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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간 제주도, 한라산 등산 통제되면?

눈 덮힌 한라산과 백록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도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처럼 한라상 등반을 계획하고 막상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예기치 못한 일기변화로 등산로가 전면 통제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날씨에는 그런 일이 제주도에서도 종종 발생합니다. 지난 연말 저희들이 한라산 등반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모처럼 고향 친구들과 2박 3일 제주도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저희가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대설주의보가 발령돼 2박 3일 내내 한라산 등산로가 전면 통제되고 말았습니다. 희한하게도 저희들이 제주도를 떠난 다음날 등산로가 개방되었더군요. 친구들은 모두들 아우성이었습니다. 눈 덮힌 한라산..

가본 곳 2010.01.09

삼신봉에서 담은 지리산의 경이로운 모습

앞서 아들과 큰일 날 뻔 했던 지리산 산행기를 쓰긴 했지만, 삼신봉에서 본 지리산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그날(1월 1일)따라 하늘은 너무나 맑았고 시야도 밝고 선명했습니다. 제 부족한 촬영실력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지리산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하동 청학동 또는 쌍계사와 불일폭포를 거쳐 오르는 삼신봉이 특히 좋은 것은 이처럼 최고봉인 천왕봉을 비롯하여 장터목과 촛대봉, 세석평전, 영산봉, 칠선봉, 벽소령 등 지리산의 주요 능선을 거의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삼신봉만 세 번째 올랐는데,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이번에도 마치 처음 온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이곳에 오른 아들녀석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부족하나마 제 카메라(니콘 D50..

가본 곳 2010.01.04

중2 아들과 큰일날 뻔했던 지리산 산행기

새해 첫날과 둘째날,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계기는 중 2학년 아들녀석이었습니다. 아내가 연말, 해외 캠프를 떠난 뒤 아들녀석과 둘만 남게 되자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번 연휴 기간동안 아버지와 어딜 간다면,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녀석은 "좀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께요"라고 뜸을 들이더니 한참 뒤 "지리산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렇게 물으면서도 '혹시 스키장이나 놀이공원 같은데 가자고 하면 어쩌지?'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알았다"고 해놓고선 속으론 '짜~식, 분명히 지가 가자고 했겠다? 어디 고생 좀 해봐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그 나이에 힘든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새해 첫날 아들과 지리산으로 떠나다 코..

가본 곳 2010.01.03

눈 속에 핀 가녀린 꽃과 식물들

2박 3일간 초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비행기를 탄 그날부터 제주도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돌아오는 날까지 간헐적으로 계속 눈이 왔습니다. 강정에서 외돌개로 이어지는 올레 7코스에도, 자연휴양림이 있는 절물오름에도, 저희들이 묵은 호텔 주변 길가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눈은 내렸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하얀 눈 속에서도 고개를 내민 여러 꽃송이들과 여린 풀잎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모진 시절 세파와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낙망하지 않고 가느다란 희망이나마 부여잡고 있는 우리 민중의 처지를 보는 듯 했습니다. 눈 내린 제주에서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있는 꽃과 식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제주시내 길가 가로수 아래..

가본 곳 2009.12.22

사람들이 단풍놀이에 취하는 까닭

함양 상림, 걷기 좋은 단풍들 날씨가 살짝 추워졌다가 풀렸습니다. 세상이 살짝 움츠렸다가 놓였습니다. 작으나마 호들갑을 떨었다고 여겨 부끄러운 탓인지, 세상이 좀더 붉으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추워졌으니, 세월은 좀더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11월이 다 가도록 세상은 움츠렸다가 놓였다가를 되풀이하겠지 싶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벌떡벌떡 일어나 펄떡펄떡 뛰는 것만이 생명이라고 여긴 적이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마아아아아아아아악 뻗어나가고 넘쳐나가는 것만 생명이라 여겼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그 때는 부끄러움조차 몰랐지 싶습니다. 세 해 전 봄에, 뒷동산에 갔다가 나무에 물 오르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크지도 않은 조그만 나무가 통째로 힘껏 물을..

가본 곳 2009.11.17

팔공산 단풍을 보고 떠오른 사람들

앞의 글에서 대구 팔공산 동화사의 모든 길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팔공산의 단풍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관련 글 : 천년 고찰의 시멘트길, 누굴 위한 것일까?) 그것만으로도 동화사를 찾은 보람은 있었다는 생각이다. 팔공산은 특히 한국전쟁이 끝난 후 가장 마지막까지 빨치산 활동을 벌이다 붙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하준수(일명 남도부)가 활동하던 산이라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당시 빨치산은 대한민국에는 토벌의 대상이었고, 자신들을 파견한 북한으로부터는 끝내 버림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들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역사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 역시 전쟁이 끝난 후에도 1954년까지 토벌군을 피해 산속을 헤메는 동안 여러 번 단풍으로 붉게..

가본 곳 2009.11.14

천년 고찰의 시멘트길, 누굴 위한 것일까?

대구 팔공산 동화사는 조계종 9교구 본사로 무려 76개의 말사를 거느린 유명한 사찰이다. 입구에선 관람료도 받는다. 신라 때 창건된 절로 역사가 1200년에 가깝다. 당간지주와 부도, 금강선원 동탑 등 보물이 있고, 대웅전의 연꽃 문살과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살린 대웅전 기둥도 꽤 유명하다고 한다. 대구의 명산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동화사는 주변 경관도 수려하고, 총 33m 높이로 1992년 건립된 석조 약사여래불도 이곳은 명물이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게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형버스를 타고 갔는데,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낸 후 버스가 일주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개 사찰은 일주문 안까지 일반 차량이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동화사는 일주문을 지나 절 안쪽에 주차장이 있었..

가본 곳 2009.11.14

불상 허리에 자리잡은 말벌집 보셨나요?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다녀왔습니다. 신라 흥덕왕 때(832년)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으니 무려 1200년이 되어가는 고찰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찰에도 근래에 세워진 거대한 석조 불상이 있습니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건립된 통일약사여래불이라는 게 그것입니다. 줄여서 통일대불이라고도 한답니다. 총높이가 무려 33m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거대한 불상 앞에 있는 건물이 '통일기원대전'인데요. 이 건물의 현판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썼더군요. 통일을 기원하는 불상 앞의 통일기원대전 현판을 군사쿠데타의 주역 중 한 명인 노태우가 썼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전두환과 더불어 광주학살의 원흉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쨌든 거대한 약사여래불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부..

가본 곳 2009.11.13

고속버스 창밖에 펼쳐진 수려한 경관

전라북도 진안군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알아보니, 제가 사는 마산에서 전북 진안으로 바로 가는 버스나 열차는 없더군요. 마산에서 전주로 가는 직통버스가 있는데, 일단 진주로 가서, 거기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함양군 서상면을 거쳐 장수 분기점까지 갑니다. 거기서 장수-익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까지 가는 노선인데요. 중간에 진안군을 지나가긴 하지만 고속도로여서 승객을 내려줄 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주까지 가서 다시 진안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주-진안은 40분이 걸리더군요. 마산-전주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까 진안으로 바로 가는 버스노선이 있었다면 약 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어쨌든 저는 전주에는 몇 번 가봤지만, 진안군은 처음 가..

가본 곳 2009.11.09

야생에서 처음 본 청신한 딱따구리

어디서든,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갔다가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알록달록 단풍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그리로 쏠려 버렸는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풍이나 햇살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꽤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따따따따, 아마도 제가 조금 풀리지 않았다면 이 소리조차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단풍과 햇살이 그만큼 멋졌거든요. 끊어졌다 이어지는 딱따구리 소리. 먼 데서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면 두런거렸더니 제법 굵다란 참나무 같은 나무 높직한 가지에 앉아 부리질을 해대는 딱따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원에서말고 야..

가본 곳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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