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국민도 식겁 먹어봐야 한다

기록하는 사람 2008. 4.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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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黑白論理)는 무조건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자, 지금부터 흑백 놀이를 한 번 즐겨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의료(건강)보험 제도는 얼마나 좋은 걸까?

완전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들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개인보험회사에 국민건강을 팽개쳐버린 미국보다는 백 배 좋다.

심지어 영화 '식코(SICKO)'에서 마이클무어는 악마의 나라처럼 알려져 있는 쿠바도 미국보다 월등한 의료보장제도를 갖고 있다는 걸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아파도 치료 못받는 국민

미국에서는 사고를 당한 응급상황에서도 보험회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 갈 수 없다. 산재로 손가락이 잘려도 1200만~6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수술비가 없으면 그냥 잘린 손가락을 쓰레기장으로 보내야 한다.

가난하거나 보험회사의 거절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이 한국 국민보다 많은 5000만 명이다. 엄청난 병원비 때문에 치료 한 번 못받아보고 죽기만 기다리거나, 집에서 스스로 상처를 바늘로 꿰메어야 한다.

그래도 개인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괜찮지 않느냐고? 아니, 그런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영화 <식코>를 보라. 미국의 처참한 의료현실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지금 마산 롯데시네마에서만 상영중이다. 오늘까지만 한다니까 빨리 봐야 한다.

반면 영국이나 프랑스, 쿠바에서 "병원비가 얼마죠?"하고 물어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모두 공짜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발견한 '계산대'에 가서 물어보니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어려운 환자들에게 교통비를 주는 곳이란다.

둘째, 교육도 무상으로 해주는 나라가 있을까?

많다. 유럽에선 영국만 제외하고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등 거의 모든 나라가 대학까지 학비 무료다. 네덜란드에서는 심지어 외국인 대학생들에게도 무상학비와 기숙사 입사자격은 물론 주거보조금까지 준다. 독일도 학비는 무료지만 평균소득 이상의 대학생에게는 생활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독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학생이 공부하겠다는데, 왜 소득에 따라 차별하느냐는 거다.

이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그럼 이 책을 읽어보라. 도서출판 밈에서 작년에 펴낸 <복지국가혁명>이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할 수 없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에서 교육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GDP 대비 7.2%인 핀란드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7.1%란다. 그런데도 교육이 요모양 요꼴이다.

그래서 <복지국가혁명>의 저자들은 '총생활비의 20%를 사교육비로 쓰는 한국사람들이 그 절반인 10%만큼만 세금을 더 내면 유럽처럼 무상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째,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사회주의 국가일까, 자본주의 국가일까?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사회주의쯤으로 보면 된다. 특히 무상의료·무상교육은 사회주의 제도다. 이런 사회체제를 학계에선 '사회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그럼 미국은 어떤 사회체제일까? 거긴 자본주의 중에서도 아주 천박한 천민자본주의다. 이런 자본주의는 강자와 승자가 모두 독식하고,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취급하며, 평등과 복지를 주장하면 좌파 빨갱이로 매도한다.

요즘 유행하는 '신자유주의'라는 게 바로 강자독식주의, 무한경쟁주의, 시장제국주의와 같은 말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공공의 영역에 있어야 하는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철도·전기는 물론 방송국까지 민영화(정확하게는 사영화)하자고 한다. 규제철폐도 신자유주의의 단골메뉴다.

강자독식주의, 그 피해자는?

공공영역을 사영화하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으면 이화여대 출판부가 펴낸 <민주주의와 규제>라는 책을 읽어라. 미국이 1996년 전력산업 규제를 철폐한 후 전기요금이 무려 379%나 올랐고,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라는 대규모 재앙을 부른 과정이 생생하게 나온다.

미국 국민과 언론이 바보는 아닐진대 왜 속고 있는 걸까? 그게 알고 싶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의>(평민사)를 봐라. 자본이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드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미국 국민보다 더 바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언론들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 운운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땐 이런 멍청한 선택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보험을 '민영화'해 미국처럼 가자고 한다. 우리 국민을 미국식 식코(SICKO :아픈 아이)로 만들겠다는 거다. 교육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지역균형발전정책도 폐기하며, 국토를 파뒤벼 건설업자의 배를 채우려 한다.

한 번 식겁(食怯) 먹어봐야 우리 국민도 정신을 차리려나.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0386 대통령님 국민들과 함께 '식코'를 관람해주세요 아고라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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