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희망제작소에서 우리사회의 희망을 봤다

기록하는 사람 2009. 8.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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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 하루 휴가를 내고 희망제작소가 개설한 제4기 소셜디자이너스쿨에 네 번째 강사로 다녀왔습니다. 저녁 7시30분부터 거의 10시가 다 될 때까지 강의를 마치고, 11시 20분 심야버스를 타고 마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번 희망제작소 강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좋은 강의실에서 강의해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제가 놀란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우선 총 8강좌에 25만 원이라는 비싼 수강료에 놀랐습니다. 이어 이런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이 56명이나 되었다는 데 또 놀랐습니다. 그것도 당초 7월 12일까지 신청기간이었는데, 예상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아 신청마감을 이틀 앞당겼음에도 정원(50)보다 6명이 더 많은 사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4층 강의실 연단 모습. 이렇게 좋은 강의시설에서 강의한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수강신청 마감을 알리는 공지글 아래에는 7명이 조기 마감을 아쉬워하며 다음 5기에는 꼭 신청하겠다는 댓글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역시 서울은 인구가 많다 보니 이런 강의에도 사람들이 몰리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강의 시작 전후로 수강생들의 조별 소개가 있었는데, 이 광경을 보면서 그들의 높은 열의와 각오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강의 시작 전 아직 수강생이 모두 오지 않은 상태. 오른쪽이 담당자인 강유가람 님.


수강생들은 어림잡아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았고, 40, 50대도 제법 눈에 띠었는데, 그들 중에는 민간기업의 직장인도 있고, 공직에서 일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사회적 기업이나 공익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 이 강의를 듣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에 만족하지 않고, 공익적인 분야에서 새로운 삶의 만족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강남고속터미널로 가려면 택시를 타고 지하철 경복궁 역까지 가야 합니다. 택시를 기다리던 중 제 강의를 들으신 한 분이 승용차로 태워주시더군요. 차 안에서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강의에 수강생이 56명이나 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서울은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대개 이런 강의에 이 정도 사람들이 몰리나 보죠?"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 외관.


그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서울도 예전에는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희망제작소 뿐 아니라 민언련 같은 단체의 강의도 그렇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스쿨도 1기보다 2기가 많았고, 3기, 4기로 오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답니다. 그분과의 대화에서 이런 추세가 현 정권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심야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강의 요청서'의 '제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개요-제안배경'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안정된 직장만을 바라며, 사회변화와 정의에 대한 꿈을 잃어버렸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젊은 세대가 새로운 대안 세상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공익적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등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력과 이해력, 그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우리 시대 공공적 지식인들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은 새로운 감수성을 가지고 공공 영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도전의식을 지닌 사회변혁가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사회변혁가'를 양성하는 강의에 갈수록 수강생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 건강하다는 반증일 겁니다. 아무리 MB정권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고 해도, 오히려 그럴수록 거기에 대항하려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 4시 잠시 눈을 붙인 후 회사에 나와 하루종일 일에 파뭍혀 지냈습니다. 신문 5개 지면을 모두 마감한 저녁에야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스쿨 담당자인 강유가람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강유가람님의 이야기도 같았습니다. 매 기수마다 수강생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미 1, 2, 3기 수료생 중에는 NPO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분도 있고, 자기 나름의 공익 프로젝트에 착수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은 진행 과정에서 워크숍을 통해 자신이 계획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반드시 발표하도록 하고 박원순 상임이사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도 모두들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혹시 사회적 기업이나 NPO(비영리단체) 등에서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은 분은 없나요? 그렇다면 가을에 개설될 제5기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스쿨에 가보세요.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사회를 디자인하는 작업에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4시 소셜디자이너스쿨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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