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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불쌍한 우리나라 가로수

어제 서울에 갔다가 플라타너스를 봤습니다. 신문고시 완화 폐지 반대 집회를 하기 위해 서울에 갔습니다. 플라타너스는 길거리에 많이 심는 나무인데 잎이 넓어서 여름이면 아주 울창하고 가을에 단풍도 꽤나 장한 편입니다. 싹둑 잘라버리는 우리나라 가로수 서초구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맞은편입니다. 가로수를 관리하는 구청에서 싹뚝 잘랐습니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심했습니다. 망치처럼 만들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자치단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머리를 중고생들 빡빡 깎듯이 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가로수를 심는 목적은, 첫째 사람들 보기 좋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다음으로는 여름철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 있습니다. 가로수 잎이 무성하면 그만큼 많이 그늘이 지고 그늘이 지는 만큼 시원해집니다. ..

국민도 식겁 먹어봐야 한다

흑백논리(黑白論理)는 무조건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자, 지금부터 흑백 놀이를 한 번 즐겨보자.첫째, 우리나라의 의료(건강)보험 제도는 얼마나 좋은 걸까?완전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들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개인보험회사에 국민건강을 팽개쳐버린 미국보다는 백 배 좋다.심지어 영화 '식코(SICKO)'에서 마이클무어는 악마의 나라처럼 알려져 있는 쿠바도 미국보다 월등한 의료보장제도를 갖고 있다는 걸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아파도 치료 못받는 국민미국에서는 사고를 당한 응급상황에서도 보험회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 갈 수 없다. 산재로 손가락이 잘려도 1200만~6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30대 주부와 나눈 정치 이야기

기자라는 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직업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출입처의 한정된 사람들이나 동료기자 외에는 특별히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속내를 털어놓고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제각각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유상종이기 십상이다. 기자라고 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 특히 행정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가끔 이런 충고를 한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반드시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그나마 형이나 누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 출입처 공무원이 좋아하는 기사가 일반 독자에게는 얼..

가장 싸다는 이마트에 속았다

우리 식구는 바보가 아니다 저는 이 글을 저와 제 딸이 바보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씁니다. 이마트가 제품을 속여 팔았지만 저희가 끝까지 속지는 않았고 더욱이 '바보처럼' 참고 있지는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마트에서 기획한 상품인 이 을 산 지 이제 열흘이 지나 보름이 다 돼 갑니다. 3월 31일, 우리 딸 현지는 수학여행을 준비하느라 창원 중앙동 이마트에 들렀다가 이것을 사 왔습니다. 현지 기억에 따르면, 500ml 한 병에 750원 했는데 오늘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650원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비싼 편입니다. 값도 문제이고 맛에 대한 표시도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과맛' 표시는 엉터리였다 '사과맛'이라는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면 우리 딸 현지가 사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현지가 사온 이 열흘 ..

지지 후보·정당이 없을 때를 위해?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권(棄權)이 됩니다. 투표는 했으나 누구를 찍었는지 뚜렷하지 못할 때는 무효(無效)가 됩니다. 기권.무효는 아무 의미도 없다 기권이나 무효는, 어떤 조직 또는 세력이 나서서 보이콧(boycott)을 주도하는 경우 중요한 의미를 띨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기가 십상입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게 선거권이 주어진 1983년 이후로, 비합법 신분인 때를 제외하고는 투표를 하지 않은 적이 한 차례도 없음을 밝혀 놓습니다. ‘1인 1표’라는 평등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재산에 따라 선거권을 제한하던 봉건 귀족과 부르주아지에 맞서, 피 흘리며 싸워온 세계 노동자와 민중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투표하기 싫을 ..

기권한 이들을 욕하지 말라

18대 총선 투표율이 전국 평균 46%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사상 ‘최악’이라고 합니다. 17대 총선 투표율 60.6%는 물론이고 가장 낮았던 16대 총선의 57.2%보다 낮습니다. 아마도 50% 이하 총선 투표율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입니다.(물론 저는 착실하게 투표를 했습니다만, 제 이웃에게도 투표하라 권했습니다만.)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분석을 내놓을 것입니다. 정치 또는 정당 불신에서 공천 잘못된 문제, 선거 기간 짧은 문제, 쟁점 없었다는 문제, 미디어선거 문제에 더해, 청년층 성향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얘기들이 나올 것입니다. 투표 안 할 자유는엄연히 있다? 이런 가운데 기권한 사람들을 욕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리라 봅니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투표율이 낮아 손해를 봤..

인혁당 재건위, 4월 9일은 암흑의 날이었습니다

4월 9일은 총선투표일만이 아닙니다. 그날은 33년 전 죄없는 한국의 청·장년 남자 8명이 박정희 독재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이유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법살인'을 당했던 날입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통해 사건을 조작한 후 75년 4월 9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8명을 하루도 지나지 않은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시켜버렸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국제법학자회의는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의 날로 선포했고, 사건 이후 32년이 지난 작년(2007년) 1월 23일에야 대법원의 재심에서 무죄로 번복되었습니다.33년 전 사법살인의 최고책임자였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한나라당 정치인이 되어 있고, 당시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할 때 참여한 판사였던 이회창..

태극기보다 높이 걸린 삼성의 깃발

7일 낮 3시 40분쯤에 삼성테크윈 쪽 분이 전화로, "실측을 해 봤더니 24.2m로 오른쪽과 왼쪽 깃대 높이가 똑같더라."고 알려 주시면서 "삭제를 좀 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저는 "일단 알았다."고 말씀드리고 나서, 바로 해야 할 일들을 몇몇 처리한 다음 6시 즈음에 전화를 드렸더니 그 쪽 분이 "오른쪽 회사 깃발이 높아 보이지만, (담당 부서에서) 재어 봤더니 똑같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측한 결과 말고, 다른 부분에서 좀 미심쩍어 보이는 데가 있다."는 투로 말씀을 드렸고, 이 분은 "나중에 현장에 와서 같이 한 번 꼼꼼하게 재어 보든지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러기로 하고 전화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삼성테크윈의 요구대로 제가 쓴 글을 모두..

대학생이여, 먼저 노동법부터 공부하자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잠깐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대학을 다니는 여러분에게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물으면서 얘기를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무엇 하려고 대학에 들어오셨어요?” 아마 이런저런 사연이 나오겠지만 결국은 취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물론 일부는 문학이나 예술 같이 직장과 별로 관계가 없는 쪽에 관심을 갖기도 하겠지만요. 취직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두 가지입니다. 쓸 만한 ‘노동력’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관련 지식과 정보를 익히는 일이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취업 조건을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기’는 여러분 앞에 붙는 ..

케이티엑스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민주주의는 백성을 주인으로 삼자는 주의(主義)입니다.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백성은 대개 다수와 소수로 나뉩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다수의 뜻대로 하면서도 소수 의견이나 권리 또한 존중하고 배려합니다. 바로 다수결 원리와 개개인 인권 보장 원칙입니다. 케이티엑스에는 민주주의가 없습니다. 엄청난 빠르기를 자랑하는 이 열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일입니다. 대신 자본의 탐욕이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케이티엑스 텔레비전에는 연합뉴스가 이른바 콘텐츠를 대주고 있습니다. 뉴스도 있고 교양도 있고 오락도 있습니다. 때로는 도움이 되는 정보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철도공사(자기네들은 코레일이라 해 달랍니다. 그래야 고상하고 산뜻해 보인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와 연합뉴스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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