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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나무 옷걸이가 일깨운 따뜻한 기억들

'함양'……, 이라 하면, 저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제 어린 시절 짧은 한 때를 보낸 곳입니다. 여섯 일곱 살 이태 동안인 것 같은데, 여섯 살 1968년 음력 8월 20일 할머니 상을 당해서 아버지 어머니랑 함양에서 창녕까지 먼 길을 한밤중에 자동차를 타고 달렸던 서늘한 기억이 있습니다. 보통 고향이 가장 따뜻하고 포근하고 웃음 머금게 하는 기억이 많다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향이 창녕인데, 어릴 적 세 살 네 살 적 기억은 딱 한 토막밖에 없고, 나머지 여덟 살 국민학교 시절부터 기억은 전혀 유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함양에서 지낸 이태는 따뜻하기만 합니다. 유쾌하지 못한 기억은 하나뿐입니다. 아버지랑 닭장을 만들다가, 아버지가 철사를 잘못 휘두르는 바람에 제가 장딴지를 다쳤..

'노무현 고인돌' 장묘문화 새바람 불까?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에 대해 각 언론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어려운 말과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과 모래, 묘역의 규모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은 복잡한 설명 필요없이 그냥 '고인돌(支石墓)'입니다. 고인돌 중에서도 작고 낮은 남방식 또는 개석식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덤을 설계한 유홍준 비석건립위원장의 설명도 그랬습니다. ① 기본은 비석이다. 어찌됐든 돌이다. ② 지하에 안장시설을 하고 그 위에 돌을 얹는다면 = 고인돌(支石墓) ③ 아주 작아야 한다. 북방식(北方式)이 아닌 남방식(南方式) ④ 그렇다면 창녕 유리 고인돌(메주덩이)가 아닌 고창 상갑리 고인돌(너럭바위)이다. 유홍준 씨는 "화장된 유골을 산골하지 않고 매장을 하되 봉분은..

동병상련이 된 지역신문과 지역서점

지역신문도 어렵지만, 지역서점도 명재경각(命在頃刻)의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숨통이 오늘 끊어질지 내일 끊어질지 모르는 그런 상태입니다. 지역신문은 조·중·동의 불법 경품에 시달리고, 지역서점은 서울에 본사가 있는 대형서점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신문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는 신문고시와 도서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는 경품고시 해당 조항을 없애려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국회에 걸려 있는 한나라당의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제10조 2항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와 무상 경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가 삭제돼 있습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통해 △경품이 1년 구독료의 20%를 넘으..

오를 때보다 바라볼 때가 더 멋진 지리산

1. "달궁 마을에 살았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으로 보나 온통 산. 여기서 나고 자라 세상이 다 이렇게 생긴 줄 알았는데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여기가 산 중의 산 지리산이라고 했다. 관심이 없다가 그 사람들이 봉우리를 꼽아줘서 이름도 알았다. …… 올라본 적은 없다. 만날 나물 따고 송이 따러 가는 길이 온통 산인데, '산에 놀러 가라'는 내게 천부당만부당이었다." "별명을 가진 논들도 있다. 옛날 어느 농부가 자기 논을 세어 보았는데 하나가 모자랐다. 그는 갸우뚱거렸다. 벗어놓은 삿갓을 집어들었더니 그 속에 논이 숨어 있더라 하여 '삿갓배미'다. 물론 피아골 논만 대단한 예술품일 리 없다. 완만한 구릉이든 까마득한 비탈이든 계단식 논들은 모두 먼 옛날 누군가의 첫 손길로 깎이고 셀 수 없이 많..

'선덕여왕' 죽방거사 등장의 사실감

1. 약방의 감초 구실을 하는 죽방 6회분인지 7회분인지에서 '죽방거사'가 나옵니다. 천명과 덕만이 국선 문노를 만나기 위해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이 성주(城主)로 있는 만노성으로 갑니다. 여기서 덕만이 문노가 어디 있는지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죽방거사'를 만납니다. '죽방거사'는 사기꾼으로 스님 행세를 합니다. MBC 홈페이지에 갔더니 '죽방'은 '1두품 평민'으로 '덕만의 난도'라고 소개돼 있었습니다. '죽방'은 같은 '1두품 평민'으로 나중에 '덕만의 호위 무사'를 하게 되는 '고도'와 함께 다닙니다. 문노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척하면서 덕만에게서 금붙이를 받아 챙깁니다. 그러면서 김유신과 덕만을 잇고 덕만과 천명을 이어주는 구실도 합니다. 이렇게 죽 늘어놓고 보니 '죽방거사'의 드라마 속 구실이..

'선덕여왕'을 보던 중 거슬렸던 몇 가지

4일 토요일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좀 생긴데다가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얘기도 하고 해서 을 봤습니다. 채널 15에서 1부에서 6부까지 한꺼번에 내보내더군요. 이야기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전개가 되더군요. 짜임새도 탄탄한 것 같고요, 미실로 나오는 고현정을 비롯해 등장인물들도 전형성을 띠고 있고 배경 음악도 정말 그럴 듯했습니다. 같이 보던 중3 딸 현지가 흠뻑 빠져들 정도였습니다. 6부가 끝나고 나서 현지가 아쉬워하기에 인터넷에서 거금 5000원인가를 들여 '다시 보기'로 나머지도 더 봤습니다. 저는 먼저 잠들었지만, 현지는 제가 자는 옆에서 계속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꽂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대목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스토리의 전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였지만, 조금만 더 세심하게..

비정규직 논란서 드러난 대통령 논술실력

7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정규직 보호법 근본 대책은 고용 유연성"이라 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천성이 둔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비정규직 보호와 고용 유연성은 전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보호에서 곧바로 고용 유연성을 끄집어내 올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랬습니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리고 7월 1일 실행에 들어간 비정규직 보호법을 두고 "국회가 적절하게 기간을 연장해 놓고 그 기간에 근본적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사실 연기도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고용 유연성인데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서는 "처음..

법 무시하는 판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법치(法治) 국가인가요? 이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아마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라"가 될 것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共和)국일까요? 이 대답도 정직하게 하면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라"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근대 국가에서 '민주'와 '공화국'은, 법률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민'을 '주인'으로 삼으려면(민주), 그 엄청나게 많은 민을 차별 없이 규율하는 법률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 함께 화합하려면(공화) 무엇이 화합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과 화합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법률로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근대 국가들은 법치주의를 뿌리와 줄기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처럼 '법치주의'가 '개 풀 뜯는 소리'..

로컬푸드와 슬로푸드는 어떤 관계일까

'패스트 푸드' 대(對) '슬로 푸드', '글로벌 푸드' 대(對) '로컬 푸드'. 패스트 푸드는 가게에서 파는 햄버거가 대표고 슬로 푸드는 집에서 부쳐 먹는 파전이 대표라 할만합니다. 글로벌 푸드는 미국에서 들어온 밀가루가 대표선수고 로컬푸드는 전통시장 한 쪽 귀퉁이에서 어떤 할머니가 텃밭에서 길렀다며 파는 푸성귀가 대표선수입니다. 이른바, 패스트 푸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는 알려진대로 '맥도날드'입니다. 이 맥도날드의 문제점과 해악을 널리 알려온 사람으로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종덕이 있습니다. 김종덕은 '슬로 푸드'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함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패스트 푸드를 물리치려면 슬로 푸드가 되살아나야 하니까, 김종덕의 이런 모습은 아주 현실에서나 논리에서나 아주 당연..

이명박 대통령은 후천성 색맹이다

1.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진행하겠지만 임기 안에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여러모로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미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반대하는 한'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다시 얘기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미 '위장된 대운하 사업'으로 정치사회적으로 확인이 됐는데도, "대운하는 하지 않겠지만,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므로 계속 추진한다"는 저런 언술을 어떻게 저리도 태연하게 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전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런 언술을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거짓말이라고는 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보기에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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