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전라남도 여수 오동도에 갔더니 다른 데서는 본 적이 없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오동도 자체는 콘크리트로 뭍이랑 붙어 버려서 별다른 매력이 없었지만 이 시설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일터로 삼고 있는 경남 마산에 견주자면, 돝섬 정도 되려나 싶습니다. 돝섬은 아직 뭍이랑 이어지지 않았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제가 말씀드리려는 그것이 없습니다.

제가 본 것은, 오동도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수유시설(수유실)입니다. 제가 남자인지라 안에까지 들어가 보지 않아 얼마나 시설이 잘 돼 있는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미안하게도, '여수 오동도 관리사무소' 표시가 나게 찍지 못했습니다.


전에는 어디에서도 이런 수유시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데도 공공시설이라면 설치가 돼 있을 텐데 내가 남자라 관심을 둘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9월 들어서,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여성 동료랑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것이 착각인 줄 알게 됐습니다. 이 동료는 수유시설이 백화점을 빼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에는 자기도 남들처럼 유모차 몰고 백화점 왔다갔다 하는 부류를 곱지 않게 봐 왔는데, 아이를 낳아 기르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했습니다.

백화점이 아니고는 아이에게 젖을 먹일 공간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대형 유통점도 마찬가지고 고속도로 휴게소도 마찬가지라 했습니다. 아이 기저귀 갈아줄 공간 정도는 있는데 그나마 공개돼 있어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남들 눈길 미치지 않는 그런 장소는 아예 없다는 얘기입니다.

수유실 같은 것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오가는 길거리 벤치 같은 데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수유시설은 법률에서도 의무 설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모자보건법을 찾아봤지요. 그랬더니 제10조의3 (모유수유시설의 설치 등) ①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 필요한 모유수유시설의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고만 돼 있었습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전형적인 표현입지요.

바깥(위 사진)에는 수유시설이라 적혀 있고 안에는 이렇게 수유실이라 돼 있습니다.


법률로 강제해도 할까말까 하는 때가 많은데, 여수 오동도 관리사무소는, 모성 보호에 남다른 인식을 갖춘 이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런 귀찮음을 무릅쓰고 귀한 일을 했으니 칭찬받을만하다 하겠습니다.(아니면 국립공원은 죄다 그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쯤에서 가만 생각해 보니, 엄마들이 젖먹이에게 젖꼭지를 안심하고 물릴 수 있는 공간을 진짜 우리 사회가 너무 마련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남녀 불문하고 그 아이들 나중에 자라면, 그 노동력들을 바탕 삼아 사회 유지를 해 나갈 것이면서도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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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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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라매 2009.09.16 0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습니다.!!!!

  2. Favicon of http://timshel.kr 괴나리봇짐 2009.09.16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 웬만하면 수유공간이 있는데,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선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딱히 수유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 손봐줄 게 하나 둘이 아니잖아요. 기저귀 하나 갈려고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으니까요. 아무튼 여수의 담당공무원은 좀 많이 칭찬을 해줘야겠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9.16 2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
      그런데요,수유 공간이라면 다른 사람 눈길까지도 차단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젖가슴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데, 엄마가 민망해할 수 있다네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t__nil_login=myblog 실비단안개 2009.09.16 0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9.16 2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고맙다고, 또 인사 말씀 남기려고 블로그까지는 찾아갔는데, 방명록을 찾지 못해(제가 이렇습니다^.^) 그냥 나오고 말았습니다.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당.
      몸과 마음이 며칠 동안 억수로 고달파서 그만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disha indie 2009.09.16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공기관들도 이런데, 사기업은 오죽하겠어요.
    저희 회사도 있던 휴게실 없애고, 세든 건물 휴게실 공유하라고 하더니,
    이젠 그쪽 휴게실도 사용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네요.
    곧 둘째 출산인데, 운이 좋아 복귀하게 해준다고 해도, 모유수유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뭐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출산휴가 전에 권고사직을 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지 싶습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육아에 대한 배려는 참... 눈씻고 찾아도 찾기 힘들다지요...
    에휴...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9.16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짜 그러시다면 참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ㅜㅜ 걱정되네요.
      우리나라에서 육아 모성의 사회적 가치가 언제나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으려는지,,,, 안타깝습니다.

  5.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펨께 2009.09.16 1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6.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초록누리 2009.09.17 0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화점에도 수유시설이 있어서 좋은데...
    오동도는 제 고향과 가까워 자주 갔는데 제가 갔을때만 해도 수유시설은 없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제가 이용할 일은 없지만 좋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9.18 1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쩌면 그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대구에 4년을 살았는데, 청소년 시절이었기 때문인지 어쩌다 대구 얘기를 들으면 한 번씩 아득해질 때가 있답니당~~~

  7. 임현철 2009.09.17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냥 지나쳤군요.
    역시 예리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