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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인문학 공부가 국가 자치단체 책무라고?

인문학 공부는 자기 발 밑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필요하고 또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욕망을 좇아 고개를 높이 쳐들고 앞만 보고 살기 때문에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린 바대로 김해시가 지난해부터 이처럼 사람 발 밑을 밝히는 공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관련 글 : 우리나라에도 인문학을 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http://2kim.idomin.com/1110) 김해 인문학 읽기의 주체들에게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문학을 하는 보람과 느낌,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가 보겠다는 그림의 일단이 여기에 있습니다. 김해시가 주관하는 인문학 읽기로는 '2009 CEO 독서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2009 시민 인문학 강좌'는 인제대학교 인문학..

4대강 살리기 삽질 비껴난 함안제방

이른바 4대강 살리기로 낙동강이 몸살을 앓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낙동강을 본류 삼아 흘러드는 남강은 뱃길 살리기를 한다고 난리입니다. 함안·의령·진주 같은 유역 자치단체가 나선다고 합니다. 다만 함안천은 이런 난리법석에서 비껴 앉았습니다. 함안천은 남강과 만나는 악양루 일대 끝머리만 난리법석 삽질을 겪게 됐습니다. 나머지 35km남짓 되는 함안천은 삽질을 겪지 않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함안천을 둘러싼 함안제(堤)를 이번에 찾아 봤습니다. 이태 전 본 고운 속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요. 참고 삼아 말씀드립니다. 함안천은 끝에 천(川)자가 달린 하천 가운데 몇 안 되는 '국가 하천'입니다. 강(江)이 아니고 천(川)이지만 중요한 물줄기라는 말입니다. 함안은 우리나라에서 제방이 가장 많은 고장이랍니다. 5..

김대중 대통령 보내는 한 빨갱이의 소감

김대중 노무현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제가 조문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니까 비판·비난하는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붙었습니다. 비판·비난을 하는 까닭을 두고 좀 생각을 해 봤더니, 본문 내용보다는 아무래도 제목 탓이 큰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목이 적절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십사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핑계삼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제목은 제가 달지 않았고요, 같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주완 선배가 '내가 노무현·김대중 조문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붙였습니다. 제가 처음 단 제목은 이렇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보내는 한 빨갱이의 소감'. 그렇다 해도 지금 와서 제목을 바꾸면 오히려 비겁하고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그대로 두겠습니다.(계속 욕을 얻어 먹더라도) 대신 원래 제목 아래 이렇게 ..

내가 노무현·김대중 조문하지 않은 까닭

1. 나는 조문하지 않았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와 마찬가지로 조문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휴대전화를 타고 "그 분 돌아가셔서 무척 슬프다"는 문자가 누군가에게서 들어왔다. 나는 답글을 적었다. "나는 그리 슬프지 않은데. 별로 관계도 없고. 그리고 자연사고, 연세도 높으시고." 김 전 대통령 국장이 치러지기 전날인 22일 여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이튿날 돌아왔다. 우리가 자동차를 세워둔 여수시청 한쪽 구석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일행은 거기 들러 향을 사르며 조문을 하고 왔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서 와 한 장씩을 얻어와 펴 놓고 읽었을 뿐이다. 나는 알고 있다. 마음이 따뜻한 수많은 사람들이 평소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아무 인연이 없이 살았으면서도 그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인문학을 하는 도시가 있다

이른바 '선진국'에는 이런 도시가 드물게나마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자치단체'가 있습니다. 공부를 해도 돈이나 권력과 관계되지 않은 분야는 찬밥 신세인 우리 실정에서는 참으로 뜻밖이고 또 놀라운 일입니다. 자치단체장은, 인기 있는 정책을 먼저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대학 같은 학문 공동체에서조차도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분야인 인문학을 꾸준히 하는 데가 있습니다. 무슨 '시민 아카데미' 따위를 한다 해도 대부분은 얄팍한 처세술 따위 책으로 전국에 이름을 얻은 인물이나 불러대기 십상인데 이 도시는 그렇게도 하지 않습니다. 경남 김해시입니다. 단체장이 소신이 있으면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나 봅니다. 김종간 김해시장은 2007년 10월 '책 읽는 도시'를 선포했습..

엉터리 국사 교과서와 '선덕여왕'의 잘못

1. 월야-유신의 동맹 위에 선 덕만 24일 은 미실과 덕만이 정면으로 다투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식을 하는지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변고를 두고 미실과 덕만이 지혜를 겨루는 것입니다. 덕만이 이렇게 미실과 맞서는 배경은 따로 있습니다. 어쨌든 재미는 짭짤하더군요. 하하. 배경은 지난 주 화요일 18일 방송됐던 스토리입니다. 김유신이 가야 재건을 노리는 복야회 본거지로 찾아갑니다. 가서는 복야회 우두머리 월야와 담판을 짓습니다. 그러고 나와서, 비담 등과 함께 복야회 구성원들에게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덕만에게 복종을 맹세합니다. 담판이 잘 마무리됐다는 뜻입니다. 월야는 아버지가 가야 마지막 임금 이뇌왕(異腦王)의 아들인 월광태자로 나옵니다. 이 또한 말이 안 됩니다.(김유신은 595년 출생입니다. 월광태..

김 전 대통령 업적, 민주 평화말고 더 없나

1. 김 전 대통령 업적으로 꼽히는 것들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이 업적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반독재 민주화와 평화, 통일, IMF 외환 위기 극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 쪽 면만 본 것입니다. 굳이 성향으로 나누자면 자유주의자나 민족주의자, 그리고 심지어 보수 성향 인사들은 이런 얘기만 해도 됩니다만,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기에 갇히면 안 됩니다. 김 전 대통령 업적을 이렇게만 꼽을 경우 우리는 이런 업적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독재 민주화가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에 머물러 멈추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평화와 통일은, 겨레 모두의 문제이기는..

경상도 40대 남자의 김대중에 대한 기억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아마도 한국의 40대 이상 국민 중 '김대중 = 빨갱이'라는 세뇌공작에서 자유로웠던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그가 떠난 지금, 나도 내 기억 속 '김대중의 시대'를 기록으로 정리해두고 싶어졌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희한하게도 나는 그때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박정희와 김대중이 유력한 후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 담벽에 붙은 선거포스터를 보던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빨갱이 나라가 된다카데?" "그라모 큰일이네? 우린 이제 죽었다."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 될까 두려웠던 시절 그 후 선거일까지..

고성 '소가야'는 과연 '작은 가야'였을까?

1.문화유산 풍성한 아름다운 고성 요즘 들어 고성군을 몇 차례 들른 적이 있습니다. 고성은 자연이 아름답고 그만큼 역사가 오래돼 문화유산이 풍성한 고장이라는 느낌을 갈 때마다 받습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너무' 이름나 있거니와, 그 말고도 바다와 산과 들판이 한데 어울리고 옛 산성과 절간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읍내에 있는 송학동 고분군이랍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발굴한 다음 말끔하게 정비한 봉분 3개가 크게 솟아 있습니다. 5세기 후반 대가야의 팽창으로 말미암아 줄어들기 전, 400년 앞뒤 100년 동안 일대를 다스린 최고 지배자의 위상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2. 고성 옛 이름이 과연 '소가야'일까 고분의 실체를 두고 사람들은 대개 '소가야(小伽耶)'라고들 합지요. 고..

장미 그림에서 피냄새가 나는 이유

1. 화가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끄트머리에 요즘 잘 나가는 젊은 시인 김경주의 발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림에서, 색채나 구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마음 깊은 곳을 읽는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오래된 그림을 대하는 자들의 심연을 이렇게 바라본다. 그들은 잠수함을 타고 그림의 수면으로 내려가 화각 빚어낸 물감과 선으로 흘러간다. 잠수함을 타고 그림 속을 흘러다니면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던 순간의 '시차'들을 찾는다. 어느 순간, 그 시절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눈동자와 정확히 시선을 마주한다. 이 때 그는 하나의 그림을 본다는 표현보다는 화가의 내면으로 가라앉아 그의 해저에 닿은 것이다,는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른다. 아니 목격했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지 모른다." 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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