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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도시마다 반드시 공장이 있어야 할까

지난 19일 내가 관리자로 있는 경남지역 메타블로그 '블로거's경남'에 '마산역사 탐방대를 모집합니다'라는 모집공고가 떴다. 글을 전송한 곳은 '옥가실'이란 필명을 쓰는 경남대 인문학부 유장근 교수의 블로그였다. "그간 간헐적으로, 또 이 블로그를 통해 시도하였던 마산 역사 중심의 도시탐방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현재의 예정으로는 토요일 오후 2시쯤에 만나 5시 반쯤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예상기간은 10주 정도이며, 격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발걸음을 떼려고 합니다." 호기심이 확 생겼다. 대개 교수들이란 누군가가 다 준비해놓은 자리에 '초빙'받아 강연을 해주고 사례를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장근 교수는 자신이 직접 사람을 모으고, 주말 오후 시간을 몽땅 투자해 역사 탐방 가이드를 자처한 ..

박사모·전사모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지난 19일 철학자이자 서평가인 강유원 박사가 창원에서 한 강의 내용 중 기억해두고 싶은 몇 가지를 남겨둔다. 강의 후기는 '돈독 오른 한국사람들이 바뀌려면…'이라는 포스팅을 참고하면 된다. 강의 도중 간단히 메모한 것을 옮긴 것이므로 강유원 박사가 원래 했던 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김일성 생일과 한국의 해병대 창설일은 같은 4월 15일이다. 해병대 출신들이 제대 후에도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며 뭉쳐 다니는 걸 욕할 필요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 공개적으로 올리긴 뭣해서 생략함) ○ 전통 농경사회에선 아버지에게 효도할 수밖에 없다. 효도하지 않으면 논밭을 나눠주지 않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선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할 수밖에 없지만..

'돈독' 오른 한국사람들이 바뀌려면…

나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민도 식겁 먹어봐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본 독자들 중 '국민을 모욕하는 글'이라느니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해준 분들도 있었다. 위험한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지금도 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동안 나름대로 '혜택'을 보아온 당시의 '친여 시민단체'나 '친여 성향의 신문'들이 현 정부 들어 가장 탄압받는 상징처럼 엄살을 떨거나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정작 김대중·노무현 정권 아래서도 혜택은커녕 현 정부와 다름없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단체나 매체는 묵묵히 해오던 일을 그냥 계속해오고 있는데, 유독 그런 '옛 친여 단체' 사람들이 더 설치는 것 같아 얄미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

사이비 기자와 사이비 시민운동가

내가 일하고 있는 는 매주 목요일자 17면을 '미디어면'으로 제작하고 있다. 언론계 이슈나 화제, 소식을 전하는 지면이다. 나는 그 면의 담당데스크다. 지난주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일간지인 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경남일보 100년, 창간 의미와 비전'이라는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경쟁관계에 있는 신문이긴 하지만, 평소 사장이나 편집국장이 바뀌어도 기사화해오던 관행대로라면, 이 또한 기삿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토론회 자료집을 본 나는 기사화를 포기하고 말았다. 주제는 '의미와 비전'이었지만,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제강점기 경남일보와 주필 장지연의 친일논란에 대한 자기합리화와 자화자찬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경남일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개 '~주년' 또는 '기념'이라는 ..

안보강사들과 140대 5로 맞짱뜬 학자

1. 140대 5로 맞짱뜬 까닭 2008년은, 우리 역사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 해라고 해야 마땅하답니다. 이명박 정부와 이른바 '뉴라이트'가 역사 왜곡 파동을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케케묵은 '올드라이트'보다 오히려 못한 덜 떨어진 뉴라이트가 앞장서 바람을 잡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물론 국방부 장관에 더해 국토해양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나섰습니다. 이들이 들개처럼 물고 늘어진 대상은, '근현대사' 교과서였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몸소 나서서 "너희는 포위됐다, 손 들고 투항하라!"고 외쳐 댔겠지요.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는가……."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교과서를 쓴 필자들 동의는 아예 얻지도 않고 무시한 채 정부에게 약자일 수밖에 없는 출판사를 윽박질렀습니다. 그리고 ..

청소년의 눈으로 본 청소년 자살 이유는?

'자살'을 주제로 삼은 청소년들의 창작품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창원 경일여자고등학교 허예슬이 쓴 장편소설 과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 연극반이 펼쳐 보인 연극 가 그것입니다. 무엇이라 얘기하고 있는지 가만 들여다보니 요즘 청소년들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지가 빤히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성적이나 왕따 따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말씀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인 것 같기도 합니다. 1. 에 나타난 청소년 자살 먼저 . 주인공 소애가 '욕조 안에서 죽음의 신에게 다가'간 뒤에 마찬가지 자살로 세상을 등지려 한(또는 등진) 청소년 네 명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얘기들을 담았습니다. 주인공 소애는 '1등'이 아니어서 소외됐습니다. 8~9등, 중간, 어중간, 어색함, 어벙, 중위권……. "무조건 1등인..

유족들에게 받은 감사패와 상품권

지난 16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회장 노치수)가 4·19혁명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위령제를 지내던 날이었습니다. 1부 위령제가 끝나고 2부 추모식을 진행하던 중, 행사 순서를 의논할 일이 있어 사회를 보고 있던 서봉석 운영위원(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과 막간에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얼핏 서봉석 위원이 들고 있는 행사 순서지에 제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 이게 뭐죠?" 했더니, 서 위원이 "하여튼 이런 게 있어요. 그냥 제가 부를 때 카메라 놔두고 나오면 돼요."라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봤더니 "감사패 전달…"이라는 글자가 보이더군요. 순간 잠시 갈등이 되더군요. 유족회 총회 자리라든지, 다른 행사에서라면 모르지만, 하필 숙연하고 비통하기까..

24년전 구치소 사형 집행에 대한 기억

1. 교도소는 기결수, 구치소는 미결수 교도소와 구치소의 차이를 아시나요? 교도소(矯導所)는 확정 판결을 받은 기결수(旣決囚)를 가두고 구치소(拘置所)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아직 형량이 정해지지 않은 미결수(未決囚)를 가둡니다. 구치소만으로 독립돼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치소는 교도소에 붙어 있습니다. 교도소와 구치소의 구분은 엄격합니다. 수용되는 사람들의 법적 신분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치소에 있는 미결수들은, 현실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 없는 사람으로 대접받습니다. 반면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들은 이미 유죄가 확정돼 수형(受刑) 생활을 해야 합니다. 형벌을 받는 사람이라는 얘기고, 그러면 강제로 하기 싫어도 시간과 규율에 맞춰 노역을 비롯해 자기에게 주어진 ..

가을에 핀 개나리를 보고 든 생각

일제 강점기 월남 이상재 선생이 독립운동을 벌이는 하나로 조선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답니다. 인민을 일깨우는 일을 한 셈이지요. 그래서 당연히 일제 경찰들이 달라붙어 감시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해산시키고 그랬습니다. 겨울철이었답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이 강연장에 들어섰는데, 강연을 들으러 모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경찰들 또한 많았답니다. 월남이 이를 보고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이를 듣고 말뜻을 알아차린 청중들은 웃었고, 경찰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답니다. 월남이 한 말은 이랬습니다. "겨울인데도 개나리들이 많이 피었군." 당시 일제 경찰을 깔보는 말이 '개'였습니다. 권력의 주구(走拘) 따위로 쓰는데 여기에도 '개'가 들어 있습니다. 주구, 달리는 개, 입지요. 월남의 개나리는 였습..

머리도 비워주고 가슴도 씻어주는 책

이거 뭐야? 그림책도 아니고, 그림책이 아닌 것도 아니고!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글이 주욱 이어지다가 다음 쪽으로 넘기면 그림이 나옵니다. 글은 무슨 말인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 읽은 뒤끝에 그림을 만나면 단박에 '팍' 느껴진답니다. 그러나 그 느낌을 말글로 풀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온 몸을 향해 '확' 끼쳐올 뿐입니다. 초등학교 독후감상문 쓰는 식으로 하자면, '을 읽고 책 속에 들어가 논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입니다. 머리가 꽉 채워지고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데서뿐만 아니라, 머리가 텅 비워지고 또한 가슴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는 데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숀 탠이 풀어내놓은, 어린 시절 일상을 돌아보는 듯한 이야기 열다섯 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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