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본 곳 477

지심도... 그 섬엔 온통 동백뿐이더라

4월 13일 경남 거제 지심도를 다녀와서 19일 '지심도엔 동백만 피어 있지는 않았다'를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동백나무와 동백꽃으로 이름을 드날리는 섬이다 보니 그것말고 다른 것도 살고 있으며 또 다른 것들도 나름대로 빛나는 존재더라, 하는 뜻을 담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날 지심도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아니었습니다. 지심도를 규정하는 힘은, 누가 뭐라 해도 동백에 있었습니다. 지심도에 다른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심도에는 동백밖에는 있지가 않았습니다. 동백나무 그늘, 어린 동백나무, 떨어져서도 빛나는 동백꽃, 매달려서도 좀은 쓸쓸한 동백꽃, 동백숲이 만들어낸 그늘, 동백숲이 만들어낸 그늘 사이사이 들여다보는 햇살, 동백에 동화된 사람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심도에도..

가본 곳 2010.04.28

지심도엔 동백만 피어 있지는 않았다

4월 13일 거제에 있는 지심도를 다녀왔습니다. 장승포에서 빤히 바라다 보일 정도로 가깝지만, 파도가 조금만 일렁거려도 배가 안 뜬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면 다른 데 가지~ 이런 심정으로 아침에 그냥 출발을 했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바다는 오히려 조용했고, 그래서 배는 아무 탈없이 뜰 수가 있었습니다. 가는 뱃길은 15분남짓으로 길지 않았으나 배삯은 왕복 1만2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었습니다. 지심도는 동백이 아름답다고 저는 들었는데 가서 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지심도 동백은 뭍에 있는 여느 동백들, 그러니까 제가 자주 눈에 담았던 그런 동백과는 격이 달랐습니다. 사람 감정을 집어넣어 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쓰이지만, 지심도 동백은 쫙 벌어지지 않고 다소곳하게 오무리고 있..

가본 곳 2010.04.19

마산 팔용산에서 노루를 발견했습니다

마산 팔용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루입니다. 저녁 6시 무렵 산에서 내려와 창신중ㆍ고등학교 위 경남테크노파크(옛 창신대학) 옆 산기슭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분명히 제가 누르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었을텐데도 움직이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더군요. 이 녀석은 적이 보이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은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었던데다, 제가 갖고 있는 카메라 렌즈가 별로 좋은 게 아니어서 사진을 또렷하게 잡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컷을 찍었는데, 그나마 제대로 형체나마 알아보게 나온 것은 아래 사진 두어 장뿐이었습니다. 다음 자연박물관에서 검색해보니 천적이 호랑이·표범·곰·늑대·독수리 등이라는데, 설마 이런 맹수가 팔용산에 살고 있을..

가본 곳 2010.04.11

산(山) 벚꽃과 도로변 벚꽃은 다르다

며칠 전 김훤주 기자가 '벚나무 껍질은 왜 거무칙칙할까?'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벚나무 껍질이 원래 어두운 데다 매연까지 끼여서 그렇다는 둥, 벚나무는 원래 나이가 오래될 수록 검다는 둥 여러 해석을 소개한 후, 정작 자신은 "온통 꽃을 뿜어내는데 진력을 하니까, 벚나무가 자기 몸통을 이쁘고 보기 좋게 가다듬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벚나무 몸통의 우중충함이 벚나무 꽃의 화사함을 더욱더욱더욱 돋보이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했죠. 이에 대해 댓글을 단 이윤기 님은 '고로쇠처럼 물을 머금으면 검은 색이 된다...겨울에는 검은 색이 아닌데 봄에 물이 오르면 검게 변한다'는 의견도 주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제가 마산 무학산 서원곡에서 본 벚나무는 달랐습니다. 도로변에 가로수로 심어져 ..

가본 곳 2010.04.11

야밤에 진해 안민고개에서 올려다 본 벚꽃

며칠 전 밤을 틈타 진해 안민고개로 벚꽃 구경을 갔습니다. 갔다가 이튿날 돌아와서 자랑을 했더니 우리 노조의 이일균 지부장이 자기도 다녀왔노라 일렀습니다. 지부장은 자동차를 타고 둘러본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걸어서 둘러봤습니다. 저는 안민고개만 둘러봤고 지부장은 안민고개를 거쳐서 진해내수면연구소가 있는 데까지 갔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좋았습니다. 야밤의 검고 어두운 기운 속에서도 느껴지는, 벚꽃의 하늘거림이 좋았습니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하얗거나 붉은 빛을 내뿜는 벚꽃이 좋았습니다. 벚꽃을 향해 받쳐놓은 가로등 불빛이나 포장트럭에서 나오는 불빛, 그리고 멀리 진해 도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 들이 어우러지는 밤풍경도 좋았습니다. 창원으로 내려와서는, 택시를 타고 집이 있는 용호동 왔습니다. 와서는 집..

가본 곳 2010.04.09

해양도시 마산·여수, 이렇게 다를 수가?

지난 3월 26일부터 2박 3일간 전국의 블로거들과 함께 전남 여수시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다 좋았지만 여수는 바다가 특히 좋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바다를 쉽게 조망하고 접근할 수 있는 수변시설과 공간들이 너무 좋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수의 바다는 맑기까지 했습니다. 그에 반해 제가 사는 경남 마산의 바닷물은 전국의 연안 중 가장 더럽습니다. 심지어 바닷가에 가면 퀴퀴한 냄새가 날 정도입니다. 그나마 수년 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마산만살리기 운동을 벌여온 결과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뭐 합니까? 제대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시내에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마산에 대해 마산사람들은 "해양도시 마산에 바다가 없다"고 자조적인 말들을 자주 합니다. 이처럼 마산도 바다를 끼고 있는 해..

가본 곳 2010.04.08

동백꽃 붉게 흐드러진 여수 오동도 풍경

저는 생태블로거도 아니고 전문 사진작가도 아닙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걸 보면 사진으로나마 남겨두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또한 저는 동백꽃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닙니다. 피어나는 건 아름다운데, 지는 모습이 웬지 처연하고 비참한 것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향기도 없는 게 화려한 꽃만 자랑하다 시들기도 전에 툭 떨어져버리는 모습이 별로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여수시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를 위해 블로거들을 초청한 팸투어 때도 처음엔 동백꽃을 별로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담고 말았습니다.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꽃봉우리가 예전엔 싫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떨어진 꽃들을 주워 절구통에 담아놨더군요.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

가본 곳 2010.04.01

사람이 살고 있어 더 좋은 낙안읍성

낙안읍성, 사람이 안 살면 이런 풍경은 없다 낙안읍성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놀러 또는 쉬러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복원한 마을이기는 하지만, 거기 집집마다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3월 12일 낙안읍성을 찾았을 때는, 지금과 달리 매화랑 산수유가 조금만 피어 있었고 바람도 꽤나 쌀쌀했지만, 곳곳에서 사람이 사는 냄새와 색깔이 느껴졌습니다.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데에 낙안읍성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저는 두 가지가 좀 걸리기는 했습니다. 하나는 동네에서 지주 노릇을 한 으리으리한 집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시겠지만 어지간한 시골 마을은 땅 가진 지주와 그 땅을 부쳐먹는 소작인들로 짜입니다. 물론 자기 땅 자기가 부쳐먹는 자작농도 많이 섞여 있습지요. 그런데 낙안읍성에는 그런 지주집이..

가본 곳 2010.03.29

선암사에서 처음 본 절간 부뚜막 풍경

3월 12일 순천 선암사에 갔다가 귀한 구경을 했습니다. 2층 규모 뒷간도 멋있었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홍매화들을 보면서 봉오리 속에서 막 몸부림을 쳐대는 꽃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잎지는 큰키나무들 헐벗은 모습에서는 허전함과 아울러 가을에 가장 아름답게 이별을 했던 이파리들을 안에서 다시 뿜어내려는 기색을 살필 수도 있었습니다. 흐르는 냇물도 좋았고, 발치에서 조그맣게 움트는 초록 풀들도 참 싱싱했습니다. 모르는 이들도 없지 않겠지만, 저기 풀들도 봄을 맞아 확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피었다가 얼어터졌다가를 되풀이하며 처절하게 봄을 맞이한답니다. 그러나 이번에 선암사에서 본 으뜸 구경거리는 절간 부엌이었습니다. 부엌이라기보다는, 밥짓는 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찬 만드는 자리는 보이지 않았..

가본 곳 2010.03.28

소벌 버들에 스며든 연둣빛 봄날

19일 멀리 캐나다에서 온 대학 시절 친구 성우제랑 서울서 책 읽기=도서관 운동을 하고 있는 안찬수랑 창녕 소벌(우포)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이 아주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보람이 있었지요. 소벌에는, 봄이 머금어져 있었습니다. 버들이 마치 아주 잘 생긴 여자의 매우 보드라운 젖가슴 같았습니다. 제가 보면서 '정말 한 번 만져보고 싶지 않냐?' 물었더니 우제는 '그게 아니고 야, 빨아 보고 싶다' 이랬습니다. 우제는 저보다 자유로운 놈이었습니다. 우제는 저보다 센 놈이었습니다. 멀리 그리고 가까이에서, 산들이 보내주는 테두리와 어스럼을 눈여겨 보시면 새롭게 감흥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제가 그랬습니다. "산들이 저렇게 겹겹이 포개져 있어서 여기 풍경이 한결 더 아름답다." 가까이 버들이 머금은..

가본 곳 2010.03.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