이루어 창동·오동동 투어를 했습니다. 미션지에 적힌 장소를 찾아 인증샷을 찍어오는 방식입니다. 너무 많으면 과부하가 걸릴까봐 중요한 것만 골라냈습니다. 


3·15의거발원지 근처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인권자주평화다짐비)이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너도나도 앞에서 그럴듯하게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미션 문제를 풀면서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이 있는 시기를 물었더니 딱 한 명이 답합니다. 일제강점기라고 말이지요.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고 들었지만 역사까지 아는 아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다음에 그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면 또한 고마운 일이랍니다. 

아이들이 창동 아고라광장에서 전통놀이를 하고 있다.


아고라광장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즐겁게 옛날놀이를 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놀이고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만드는 놀이입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자기에게 보내는 엽서를 적어 '느린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한 달 뒤에 오늘 적은 글을 읽으며 아이들은 무슨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요! 


◇생태체험-사천 비봉내 대숲고을∼사천만 종포 갯벌 


새샘·산호·영은·덕산·굳뉴스지역아동센터가 함께하는 4월의 생태체험은 사천으로 향했습니다. 비봉내 대숲고을을 찾아 대나무에 대해 알아보고 사천만에서 갯벌도 누리는 것입니다. 


대숲고을에서 아이들은 먼저 하늘 높이 자라나 있는 굵은 대나무의 큰 키에 놀라는 모습입니다. 대숲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거닐면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대숲고을에서 주로 자라는 것은 토종이 아니고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입니다. 물론 토종인 조릿대도 있는데, 맹종죽은 굵고 큰 반면 조릿대는 가늘고 작습니다. 하지만 잎사귀는 조릿대가 크고 또 넓습니다. 

비봉내마을 대숲 사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가운데 아이들은 여기저기 불끈 솟아나 있는 죽순에 다시 신기해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두엇 캐어서 껍질을 벗기니 여물지 않고 물러서 물기가 뚝뚝 듣습니다. 대나무의 성장이란 바로 마디 사이가 넓어지고 재질이 단단해지면서 물기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돌아나와서는 조릿대 잎사귀로 쪽배 만들기를 했습니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어려워하더니 한두 차례 해보고는 금세 곧잘 만들었습니다. 댓잎쪽배를 들고 웃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습니다. 


다음으로는 '대나무 도전 골든벨!'을 하고 그 문제 풀이를 통해 대나무를 좀더 알아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맞힌 팀에게는 당연히 '쥐꼬리 장학금'이 돌아갔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종포마을 가까이 있는 사천만갯벌로 옮겨갔습니다. 갯벌에는 해운대해수욕장 같은 모래갯벌과 서해안처럼 펄(진흙)이 거의 대부분인 펄갯벌, 그리고 우리가 사는 경남 남해안처럼 펄과 모래가 섞여 있는 펄모래갯벌이 있다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껏 놀고 즐기더라도 돌아갈 때는 게랑 조개 따위는 풀어주자 하니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갯벌에서 저마다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


갯벌 한가운데 길게 난 데크를 따라 걷더니 곧장 갯벌로 뛰어들었습니다. 민물이 흘러드는 어귀에는 갈대도 있고 갯잔디도 있습니다. 자갈과 모래가 있어서 딱딱한 데도 있고 진흙이 대부분이어서 푹푹 빠지는 데도 있습니다. 


손과 발은 물론 옷가지와 얼굴에까지 뻘을 묻히면서도 신나는 소리를 질러댑니다. 웅덩이를 만들고 돌멩이를 뒤집거나 개흙을 파 뒤집으면서 게·고둥·조개·쏙 따위를 잡아내는 표정이 즐겁습니다. 


하기야 신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해진 몇 곳을 맴도는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그에 더해 기회가 자주 없는 갯벌 체험까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말씀입니다. 


한 시간 남짓 노닌 다음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즉석 퀴즈를 내었습니다. 대나무가 풀이냐 나무냐 물었더니 다들 풀이라 합니다. 나무와 풀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또한 다들 나이테라 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대나무 생태체험은 성공입니다. 


이어서 우리가 갔던 데가 어떤 갯벌인지 물었더니 한 친구가 '펄모래'라 답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갯벌 생태체험 또한 성공이라 하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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