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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혹시 내 할아버지도 친일? 확인해보세요

지난 2004년 8월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의 아버지 신상묵의 친일 행적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언론은 마치 숨겨져 있던 대단한 비밀이 새롭게 밝혀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신상묵의 친일행적은 정부 수립 직후 설립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됐던 친일헌병보 박종표의 조사 및 재판기록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즉 국가의 공식 기록에 이미 다 나와 있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인구에 회자될 수 있었던 것은 '반민특위의 조사 및 재판 기록'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도서출판 다락방에서 총 17권 분량으로 영인본을 묶어냈지만, 워낙 방대한데다 문..

시한부 인생의 아내가 맛에 빠진 까닭

그야말로 혼자 생각일 뿐이겠지만, 이 책 을 집었을 때 퍼뜩 머리를 때리고 지나간 생각은 바로 "얼마나 암담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무력감에 빠졌을까"였습니다. 아내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을 위해 자연식을 시작했답니다. ◇시한부 인생의 아내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 "나는 17년 전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암 환자의 아내다." 책 들머리에 있는 표현입니다. 당시 사정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 사실도 제시돼 있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래서 그 절실함을 더 잘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정이 어땠을까? 얼마나 캄캄하고 절망스러웠을까. 몸과 마음이 받는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절해고도보다 더했을 고독감은 또 어떻게 감당했을까. 여섯 달 뒤에 한 사람은 숨이 끊어져 세상에서 사라지고 ..

쌍용차 진압과 공공의 적, 그리고 김남주

논리를 갖추려고 애쓰는 대신, 그냥 순서대로 써 보겠습니다. 8월 5일 경찰이 평택 쌍용차 도장공장이랑 차체공장 파업 조합원에 대해 진압 작전을 진행하던 날입니다. 일터인 경남도민일보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무렵 집에 가니 텔레비전에서 을 하고 있었습니다. 1. 홍길동 가출과 노동자 파업 - 검사 강철중이 나왔습니다. 널리 알려진 '홍길동' 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법률 규정 때문에 사학 재단 악질을 잡지 못하는 장면입니다. 강철중은 악질을 잡으러 간다고 신분증 떼놓고 나오는데 부장 검사가 말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검찰청 복도였겠지요. 부장 검사가 다그칩니다. "검사가 법을 안 지키면 어쩌겠다는 거냐고!" 강철중이 되받지요. "홍길동이 왜 홍길동 됐는지 아세요?" "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희망제작소에서 우리사회의 희망을 봤다

어제(3일) 하루 휴가를 내고 희망제작소가 개설한 제4기 소셜디자이너스쿨에 네 번째 강사로 다녀왔습니다. 저녁 7시30분부터 거의 10시가 다 될 때까지 강의를 마치고, 11시 20분 심야버스를 타고 마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번 희망제작소 강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좋은 강의실에서 강의해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제가 놀란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우선 총 8강좌에 25만 원이라는 비싼 수강료에 놀랐습니다. 이어 이런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이 56명이나 되었다는 데 또 놀랐습니다. 그것도 당초 7월 12일까지 신청기간이었는데, 예상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아 신청마감을 이틀 앞당겼음에도 정원(50)보다 6명이 더 많은 사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강신청 마감을 알리는 공지..

작은 MB 마산시장 거짓말 밝혀낸 시의원

공직자의 작은 거짓말이 종종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정부나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와 행정은 존재이유가 없다. 마산시가 지난 2년 동안 수정만 매립지에 STX 조선기자재공장 유치를 위해 제시해온 지역경제 효과는 상당부분 '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단순한 과장 정도가 아니라 명백한 허위·날조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게다가 마산시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은 이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STX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368세대 500여 명의 주민들 중에 불과 20명"이라고 주장했으며, "20명이 넘을 경우 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반대주민의 숫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의 "직을 걸겠다"는 이 발언은 마산시의회 속기록에도 그대..

중남미 소설을 읽는 남다른 재미

2009년은 쿠바 혁명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미국서 사는 쿠바 사람 에드문도 데스노에스(79)가 쓴 소설 은 1965년 쿠바에서 출간됐답니다. 에드문도는 미국 뉴욕에 머물다가 피델과 게바라가 혁명에 성공한 뒤 쿠바로 돌아가 혁명 잡지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은 67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에드문도는 그 작업에도 참여했고 또 영화 도 아주 아낀답니다. 에드문도는 1979년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에드문도는 자기 작품 가운데 이 소설을 가장 '편애'합니다. 은 재판을 하지 않아 절판돼 있었습니다. 2003년 쿠바 국가 서적위원회에서 새로 펴냈습니다. (망명한 '것'의 책을 공공기관에서 내 주다니, 우리나라식 상상력으로는 그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다시 펴낸 책 후기에서 에드..

남해사람 박희태, 양산과 궁색한 인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잇달아 거친 말을 쏟아냈다. 절반 정도는 공천을 노린 수작이다. 27일 박희태는 미디어악법 '날치기 미수 사건'을 두고 "이번에 우리는 매듭을 한 번 잘랐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타협이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풀리지 않을 때는 그 매듭을 한번씩 잘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모조리 죽이는 법안의 통과를 강행하려 해놓고는 "매듭을 잘랐다"고 했다. 목이 졸려 죽을래? 아니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 죽을래? 두 가지를 내놓고는 "양보와 타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잘랐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 겸영과 대자본의 방송 진입 허용을 통해 매체 독과점을 조장해 놓고는 "이번 돌파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앞선 23일에는 '미수'에 그친 미..

그 여자와 남편은 왜 책을 읽었을까

여기, 책이 두 권 있습니다. 모두 책에 관한 책입니다.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와 (허정도 지음).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아닌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책 읽기를 통해 형성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 읽는 여자 = "타냐, 나도 당신처럼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요. 하지만 '체험'하는 만큼의 기쁨은 아니에요. 진짜 사랑, 진자 두려움, 진짜 분노, 진짜 기쁨이 아니란 말이에요. 책 읽는 건 구경이에요. 나랑 같이 있으면 사랑과 기쁨을 느끼게 해 줄게요. 분노와 슬픔도." 책과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서로 알고 사랑하게 된 칼과 타냐. 소설 대단원에서 칼이 타냐의 책을 불태우면서 하는 얘기랍니다. 이어지는 타냐의 생각과 행동. '내가 이 집에서 혼자 경험한 ..

7080 음악다방 인기DJ 이영범씨의 꿈

70·80년대 '음악다방'이 2000년대 '음악주점'으로 부활했다. 마산시 창동 옛 학사주점 골목의 '청석골' 이야기다. 당연히 DJ(Disk-Jockey)도 있고, 'DJ박스'(음악실)도 있다. 종업원이 갖다준 종이쪽지에 레드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적어 넣고 기다렸다. 이윽고 큼직한 헤드폰을 머리에 쓴 DJ가 해설멘트를 하기 시작한다. 지미 페이지, 로버트 플랜트, 존 폴 존스, 존 본햄 등 멤버의 이름과 이 곡이 실린 앨범, 존 본햄의 죽음과 팀 해체에 이르기까지 능숙한 멘트가 끝날 무렵, 귀에 익은 기타선율이 흘러나온다. 청석골의 메인DJ 이영범(52) 씨의 외모는 MBC라디오의 유명한 DJ 이종환 씨의 약간 야윈 모습을 연상케 한다. 목소리의 톤과..

일본의 절망이 한국의 미래상이라면?

1. 는 어쩌면 우리 미래에 대한 책입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를 두고 유럽형으로 갈까, 미국형으로 갈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유럽 지향이냐 미국 지향이냐 하는 논란이 어쩌면 가소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일본이 우리와 얼마나 닮아 있는지 따져 보게 됐습니다. 많은 부분 사회 현실에서 우리는 이미 일본식 사회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미국한테서 지배적으로 규정받고 있으며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복지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를 읽으면서, 유럽을 모델로 삼을까 아니면 미국을 모델로 삼을까 고민하기 앞서서, 이미 일본을 닮아가는 한국 사회 현실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다는 생각이 하게 된 까닭입니다. 일본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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