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작은 MB 마산시장 거짓말 밝혀낸 시의원

기록하는 사람 2009. 8. 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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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작은 거짓말이 종종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정부나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와 행정은 존재이유가 없다.

마산시가 지난 2년 동안 수정만 매립지에 STX 조선기자재공장 유치를 위해 제시해온 지역경제 효과는 상당부분 '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단순한 과장 정도가 아니라 명백한 허위·날조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게다가 마산시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은 이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STX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368세대 500여 명의 주민들 중에 불과 20명"이라고 주장했으며, "20명이 넘을 경우 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반대주민의 숫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의 "직을 걸겠다"는 이 발언은 마산시의회 속기록에도 그대로 기록돼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일이 돼버렸다.

7월 24일 마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정규섭 본부장(왼쪽)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하고 있는 송순호 의원.


이에 대해 수정만 반대대책위 박석곤 위원장은 "모임이나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만 해도 최소 80~100명인데, 20명이라니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정규섭 본부장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흥분했다.

어쩌면 수정만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지도 모를 이 '사건'은 지난 7월 24일 마산시의회 송순호(39·내서읍·민주노동당) 의원의 시정질문·답변 과정에서 발생했다.

송 의원은 이날 질문에서 그동안 황철곤 마산시장이 직접 나서 STX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시 매년 191억 원의 지방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첫 해에는 취·등록세 40억 원, 재산세 1억 원, 법인세할 주민세 26억 원, 소득세할 주민세 2억 원 등 71억 원의 지방세 수입이 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한 허구성을 집중 추궁했다.

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45조와 '지방세법' 제 276조에 따라 산업단지 내에서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100% 면제되므로 40억 원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것이다. 송 의원이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사기 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정규섭 본부장은 이렇게 얼버무린다.

"자꾸 사기라는 표현을 하시는 것은…. (…) 지방세가 70억이고 700억이고 7억이고 간에 (…)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떨어진 곳이 있습니까?"

이에 송 의원은 "71억 원의 산출근거를 물었습니다. 그 중에 40억이 허수입니다. 그것에 대해 해명하시라는 거예요"라고 다시 답변을 촉구한다.

그러자 정 본부장은 끝내 명확한 답변을 못한 채 "준공이 되고 공장이 입지가 되면 … 지방세 수입이 재산정되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흐린다.

이처럼 한나라당 소속의 황철곤 마산시장은 자신의 명백한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시민에게 사과는커녕 적당히 눙치고 넘어가려 한다. 아니 속된 말로 '생까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디어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고용이 창출된다고 '뻥'을 치고, 그 셈법이 잘못으로 드러나도 그냥 '생까고' 마는 MB정권의 판박이 그대로다. 아무리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지만 어쩜 이렇게도 똑같을까?

이런 시정질문·답변이 있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반대주민 20명' 논란의 진위는 밝혀졌을까? 그리고 앞으로 수정만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런 궁금증에 송순호 의원을 1일 오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인 마산시의회 송순호 의원.


◇마산시의 지방세 수입 주장은 허구·날조

-의회 속기록에 보니까 회의 마치고 정규섭 본부장과 '20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함께 수정마을에 가보자고 했던데, 가보셨습니까?
△(웃으며) 아직 못가봤습니다. 그건 가보나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규섭 본부장이 '직을 걸겠다'고 했고, 속기록에도 생생히 남아 있는데….
△결국 공무원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문제는 마산시 간부공무원의 상황인식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황철곤 시장도 작년 3월 "시장직을 걸고 (수정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흐지부지 넘어간 적이 있죠?
△하하, 그랬죠.

-시정질문 속기록을 보니 40억 거짓말 외에도 과연 STX가 마산시의 기대대로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 추궁을 하셨던데, 그동안 투자의향서 같은 게 없었나요?
△마산시가 받은 STX의 투자의향서에는 매립비용 453억과 단지조성에 대한 내용만 있을뿐, 단지 조성 이후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데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은 아예 없죠. 그래서 마산시가 믿고 있는 STX의 투자는 그야말로 뜬구름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황철곤 시장에게 투자확약서를 받으라고 요구하셨군요.
△그렇죠. 참 답답한 일입니다. 그래도 황 시장은 '굴지의 기업이 하겠다는데 믿어야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STX가 매립공사와 단지조성만 한 뒤,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부동산 장사만 한다면 마산시는 졸지에 바보가 될 수도 있어요.

-STX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왜 그렇죠?
△STX는 이미 중국 대련에 150만 평을 조성해 생산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뭐가 아쉬워 마산 8만 평에 투자하겠습니까? 기껏해야 물류창고를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용창출이니 지방세 수입이니 하는 건 말짱 헛말이 되는 거예요. STX는 매립과 단지조성 마치고, 공사비로 8만 평 대토(代土)만 받아도 손해볼 게 하나도 없는 장사라는 거죠.

◇"이대로 가다간 STX에 뒤통수 맞을 수도"

-대토를 받는다는 게 무슨 말이죠?
△지금 수정만 매립지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땅 소유주가 없는 상태죠. STX는 두산으로부터 매립과 단지조성 사업권을 인수한 상태이고, 사업시행청은 마산시로 되어 있죠. 나중 단지 조성이 끝나면 그동안 들어간 매립비용 453억 원을 돈 대신 땅으로 받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STX가 그걸로 땅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바로 그거죠. 두산에서 사업권을 살 때 평당 50만 원씩 350억 원에 샀는데, 지금이라도 감정평가를 하면 평당 70만 원은 나올 거예요. 그런데 향후 국도 5호선 4차선 도로가 이곳으로 나면 가만히 앉아서 땅값은 두 배, 세 배로 뛰게 돼 있어요. 지금 중리공단도 평당 200만 원이 넘고, 진북산단도 백 몇 십만 원씩 하는데, 수정만은 그야말로 노른자위 땅이 되는거죠.

-그렇다면 마산시가 투자확약서도 받지 않고 자꾸 이렇게 밀어부치는 건 자칫 STX의 부동산 투기를 도와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산시장에게 투자확약서를 받아라. 그걸 받지 못하겠다면 아예 STX에게 땅을 주지말고 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고, 마산시가 땅 소유주가 되어 일반분양을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거죠. 그러면 알량한 지방세 수입보다 마산시가 훨씬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죠.

-아, 그런 수도 있군요. 그런데 마산시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죠?
△글쎄 나도 그걸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STX에 저자세로 나가는지…. 좀 더 공세적으로 투자확약서를 요구하고, 그걸 못해주겠다면 대토를 해주지 않겠다, 그렇게 나가도 되는데….

송순호 의원은 황철곤 마산시장이 STX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고 있는 점을 답답해 했다.


◇"대체 황 시장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대토를 하지 않고 공사비를 돈으로 줘도 되나요?
△물론 쉽진 않을 겁니다. 애초 계약이 있으니까. 만일 그렇게 하면 STX에서 땅으로 달라며 소송을 걸겠죠. 그 소송에서 질 수도 있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마산시가 그렇게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마산시민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몰랐거든요.
△그게 문젭니다. 마산시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STX의 막연한 투자 약속만 믿고 시민들에게 장밋빛 허상만 자꾸 보여주니까 그런거죠. 고용창출이 3000명이니 5000명이니, 지방세 수입이 191억 원이니, 71억 원이니, 모두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거나 허위로 밝혀지고 있잖아요. 이러다가 나중에 STX에게 진짜 뒤통수 맞고 나면 황철곤 시장이나 정규섭 본부장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송순호 의원은 정말 답답해하고 있었다. 또한 마산시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살려면 일자리도 필요하고, 기업 유치도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면서 "그런데 기존의 한국철강 터나 한일합성 터는 주택용지로 바꿔주고, 멀쩡한 바다를 매립하고 멀쩡한 산을 깎아서 공단을 짓는 것은 토목업체의 이권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기존의 중리공단과 봉암공단, 자유무역지역, 진북산단, 마산밸리만 해도 공단은 충분하고, 현재의 공단에도 빈 공장이 많다"면서 "땅이 부족해서 공장이 못들어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마산을 교육·문화·해양관광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면 관계상 구체적인 이야기는 생략한다. 다만 그의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지만, 바다가 없는 유일한 도시가 마산입니다. 바다를 살리는 것이 마산을 살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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