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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시인이 상처를 초월할까봐 겁나는 시집

"손영희의 첫 시집엔 한 여자가 시인에 이르는 아픈 시간의 궤적이 기록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정미숙이 손영희의 첫 시집 말미 해설 '오래된 정원의 합창'에서 적은 글입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상처 받은 한 여자가 그 고통과 그 시간을 눌러 써 담은 시집이다." 표제작 '불룩한 의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칼금 선명한 빈터의 의자 하나 잘 여며졌다 믿었던 상처의 장물들이 거봐라 속수무책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내 몸의 바깥은 저리도 헐거워서 무심한 바람에도 쉽게 끈이 풀리고 누굴까 벼린 오기의 손톱을 세우는 자(전문) '잘 여며졌다 믿었던 상처의 장물들'에 절로 눈길이 쏠립니다. 시(조)에서 찾기는 그이의 '상처'는 이렇습니다. "지독한 안개가 길을 지우고 있다// 나는 나까지 지워..

진평왕은 을제대등을 봉고파직할 수 없었다

저는 때때로 조그맣고 자잘한 일에 신경을 꽤 쓰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글을 쓰면서는 내용 구성이 제대로 됐는지도 보기는 하지만, 아울러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데도 잘못이 있지 않나를 좀 더 살피는 편이거든요.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큰 줄거리를 따라 재미있게 보기는 하면서도, 전체 맥락이 어그러져서 맞지 않는 대목이나 엉뚱한 연출이나 대사로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곧잘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담당 PD가 조금만 더 보살피면 생기지 않을 일인데요, 이를테면 7회 째인가에서 어린 화랑 김유신에게 '지퍼'가 달린 군화를 신겨서 왔다갔다 하게 해 놓고는 다리 부분을 집중 촬영한 장면은 진짜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딸이 보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곁눈질하다..

표성배의 공장이 왜 이토록 빛이 날까?

1. 망치 소리가 피아노 바이올린 소리 같다고 누구든지 그이의 시집에서 '망치의 노래'라는 제목만 보면, 곧바로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을 여는……' 하는 80~90년대 투쟁 노래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한 번 보시지요. 누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가 세상 처음 소리처럼 맑아 마음이 다 녹아내리는 누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가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바람 같은 선율이란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나도 몰래 다리를 흔들게 하고 나도 몰래 온몸에 활기를 넘치게 하는 선율이란 이런 것이라는 믿음 땅 땅 땅땅 따아앙 따아앙 따아아앙 내 몸이 나도 모르게 긴장에서 풀어지는 저 소리는 나의 피아노 소리 나의 바이올린 소리(전문) 노동이 삶을 포섭하고, 삶이 노동을 포섭했다고 할 수 ..

수녀원 향해 '남자냄새' 운운, 지나치다

언제, 어디에서나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발전' 논리를 내세워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 경남 마산의 수정만 매립지의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를 둘러싼 찬반논란도 그렇습니다. 반대주민들은 'STX유치반대 수정마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싸우고 있고, 찬성주민들은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마을에 있는 트라피스트수녀원이 세계적으로 엄격하기로 유명한 봉쇄를 풀면서까지 반대주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수녀원의 이같은 태도에 글로벌기업이라는 STX와 마산시, 그리고 찬성측 '뉴타운추진위'가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녀원만 가만히 있어주면 반대주민들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수녀원 앞에서 불경 틀며 농성하는 사람들

지난 6월 29일 기자는 이 지면을 통해 마산 수정만 매립지에 STX 조선기자재공장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수녀와 마을 주민을 만난 적이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찬반 여부를 떠나 마산시의 '수정만 관련 거짓말'을 밝혀낸 송순호 마산시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뉴타운추진위 찬성논리 들어보니… 이번엔 찬성 쪽이나 마산시의 논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산시의 경우, 실무책임자인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이 '직을 건 반대주민 20명 주장'으로 사퇴 압박에 놓여 있어서인지 섭외 자체가 쉽지 않았다. 찬성 쪽 주민단체인 '수정뉴타운추진위' 박만도 상임위원장도 16일 오전 10시쯤 트라피스트수녀원 앞 농성장에 나오겠다고 했으나 당일 아침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컨테이너 사무실 1동과 천막, 이동식 간..

결선투표제 하면 '도착증'이 없어진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하면, 대통령이 다수를 대표할 수 있는데다 갖가지 정치 세력이 연합할 수밖에 없으므로 통합도 되는 한편 독단적 권력 행사도 줄어들 수 있다는 글을 하루 전에 썼습니다. (관련 글 : MB, 왜 결선투표제는 제안하지 않았을까)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리하면 우리나라가 '술 권하는 사회'에서 한 발자국이나마 더 멀어지는 보람까지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보기를 찾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던 노무현이 무섭게 떠오르고, 유력 후보였던 정몽준이 선거 막판에 노무현 지지를 밝히며 사퇴했다가 다시 물리는 등,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극적이고 역동적이었기에 보기로 삼았습니다. ..

MB, 왜 결선투표제는 제안하지 않았을까

1. 국회의원 선거구만 건드린 광복절 경축사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광복절 64주년 경축사에서 '정치 선진화'를 내세웠습니다. 그이는 "정치의 선진화 없이 나라의 선진화는 없습니다."라며 '깨끗한 정치'와 '생산적 정치'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좋은 말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두고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러 번의 정치개혁을 통해 과거보다 깨끗해진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불법 자금을 받지 않는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약속하는" 한편 "친인척 비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울러 공직사회 부정·'토착 비리'·'권력형 비리'의 근절 방안도 적극 모색하겠다 했습니다. 이어서 그이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하지만 너무 잦은 선거로 국력이 소모되고 있..

육식이 좋지 않다고? 좀 따지지 마라

를 쓴 마이클 폴란이, 이번에는 잡식동물 앞에 행복한 밥상을 차려 내 놓았습니다. '잡식동물의 권리 찾기'가 부제(副題)랍니다. 인간이라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과연 이 책이 해결해 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절반은 농담입니다만,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이 음식 만드는 이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하.. 1. 음식을 먹어라? 그이가 써낸 책 에 따르면 인간은 '걸어다니는 옥수수'일 따름입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식품이 대부분 옥수수에서 나왔고 그것을 사람들이 즐겨 '섭취'한다는 것입니다.('먹는' 것이 아니고요) 맥도날드표 치킨과 콜라를 마실 경우 옥수수에 옥수수를 얹어 먹는 꼴이라는 얘기랍니다. '치킨'이 먹는 모이의 대부분은 옥수수로 만들었고, 콜라에 들어 있는 ..

술 접대는 뇌물이고 골프 접대는 아니다?

1. 접대 골프로 경남이 떠들썩 접대 골프로 경남이 떠들썩합니다. 경남 지역 기관장 4명이 창원 지역 기업인들의 돈으로 골프를 치고 점심을 먹으며 술까지 곁들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싶습니다. 여태 신문 방송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8월 2일(일) 오전 김해 정산컨트리클럽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이인구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김태교 창원 39사단 사단장, 박완수 창원시장 넷이 창원경영자협의회 이택우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여덟 명과 골프를 치고 점심 자리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이번에 이들은 넷씩 나눠 세 팀으로 골프장을 돌았답니다. 골프 치는 데 든 비용은 130만원남짓 되는데, 이 회장이 동반자도 비용을 물지 않아도 되는 특별회원권을 갖고 있어 함께 한 박 시장 등은 돈을 내지 않았고 특별회원권이 ..

짐승 똥과 오줌이 사라지는 신기한 축사

1. 옛날, 지독했던 돼지우리 제게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2002년 경남 사천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들어갔더니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둘러보니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 이리저리 둘러보니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냄새의 원인은 돼지 우리였습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돼지 우리들은, 지붕과 벽이 콜타르 칠이 돼 하나로 붙어 있었고 창문 비닐 비료 포대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그래 호기심에 문 틈으로 안을 엿봤더니, 돼지들이 그야말로 몸을 돌릴 여유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 이 돼지들을 '꿀꿀'거리지 않았습니다.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습니다. "꽤애애액, 꽤애액' 이렇게 말입니다. 돌아나왔습니다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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