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다녀왔습니다. 신라 흥덕왕 때(832년)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으니 무려 1200년이 되어가는 고찰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찰에도 근래에 세워진 거대한 석조 불상이 있습니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건립된 통일약사여래불이라는 게 그것입니다. 줄여서 통일대불이라고도 한답니다. 총높이가 무려 33m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거대한 불상 앞에 있는 건물이 '통일기원대전'인데요. 이 건물의 현판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썼더군요. 통일을 기원하는 불상 앞의 통일기원대전 현판을 군사쿠데타의 주역 중 한 명인 노태우가 썼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전두환과 더불어 광주학살의 원흉이기도 하죠.
건물 중앙의 현판은 노태우의 친필이랍니다. 그의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거대한 약사여래불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부처님의 왼 손 아래에 뭔가 둥근 방울 같은 게 붙어 있었는데요. 저게 뭘까요? 색깔도 다르고 재질도 돌이 아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망원렌즈로 당겨서 찍어봤습니다. 놀랍게도 그건 말벌집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아 크기를 가늠키는 쉽지 않지만, 상당히 큰 말벌집으로 보입니다.
동화사 문화유산해설사 님께 물어봤더니 과연 말벌집이 맞다고 하더군요.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너무 높은 곳에 있는데다, 일부러 제거하는 것도 부처님의 뜻이 아니라고 여겨 그대로 두고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동화사 통일약사여래불 전경입니다. 말벌집 꼭 확인해보세요.
그런데, 얼핏 보면 스님들이 쓰는 목탁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치 부처님의 왼손에 작은 목탁이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에서 보니 말벌집은 여러가지 효능이 많아 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절에서 스님들이 제거하진 않겠지만, 장사꾼들이 몰래 와서 떼어가려 해도 너무 높아서 어쩔 방법이 없겠군요. 저 말벌집의 주인이 자리 하나는 참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갈 일이 있으면 말벌집 꼭 확인해보세요. 과연 몇 년이나 더 저기서 개체를 불려나갈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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