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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카네이션 버리지 못하는 노인

요즘 대부분의 농촌이나 산골마을에는 젊은이들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끊긴 지 오래입니다. 초등학교는 읍내를 빼곤 대부분 폐교조치됐습니다. 99.9% 노인들만 삽니다. 0.1%의 젊은이는 도시에서 노동자로 살다가 산재나 교통사고 등으로 몸을 다쳐 어쩔 수 없이 귀향한 분들입니다. 그런 시골 노인들이 사는 안방에서 공통적으로 보게 되는 장식품(?)이 있습니다. 바로 어버이날 카네이션입니다. 어르신들은 5월 8일 아들이나 며느리 또는 손자들이 달아준(또는 보내온) 모조 카네이션을 결코 버리지 못하십니다. 1년 내내 방안에 걸어두고 보면서 흐뭇해 하시나 봅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식들이 대부분 객지에 있는데다, 어버이날이 공휴일도 아니어서 그날 어버이의 가슴에 모조품 카네이션 하나도 달아주지 못하고 넘어..

가본 곳 2009.02.05

산골 담벽에는 어떤 광고가 있을까

지리산 기슭의 경남 함양군은 산골이 깊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지리산과 덕유산이 걸쳐 있는 이곳은 1950년 6.25전쟁이 나기 전부터 빨치산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바람에 군경토벌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학살이 발생된 곳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지역 주민들은 그런 지리산이 원망스러웠던 나머지 '지리산을 통째로 떠서 동해바다에 빠뜨려버리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란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지 못한 채 산골짜기에 노인들끼리 모여 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99% 도시로 떠나고 없습니다. 노인들만 사는 산골마을 담벽에는 어떤 광고들이 있을까요? 우선 간첩 신고 구호입니다. '꾸준히 살펴보고 제 때에 신고하자'는 말은 신분을 위장한 채 주민들 속에 숨어 살..

가본 곳 2009.02.04

9년전 폐허 상태였던 태백산맥 현부잣집

어제(30일) 하늬바람 님이 올린 '태백산맥의 무대-현부잣집'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배달된 월간 2월호를 보니 거기에도 태백산맥 문학관 관련 기사가 나와 있더군요. 저도 블로그가 없던 시절, 약 세 번 정도 벌교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소설 (조정래 지음)의 흔적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지금은 깨끗하게 복원된 현부잣집도 당시엔 폐허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이었습니다. 그보다 약 3년 전인 1997년인가, 1998년쯤 갔을 땐 그나마 관리인도 있었는데, 2000년엔 관리인도 없이 곧 무너질 듯 쇠락한 채 방치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사진을 몇 컷 찍었는데, 당시만 해도 블로그라는 게 없었습니다. 보성군청 홈페이지에라도 올려 보존방안과 태백산맥 문학기행..

가본 곳 2009.01.31

보일러 끄고 다시 장작 때는 농촌마을

요즘 농촌지역에 다니다 보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땔감용 나무와 장작이 가득 재여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아무리 산골이라도 우리나라 농촌가옥은 7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쳐 80, 90년대를 지나는 동안 대부분 기름보일러로 난방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또한 조리용 연료도 대부분 가스를 쓰고 있죠. 특히 그렇게 된 데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 산림녹화를 위해 벌목을 금지한 탓도 컸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엔 군청이나 면사무소 산림담당 직원들이 단속권을 갖고 집집마다 '나무 치러' 다녔는데, 거기에 걸릴까봐 온 동네가 벌벌 떨면서 단속 직원에게 이장이 뇌물을 찔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 겨울 들어 다시 아궁이에 나무를 때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 물어봤더니 전에도..

가본 곳 2009.01.01

홍콩·심천의 아름다운 열대 꽃 구경하세요

지난 10월 업무차 홍콩과 중국 선전(심천)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업무로 가긴 했지만, 10월에도 우리나라의 한여름 날씨인 열대지방의 온갖 풀과 꽃들이 이방인인 저에게는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수많은 꽃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본 것도 있고, 아예 처음 보는 것도 있었는데, 특히 부겐빌레아는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도 처음 알았습니다. 부겐빌레아는 아마도 심천의 시화라고 여겨질 정도로 거리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심천은 꽃 말고도 도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정도로 조경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요즘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추운 분이 많으실텐데, 열대의 뜨겁고 아름다운 꽃들을 구경하면서 꽁꽁 언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가본 곳 2008.12.23

청국장을 콩자반처럼 먹기도 하네

경남 함양군의 한 마을에 갔을 때였습니다. 가마솥에 뭔가가 끓고 있었습니다. 함께 갔던 이재업 형이 가마솥을 열어봤습니다. 콩이 끓고 있더군요. 우리는 메주를 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할머니, 콩 삶는 냄새가 참 구수하네요." 했더니, 할머니 왈, "청국장 먹을 줄 알어?" 하는 겁니다. 메주를 쑤는 게 아니라 청국장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푹 삶은 콩을 대소쿠리 같은 데 담아 짚을 함께 넣어 안방 아랫목에 사흘쯤 발효시키면 청국장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청국장이 중부지방 음식인 줄로 알았습니다. 경남과 같은 남쪽의 음식은 아닌 걸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함양에서 청국장 삶는 걸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함양 안의면에 갈비탕을 ..

가본 곳 2008.12.18

저 많은 까치밥을 누가 다 먹을까?

보통 '까치밥'이란 가을에 농부들이 감을 따면서 까치들이 파먹으라고 한 두개 남겨두는 감을 뜻합니다. 그래서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새빨갛게 매달려 있는 한 두 개의 감을 보며 뭔가 외로워 보이면서도 날짐승에 대한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 요즘 경남 함양군의 농촌마을을 다니면서 그 배려가 지나쳐 까치들이 질려버릴 수도 있겠다는 그런 풍경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까치밥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날짐승이 겨울내내 먹어도 남을만한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체 저렇게 많은 까치밥을 누가 다 먹을까요? 동네 어른들께 물어봤습니다. 왜 감을 따지 않고 그대로 두었냐고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것도 곶감 하는 고종시이긴 한데, 나무가 늙어서 감이 너무 잘아(작다는 ..

가본 곳 2008.12.17

환희, 개나리, 청자…옛 담배 다 있네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서 마천면으로 넘어가려면 오도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오도재를 넘어서면 지리산조망공원이 나오고, 거길 좀 지나면 '조망공원 휴게소'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 휴게소 계산대 앞 담배포에는 요즘 보기드문 전시물이 과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70~80년대 담배들이 그것인데요. 안에 담배가 들어있는 그 상태로 고이 보존돼 있습니다. 당시 담배 중 '솔'은 빠졌네요. 어쨌든 그 때 담배들을 보니 '선'만 빼고, 다들 우리말 이름이네요. 요즘은 뜻도 알 수 없는 외국어 이름 일색인데. 우리말 이름이라서 그런지 더 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본 곳 2008.12.15

겨울철 양산 통도사에서 본 싱싱한 들풀

예전 어떤 시인에게서 ‘겨울이 되면 풀들이 다 말라 죽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시인과 흉허물 없이 말해도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무 말 않았습니다만, 아무리 춥고 메마른 겨울이어도 풀이 죄 죽지는 않지요. 따뜻한 양지 바른 데 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곳에는 겨울에도 풀들이 싹을 내밀고 잎을 틔웁니다. 또 그런 자리는 낙엽 덕분이든 아니면 지형 때문이든 물기도 촉촉하게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겨울에도 자랄 조건이 되면 자란다 이 말입니다. 멀리를 보면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를 봐야 실체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산을 보면 거기서 파란 풀을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이미지만 머리에 남겨집니다. 그러나 고개 숙여 눈 앞 뜨락을 훑어보면, 거기에는 뚜렷한 실..

가본 곳 2008.12.14

산수유를 저렇게 방치하는 이유

경남 함양군 운산리 중기마을은 그야말로 '두메산골'입니다. 해발 고도도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이 마을은 6.25가 발발하기 전부터 여순사건 반란군이 백운산과 지리산에 숨어들면서 빨치산과 토벌군 양측으로부터 많은 희생을 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마을은 약 10리 앞 마을 진입로에서부터 마을 안까지 산수유 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제가 눈으로 대충 본 것으로만 수 십 그루는 돼 보였습니다. 한결같이 새빨간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지만, 아무도 따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산수유는 따서 말렸다가 약재로 쓰기도 하고, 차나 술로 담궈 먹기도 합니다. 전통찻집에 가면 어김없이 산수유차가 있습니다. 요즘은 음료수로도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 마을에선 아무도 산수유에 관심을 두는 이가 없습니다. ..

가본 곳 200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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