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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여수시청의 남자변소 옆 여직원휴게실

8월 22일 전남 여수에 갔을 때 일행이랑 타고 간 자동차를 여수시청에 세워 놓았더랬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줌이 마려워 청사 안에 있는 변소에 들어갔는데 바로 옆에 '여직원 휴게실'이 있었습니다. 1층 한가운데 로비를 가로질러 가면 남자 변소랑 여직원 휴게실이 나옵니다. 좀 이상했습니다. 변소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큰 복도를 마주하고 나란히 붙어 있는 그런 식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지요. 그런데, 여직원 휴게실에 가려면 남자 변소가 있는 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같이 들어가야 하게 돼 있었습니다. 오다가다 변소를 드나드는 남자 직원들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좀 민망한 느낌이 들 것도 같았고요, 변소를 개조한 수준이라 휴게실 공간이 작은 까닭에 거기 들어 있는 시설도 옹졸하겠다는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미국의 속살

김종철이 쓴 을 읽으니 제가 모르고 있었던 미국의 모습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혼자 알고 있기가 아까웠습니다. 다른 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제가 좀 부끄럽게 되겠습니다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대목도 있고요, 그냥 '아 재미 있구나' 하고 넘어갈 구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1.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 백인 남성의 힘 백인은 유권자의 38%만을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 줄어들고 있는 소수 그룹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래(1964년 압도적 승리를 거둔 린든 존슨을 제외하고) 대통령직을 차지한 민주당원은 모두 백인 남성의 표 없이도 선거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백인 여성, 흑인 남성 및 여성 그리고 히스패닉 남성 및 여성들의 압도적 다수가 그들을 찍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었다.(22쪽) 2. 아메리..

'1박2일', 시골 향수 향하는 집단 가출

은 '시골 마을'과 '1박2일'을 짝지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지요.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잘 알려진 마을로 이어지고 하나는 그렇지 않은 마을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잘 알려진 마을로 가는 길에 몸을 싣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은 그렇게 하지 않았네요. 조건이나 상황이 같다면, 발길을 숨겨져 있는 마을로 향하게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시골스러운 마을을 골라잡는 것입니다. '시골 마을'을 미덕으로 삼은 때문이겠지요. 대부분 여행 안내 책자는 며칠씩 묵는 일정을 일러주더군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그 쪽이 멋도 있고, 깊이도 있고, 느낌도 풍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일상이 팍팍한 대다수에게는 그리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 그림입..

해수욕장서 오줌을 못 눌 뻔했던 까닭

8월 21일 딸이랑 둘이서 중3 여름방학 마무리로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을 다녀 왔다. 주말이 아닌 금요일이라 붐비지는 않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 두 시간 남짓 웃고 얘기하고 낙서하고 사진찍으며 거닐다가 횟집에 들러 자연산 회(값이 많이 비쌌다. 6만원!!)를 주문해 먹는 호기도 부렸다. 바닷가에 있을 때, 우리 딸 현지는 까딱 잘못 했으면 오줌이 마려운데도 꾹 참을 뻔했다. 물론 횟집 같은 데 들어가 잠깐 변소를 다녀오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임시 변소가 늘어서 있기는 했지만 '여자용' 표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임시 변소가 세 칸 있었다. 첫째 문제는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변소 세 칸 모두 위에 남자 표지(파란색)와 여자 표지(..

여수 오동도엔 엄마를 위한 배려가 있다

8월 22일 전라남도 여수 오동도에 갔더니 다른 데서는 본 적이 없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오동도 자체는 콘크리트로 뭍이랑 붙어 버려서 별다른 매력이 없었지만 이 시설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일터로 삼고 있는 경남 마산에 견주자면, 돝섬 정도 되려나 싶습니다. 돝섬은 아직 뭍이랑 이어지지 않았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제가 말씀드리려는 그것이 없습니다. 제가 본 것은, 오동도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수유시설(수유실)입니다. 제가 남자인지라 안에까지 들어가 보지 않아 얼마나 시설이 잘 돼 있는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전에는 어디에서도 이런 수유시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데도 공공시설이라면 설치가 돼 있을 텐데 내가 남자라 관심을 둘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보지 못했..

나는 박진영 같은 싹수머리가 부럽다

1. 지역 문인을 만나 박진영을 얘기했다 9월 10일 지역 문인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주섬주섬 몇 마디 거들었습니다만. 전국을 아우르며 그러면서도 지역을 중심으로 문단 풍토를 들려줬습니다. 쓴소리하는 중진이 없을 뿐 아니라 신진은 아예 싹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며 후배들을 보살피고 키워주는 원로도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원래 이 이야기는 '문단이 참으로 조용해졌다'는 입질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인간들이 모인 동네가 문단인데 조용하다니요? 게다가 더 조용해졌다니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말도 않고 눈치만 슬금슬금 보거나 눈치도 보지 않는 풍토로 바뀌었다 했습니다. 이런 말을 제게 들려주신 이는 좀 시끄러운 편이십니다만. 까닭이 무엇일까 얘기하다 보니 결국 '비..

혼인빙자간음죄를 이모저모 뜯어보니…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제304조가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형법 제304조는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04호 다음 괄호 안에 '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이라 적혀 있군요. 먼저 법률 전문을 보실까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범죄 주체는 남자가 되고 범행 대상은 그냥 '부녀'가 아니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입니다. 누가 법률 아니라 할까봐 그러는지, 낱말부터가 어렵군요. 사전을 한 번 뒤져보겠습니다. 빙자(憑藉)는 핑계를 내세움이고, 위계(僞計)는 거짓 계책이며, 상습(常習) 늘 하는 버릇인데, 부녀(婦女)는 결혼한 여자와 ..

한 중학교 교사의 이상한 설문조사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랑 친한 한 중학생에게 들었습니다. 학생이 그리도 못 미더운 모양입니다. 이상한 방법으로 설문조사를 했답니다. 설문조사 근본 취지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얘기를 처음 듣고는 사실과 다를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확인해 보라고까지 했습니다. 실태를 제대로 알려고 하는 설문조사일 텐데, 선생님이 바라는 대로 표시를 하라 했다는 것입니다. 설문조사를 당할 학생을 미리 뽑았습니다. 한 반 학생이 서른 명이라면 그 가운데서 일곱이나 여덟을 불러냈습니다. 그러고는 따로 모아 설문지를 나눠주고 답을 적게 했습니다. 9월 초순에 있었던 일입니다. 설문 항목은 선생님 공부를 가르치는 방법이 마음에 드는지, 수업할 때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수업에 대한 만족..

오바마를 거울에 비추면 MB가 보인다?

이라는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바마를 거울 삼아 한국 사회를 바라보다'가 부제(副題)로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책을 잡을 때는 부제가 솔깃했지만 읽을수록 시큰둥해졌습니다. '오바마의 미국'에 비춰보니 'MB의 대한민국'이 거꾸로 찍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보니, 부제가 아주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울' 덕분에 생긴 연상(聯想)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추면, 왼손이 오른손이 되고 오른손이 왼손이 되지 않습니까. 뒤바뀌어 보인다는 얘기입니다.(출판 의도와는 아마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이 왼쪽에 있고 국가가 오른쪽에 있지만, 한국은 왼쪽에 국가가 있고 오른쪽에는 대통령이 있는 식입니다. '오바마는 미국보다 진보적이지만, 이명..

존 로크의 혁명론이 한국사회에 준 영향

1. 촛불 시위의 배후는 외국인? 영국의 존 로크는 혁명권을 얘기했습니다. 이 혁명권 사상이 대한민국 헌법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 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지요. 황광우는 자기가 펴낸 에서 이렇게 주장한 존 로크가 촛불 시위의 배후라고 알려준답니다. "10억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광우병 발생의 위험 때문에 100만 개의 촛불이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밝게 비춘 것은 역사의 전례가 없는 희한한 사건이었다. 이 거대한 촛불 시위의 선두에 선 것이 순진무구한 중3 여학생들이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시위의 배후 교사자를 찾지 못해 안달하던 청와대의 문맹文盲이 몹시도 희극스러웠다." 이어서 말하지요. "중3 여학생들에게 죄가 있다면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의 가르침대로 길거리로 나선 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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