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본 곳 477

거창 수승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며칠 전 거창군 공보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 블로그에 있는 이 글을 좀 삭제해주실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공무원의 말투는 조심스러웠고 정중했다. 삭제해야 할 이유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보내온 메일을 읽어보니 2009년에 블로그를 통해 지적한 문제를 모두 완벽히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상당부분은 개선작업을 했고, 나머지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가서 얼마나 개선이 이뤄졌는지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공보담당 공무원으로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블로그의 글도 엄연한 기록이다. 지금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009년 5월의 수승대 모습이 이랬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글 자체를 삭제하는 대신 공무원이 보내온 삭제 요..

가본 곳 2009.05.11

암수가 함께 알을 품는 거위 보셨나요?

경남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삼봉산 등산로 입구에 보면 '삼봉산문화예술학교'(일명 거창귀농학교라고도 불린다)가 있다. 80년대부터 농민운동과 결합한 풍물과 굿 등 민족문화운동을 해온 한대수 선생이 운영하는 학교다. 원래는 쌍봉초등학교였는데, 1956년부터 2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학생수의 감소로 1996년 폐교된 후, 문화예술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매년 가을엔 아시아 1인연극제가 열리기도 한다. 엊그제 거기서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 겸 학교 안팍을 둘러보던 중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닭과 거위, 기러기 등을 만났다. 역시 한대수 선생이 키우는 날짐승들인데, 우리 안에 가두지 않고 제멋대로 풀어놓고 있었다. 행복한 놈들이었다. 저렇게 마음껏 놀면서 자란 닭과 거위라면 백숙을..

가본 곳 2009.05.10

봉하 마을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즘 들어 김해 봉하 마을이 떠들썩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때문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을 비롯해 여러 가까운 사람들이 박 회장에게서 돈 받은 사실이 검찰에 확인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온통 봉하 마을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봉하 마을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더군요. 하하.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 신문·방송의 기자들도, 사진 기자들도 노 전 대통령이라면 그림자라도 담으려고 하지만 봉하 마을 배후에는 관심이 없고, 기사 쓰는 취재 기자도 사람 움직임에는 엉덩이를 들썩이지만 배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챙겨보지 않습니다. 발길 끊이지 않는 관광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한창 공사 중이라 가림막을 높이 쳐 놓은 사저 울타리라도 한 번 보고 싶어하지만, 노..

가본 곳 2009.04.24

벚꽃 무리 속의 빨간 꽃, 정체는 뭘까?

대개 벚꽃은 분홍색이 살짝 감도는 흰색입니다. 그런데 모든 벚꽃이 흰 것은 아니더군요. 특히 경남 진주 진양호에 가면 진해보다 좀 늦게 피는 왕벚 또는 겹벚나무가 많은 걸로 기억하는데요. 거긴 흰색 뿐 아니라 붉은 색에 가까운 진한 분홍색 벚꽃도 적지 않더군요. 그런데, 어제(10일)는 창원에서 하얀 벚꽃나무 무리 속에서 정말 새빨간 선홍색 꽃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전설에서 죽은 사람의 피를 빨아들여 피웠다는 이야기처럼 핏빛으로 불타는듯한 붉은 색이었습니다. 특히 이 붉은색 꽃은 바로 옆에 있는 흰색 벚꽃나무와 대비를 이루면서 눈길을 확 잡아당기더군요. 그래서 가까이 가서 찍어봤습니다. 흔히 보는 홍매화는 확실히 아니었고, 꽃잎이나 줄기, 잎으로 보아 벚꽃의 일종에 가까웠습니다. 혹시 이 벚꽃의 확실한 ..

가본 곳 2009.04.11

화왕산 억새밭 원래 모습과 관룡사의 괴수

1. 화왕산 억새밭 불타기 전 원래 모습 컴퓨터를 뒤적거리다 보니 2001년 11월 찍은 창녕 화왕산 억새 사진이 나왔습니다. 말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억새가 되쏘는 햇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에는 억새나 갈대가 그냥 푸석푸석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 사진을 찍으며 억새도 꽤나 줄기가 단단해 물은 말할 것도 없고 햇살조차 스며들기 어려울 정도임을 조금 눈치 챘습니다. 이 빛나는 사진을, 올 정월 대보름에 사람까지 숨지는 참사와 함께 불타버린 화왕산 모습과 견줘보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억새 속에 깃들어 있었을 다른 목숨·생명들도 많이 사라졌습지요. 아래는 지난 2월 9일 정월대보름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이후의 현장입니다. 그래도 저것들 뿌리까지 타지는 않았으니까, 올 가을에도 나름대..

가본 곳 2009.04.05

주1회 화물열차 다니는 임항선 걸어봤더니…

마산에는 임항선(臨港線)이라는 철로가 있습니다. 거리는 마산역에서 마산 서항까지 이어지는 8km 남짓합니다. 한 해 365일에 50차례 가량 화물을 실은 기차가 다닙니다. 한 주일에 한 차례 정도로 보면 맞겠습니다. 어떤 데는 너비가 5m도 채 되지 않는 것 같고 어떤 데는 20m는 좋이 돼 보입니다. 임항선을 따라 마산 서항에서 추산동 정수장까지 2km 남짓 거리를 둘러봤습니다. 3월 31일 둘러보는 아침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기차는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만 오갔답니다. 추산동 위쪽 철로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아니면 시장 상인이 철로를 난전으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둘러본 그 아래에서 바닷가까지 일대는 대부분이 사람들 부쳐 먹는 텃밭이거나 아니면 자갈 따위가 깔린 위에 들풀도 ..

가본 곳 2009.04.02

쓸쓸하면서도 상큼한, 진달래

22일, 시간을 내어 창녕 화왕산 기슭에 있는 용선대(龍船臺)를 다녀왔습니다. 원효가 한 때 머물렀다는 관룡사라는 절간을 지났습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500m 정도 위에 있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용선댑니다. 용선대에는 통일신라 말기에 세운 석가여래 석조부처님이 한 분 모셔져 있습니다.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를 만났습니다. 진달래는 철쭉이랑 곧잘 혼동이 되는데요. 진달래는 갈래꽃이고 철쭉은 통꽃입니다. 진달래는 빛깔이 조금 옅은 반면 철쭉은 짙다고 할 수 있지요. 진달래는 먹을 수도 있어서 참꽃이라 하고요, 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 한다는군요. 그래도 둘 다 꽃은 꽃이고 그것도 (대체로는) 잎이 나기 전에 피는 이른 봄꽃이지요. 그리고 진달래는 잎사귀에 털이 없지만 철쭉은 ..

가본 곳 2009.03.27

홍콩은 화려한 야경만 있는 게 아니다

대개 홍콩 여행을 다녀온 분들이 올린 사진들을 보면 주룽(구룡)반도쪽에서 찍은 홍콩섬의 마천루나 빅토리아피크에서 찍은 화려한 야경이 많습니다. 그러나 홍콩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화려함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홍콩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그대로 있는 곳이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사는 곳입니다. 따라서, 멀리 야경으로 보이는 홍콩의 모습과 달리 10평도 채 되지 않은 좁고 낡은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여러 가족이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도 많습니다. 그런 낡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땅이 좁아서인지 수직으로는 엄청나게 높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고층아파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홍콩의 속살을 사진으로 들여다봤습니다.

가본 곳 2009.03.07

이른바 '러브호텔'에 가봤더니…

출장이 잦은 저는 '모텔'을 좀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서울 외 지역의 모텔 시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3만 원~4만 원, 아주 비싸도 5만 원을 넘지 않는 돈으로 이 정도 시설을 갖춘 호텔에서 잘 수 있는 곳은 외국에 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제(21일)도 취재를 겸해 부산 블로거 모임에 갔다가, 오늘(22일) 오전 김해시 한림면에서 취재계획이 생겼습니다. 김해는 부산과 마산 사이에 있습니다. 어차피 밤이 늦었는데, 마산에 왔다가 다시 김해로 가는 것보단 그냥 부산에서 자고 김해 취재를 마친 후 마산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부산 사상터미널 옆에 즐비한 모텔 중 한 곳이었습니다. 처음 찾아간 모텔은 인터넷이 안된..

가본 곳 2009.02.2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