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야생에서 처음 본 청신한 딱따구리

김훤주 2009. 11.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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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갔다가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알록달록 단풍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그리로 쏠려 버렸는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풍이나 햇살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꽤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따따따따, 아마도 제가 조금 풀리지 않았다면 이 소리조차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단풍과 햇살이 그만큼 멋졌거든요.

끊어졌다 이어지는 딱따구리 소리. 먼 데서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면 두런거렸더니 제법 굵다란 참나무 같은 나무 높직한 가지에 앉아 부리질을 해대는 딱따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원에서말고 야생에서 딱따구리를 이미 본 이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카메라를 갖다 대고 찍었습니다. 그러나 제 사진기가 성능이 별로 좋지 못해서리 제대로 찍히지 않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딱따구리를 눈에 담고 나니까 그제야 새가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를 내며 지저귀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숲 속 곳곳에서 갖은 새들이 날아다니거나 앉아 있으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찍은 사진을 당겨놓고 가만 들여다보니 딱따구리 앉아 있는 나뭇가지가 허옇게 벗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렇게 부리로 쪼아 껍질 아래 사는 벌레 따위를 잡아먹고 연명하는가 봅니다.

새 소리는 딱따구리 소리까지 포함해서 사람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함께 어울려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 날 상림 딱따구리를 보고 들으면서 정말 실감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단풍과 햇살에 눈을 빼앗긴 터라서, 그것들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람쥐가 여기서는 좀 흔한 편인지, 가는 길에서도 보고 오는 길에서도 봤습니다.

어쨌거나, 10월 12일 경남 합천 모산재 아래 영암사 폐사지 갔을 때는 다람쥐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이번에 여기서는 딱따구리를 카메라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복받았습니다.


잎에 어린 볕이, 참 귀엽지 않습니까?



함양(咸陽)에서 함과 양은 제각각 다(모두)와 볕을 뜻한답니다. 그늘에 앉아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참 멋진 동네입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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