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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김순재, 돈 떼먹은 나쁜 이웃이 될 뻔하다

요즘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나 봅니다. 창원 동읍에 있는 주말농장에 갔다가, 농민운동을 하는 김순재라는 분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 이 이는 우리 에 칼럼도 쓰시고 있습니다. 농민 등쳐먹는 장사꾼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 동네 형이 한 명 찾아왔답니다. "순재야, 부탁 하나 하자. 3000만원 떼였는데 좀 찾아주라." 수박을 밭떼기로 넘겼는데 장사꾼이 수박을 다 실어내 가놓고 돈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옛날에 하도 많이 당해서, 요즘은 표준 계약서도 있고 해서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떼어먹은 사람 이름을 알고 지내는 경찰관한테 잡아달라고 넘겼습니다. 농민운동을 하다 보면 이렇게 경찰관을 알고 지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기소중지로 넘겼고(말..

광주에는 광주가 없었습니다

광주에는 광주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언론노조 수련회 덕분에 광주를 찾아갔다가 받은 느낌입니다. 물론, 어쩌면 광주가 광주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80년 5월 광주는 어쩐지 자꾸자꾸 사라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여기도록 만든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찾으려고 일부러 애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눈과 귀에 이런 것들이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억지 글감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한국예총이 주최하는 5.18기념 휘호대회 첫째는 국립5.18민주묘지 앞에 있는 플래카드였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제28주년 기념 제6회 전국휘호대회'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죽 읽어가는데 주최 단체에서 무엇이 딱 걸렸습니다. 걸리게 만든 것은..

얼음과자 값을 올리는 세 가지 방법

오늘 저녁 무렵 딸이랑 함께 가게에 가서 담배랑 얼음과자를 샀습니다. 얼음과자를 고르는 일은 물론 딸 차지입니다. 500원짜리 열 개를 골랐는지 가게 주인이 디스 플러스 2100원을 더해 5100원을 달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웬 일인지 입이 튀어나온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수박바' 어제 500원 주고 샀는데 지금 보니까 700원이에요. (수박바 앞에) '왕'자 붙여서요." 저도 우리 딸 따라 은근히 골이 났습니다. 딸은 이야기를 주섬주섬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죠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500원이었는데 'Big'을 앞에 붙여놓고 700원으로 올렸어요."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보석바'는 값은 그대로 500원인데 양이 엄청 줄었어요." 하더니 이번에는 앞에 다른 이름 붙이지도 않고 값을..

5월, 광주, 그리고 내 인생

난생 처음 찾은 광주 망월동 묘역 2008년 5월 8일, 처음으로 광주 망월동 5.18 묘역을 찾았습니다. 광주 항쟁이 일어난 지 28년만에, 그리고 제가 이 광주를 알게 된 지 26년만에 참배한 광주 묘역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많은 이들을 보내기는 했으면서도 한 번도 찾지 못했던 망월동이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국립5.18민주묘지로 돼 있더군요.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본디 목적인 언론노조 산별 교섭 쟁취를 위한 수련회 일정이 목을 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향과 헌화를 하고 누워 있는 몇 분 무덤만을 둘러봤습니다. 기록상 가장 먼저 숨을 거둔 김경철,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자였답니다. 문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숨진 최미애, 당시 배속에는 8개월 태아가 있었답니다. 군인들 총알에 죽은 ..

장지연은 왜 친일지식인이 되었나

장지연은, 변절한 적이 없다 1864년 태어나 1921년 세상을 떠난 장지연이 4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에 들어갔습니다. 장지연을 두고 항일에서 친일로 변절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사상 측면에서 보면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뀌었다고 보는 근거는 바로 1905년 을사늑약을 비판하는 장지연의 ‘명논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에 실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이렇게 일본에 맞섰지만 나중에 경술국치를 겪고 합방이 되니 일제 통치에 협력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지연은 처음부터 ‘친일’이었습니다. 장지연이 사회진화론과 인종주의에 빠져 있었음은 그동안 우리 역사학계가 밝혀놓은 뚜렷한 사실입니다. 러일전쟁이 한창인 때인 1904년 장지연..

종친회 사칭한 책장사에 속지 마세요

얼마 전 서울지역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해김씨 종친회'라는데, 나이 지긋한 분의 목소리였습니다. 제 성(姓)이 김해 김가이며 제가 신문사 부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더군요. '종친회 사업으로 책을 발간했는데, 안내문을 보내드릴테니 잘 좀 검토해달라'는 겁니다. 책이 아니라 안내문을 보낸다니 별 부담없이 '알겠다'고 하고 끊었죠. 그로부터 한 이틀 후 택배로 책상자가 왔습니다. 내용물을 보니 비디오테잎 두 개와 하드케이스의 책 한 권이 들어있더군요. 보내 주겠다는 안내문도 함께 있었습니다. '김해김씨약사편찬위원회'라는 명의로 돼 있었는데, 본문에는 엉뚱하게도 '김씨보감편찬회'에서 발간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책에는 '한국성씨사료연구원'으로 되어 있더군요. 도대체 어느 단체의 이름이 맞는지 정..

조두남·장지연도 친일파 "이를 어쩌나"

가곡 의 작곡가 조두남과 작사자 윤해영,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 주필 등이 친일파에 포함됐다. 조두남의 경우 마산시가 '조두남기념관'을 건립하려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거센 반발로 '마산음악관'으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곡 를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이 마산에 남아 있어 철거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또 장지연도 한동안 언론인의 표상으로 경남지역 각 신문사 기자회가 매년 신문의 날(4월 7일)에 묘소를 참배해 왔다. 그러나 몇 년 전 가 그의 친일 논설을 보도한 이후 와 이 참배를 중단했다. 대신 는 3·15의거 희생자 묘역을, 은 자기 회사 사장을 지낸 목발 김형윤 선생 추모비에 참배해 왔다. 그러나 는 자기 회사 주필을 지낸 장지연의 묘소 참배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명..

숨어있는 친일파에 면죄부 될라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한국언론재단 19층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마침 다른 일로 서울 갈 일이 있기도 했지만, 기자로서 역사적인 자리에 꼭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최측의 발표와 브리핑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 순서가 왔다. 다른 기자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재빨리 손을 들었다. "오늘 발표한 4800여 명의 친일인사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면죄가 되는 겁니까?" 친일 인명 발표가 반갑지만 않은 이유 사실 그동안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우려를 떨칠 수 없었던 게 바로 이 문제였다.제 아무리 편찬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철저히 조사했다 하더라도 증거자료 확보가 어려워 누락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단지 확인되지 않았을 뿐임에도..

진보지식인들이 대중과 소통하려면?

국민의 수준을 일부러 낮춰보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이거 한 번 물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사회민주주의는? 우파와 좌파의 개념은? 나는 한국의 대학교수들 중에서도 태반은 잘 모를 거라고 본다. 모른다는 게 기분 나쁘다면 관심조차 없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 왼손잡이들(좌파)이 새로운 자유(신자유주의)를 왜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그냥 진보지식인이라 해도 될 것을 그들은 꼭 적(的)을 넣어 쓰는 걸 좋아한다)들은 자기들끼리만 아는 말로 잘난 척 한다. 심지어 이론가로 유명한 어떤 지식인은 '0000적(的) 00성(性) 000주의적(主義的) 00운동'이라는 해..

국기게양대 하나가 3억5천만원이라고?

태극기 높이 달면 애국심도 높아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게양대에 가장 큰 태극기를 걸어놓으면 그걸 보는 시민들의 애국심이 쑥쑥 높아질까요? 경남도와 양산시가 무려 3억 5000만원을 들여 한국에서 가장 높은(62미터) 국기게양대를 만들었답니다. 이 게양대를 만들기 위한 실시설계용역비만 1390만 원이 들었답니다. 게양대 설치공사에만 4개월이 걸렸습니다. 왜 하필 62미터냐고요? 작년이 광복 62주년이었고, 이 게양대 공사가 작년에 시작됐기 때문이랍니다. 양산시는 이 게양대가 부산 금정구 만남의광장에 있는 것(51.5미터)보다 10미터나 높다고 자랑까지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게양대를 완공해 성대한 '국기 게양식'을 한다고 합니다. 게양식에는 오근섭 양산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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