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삼봉산 등산로 입구에 보면 '삼봉산문화예술학교'(일명 거창귀농학교라고도 불린다)가 있다. 80년대부터 농민운동과 결합한 풍물과 굿 등 민족문화운동을 해온 한대수 선생이 운영하는 학교다.
원래는 쌍봉초등학교였는데, 1956년부터 2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학생수의 감소로 1996년 폐교된 후, 문화예술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매년 가을엔 아시아 1인연극제가 열리기도 한다.
엊그제 거기서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 겸 학교 안팍을 둘러보던 중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닭과 거위, 기러기 등을 만났다. 역시 한대수 선생이 키우는 날짐승들인데, 우리 안에 가두지 않고 제멋대로 풀어놓고 있었다.
삼봉산문화예술학교 입구. 이놈들은 가축용으로 길들여진 기러기란다. 자유롭게 놀고 먹는 닭들. 이놈은 일본이 원산지인 닭이란다. 장닭의 늠름한 모습.
행복한 놈들이었다. 저렇게 마음껏 놀면서 자란 닭과 거위라면 백숙을 해먹어도 정말 맛있겠다 싶었다.(너무 야만적인 생각인가? 흐흐흐)
그런데, 이상한 거위 두 놈을 발견했다. 키작은 나뭇가지 속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놈들은 거기서 나올 줄을 몰랐다.
사진을 찍으니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인다. 20여 일 넘게 알을 품어야 하니 모이 그릇도 있다.
알고보니 그 놈들은 알을 품고 있는 것이었다. 한대수 선생은 "저 놈들은 희한하게 암수가 함께 알을 품고 있다"면서 "나도 지금까지 암수가 같이 웅크리고 앉아 알을 품는 것은 처음 봤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간은 물론이고 대개의 동물들에게 출산은 모두 여성과 암컷의 몫이다. 암수가 함께 출산을 책임지는 종은 드물다. 20일이 넘는 시일동안 저렇게 꼼짝 않고 나란히 알을 품고 있는 걸 보면 부부금슬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거위는 원래 암수가 함께 출산을 책임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들어보진 못했다. 검색을 해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하여튼 보기 드문 광경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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