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거창 수승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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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거창군 공보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 블로그에 있는 이 글을 좀 삭제해주실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공무원의 말투는 조심스러웠고 정중했다.

삭제해야 할 이유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보내온 메일을 읽어보니 2009년에 블로그를 통해 지적한 문제를 모두 완벽히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상당부분은 개선작업을 했고, 나머지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가서 얼마나 개선이 이뤄졌는지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공보담당 공무원으로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블로그의 글도 엄연한 기록이다. 지금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009년 5월의 수승대 모습이 이랬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글 자체를 삭제하는 대신 공무원이 보내온 삭제 요청 글을 올려두기로 했다. 이 공무원의 글과 2009년에 쓴 내 글을 함께 보시면 독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아래 "100인닷컴" 블로그의 기사내용 삭제협조건과 관련하여 협조요청을 드립니다.
거창군 공보담당 ○○○(☎940-3043)
구글 검색창에서 "수승대" 검색결과, http://2kim.idomin.com/885 100人닷컴 거창 수승대,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 가본 곳 2009/05/11 15:57


금일 전화로 협조요청을 우선 드렸던 거창군청 공보담당, ○○○ 주무관입니다.

2009년 5월 기준으로 업로드 되어있는 김주완님의 블로그 내용을 여러 경로로 확인하고 현재까지의 개선내용을 파악한 결과, 지적된 내용이었던 미관을 해치고 주변경관과 위배되는 시설물과 문화재 관리는 2009년 이후에 지속적인 수승대 경관조성사업과 함께 상당부분 개선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열악한 지방재정 예산상의 문제로 많은 시설개선 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에 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최대한 인공미를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구조물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문화재 관리와 솟아나는 땅의 기운을 몸소 느낄 수 있는 흙길 조성도 '트레킹코스'개발과 연계하여 개선예정에 있습니다.

보고 느끼기에 100% 만족할 수 있는 매력있는 관광지의 모습으로 당장에 변모하기는 어렵겠지만, 쾌적하고 청정한 거창군의 대표명승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담당자와 수승대 관리사무소, '거창신씨'문중의 관리인력까지 동원되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29일부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외 연극축제인 제23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수승대 일원의 야외 극장에서 펼쳐집니다.

많은 관객들과 여행객들이 수승대에 대해서 많은 기대감과 호감을 갖고 저희 거창군을 찾을 수 있도록 아무쪼록 앞서 전한 내용을 참고하여 블로그 내 기사 삭제건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와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7월 5일)


천혜의 절경을 망쳐놓은 거창 공무원들


저는 경남에 살면서도 아직 거창 수승대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진으로는 자주 봤는데, 그 모습이 절경이어서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천령님의 블로그에서 관수루와 구연서원의 사진과 글을 본 이후 더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에 거창에 갈 일이 생겨 고제면 봉산리 삼봉산 아래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오전 수승대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2008년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입부터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모텔이었습니다.


조금 더 지나자 '수승대축제극장'이라는 게 보였습니다. 아마도 해마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이곳에서 열리다보니 필요해서 지은 건물이겠죠.

거창군 공무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여기까진 그래도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관수루와 구연서원에 이르는 길이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나 자갈길이 아니라, 보도블럭이었습니다. 거기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연교까지도 계속 보도블럭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구연교는 계곡의 너럭바위를 이어주는 다리인데, 아마도 근래에 가설한 듯했습니다. 이 또한 인공적이어서 주변 풍광과는 좀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곡 건너편의 요수정에 이르자 정말 짜증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요수정 난간 옆 널판지에서 누군가 시뻘건 물감 같은 걸로 조잡스런 글씨를 써놨는데, '출입금지'라는 글자였습니다. 이건 관리사무소에서 쓴 건지, 아니면 누군가 낙서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문화재에 이런 글을 적어놨다는 게 참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관리 방침이 '출입금지'가 맞다면, 정말로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무나 신발을 신은 채 정자 위에 올라가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자 마루는 아주 더럽고 훼손이 심했습니다. 그건 관수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위 처마에는 누군가 널판지로 안내판을 못으로 박아놓았습니다. 안내판이 굳이 필요하다면, 정자 옆에 따로 세워 정자 자체를 훼손하지 말아야 할텐데, 저렇게 무식하게 못질을 해놓은 걸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맞춤법도 틀렸습니다. '즐기시든'은 '즐기시던'으로 고쳐써야 합니다.



요수정은 다른 정자에서 보기 드문 특징은 방이 있는 누각이라는 건데요. 그 방문을 열어 봤더니 저런 철물점에서나 파는 조잡한 잠금장치를 못으로 박아놨더군요.

김훤주 기자 말로는 문짝에 니스칠을 한 것부터 문화재 관리의 기본도 모르는 처사라고 합니다. 나무의 숨구멍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오래된 목재건축물에는 들기름을 발라야 한다는군요.

대체 거창군의 문화담당 공무원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식하거나 무작스런 짓입니다. 저것도 우리 예산으로 했겠지요.



더 황당한 것은 요수정에서 현수교까지 내려가는 길에 허연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은 것이었습니다. 포장을 한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런 좋은 자연환경 속의 산책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한 거창군수의 머리 속을 까 뒤집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군수의 머리 속을 까뒤집어 보고 싶다

요즘 웬만한 관광지는 이미 깔려있던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포장이라도 걷어내고, 다시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복원을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게 무슨 '주위경관과 잘 조화된' 수승대의 명물인가? 수승대의 풍광을 망치는 철구조물일 뿐이다.


현수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창군 수승대관리사무소 홈페이지는 이 현수교에 대해 "자연과 인공의 조화미가 한데 어우러져 한번 건너본 사람이면 다시 걷고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소개해놨더군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리입니까? 이게 어떻게 '자연과 인공의 조화미'입니까? 자연을 망치는 시뻘건 철 구조물이죠.


이렇게 좋은 풍광을 오히려 행정기관이 망치고 있다. 사진 왼쪽에 인공적으로 만든 구연교가 보인다.


황당해서 수승대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직원 왈, "아, 그 콘크리트는요. 상수도 관을 덮어야 하니까 포장을 했고요. 요수정에 출입금지라는 낙서가 있는 건 몰랐는데요. 그런 게 있으면 지워야지요. 안내판요? 그건 지금 전반적으로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요수정 방안의 쇠 잠금장치에 대해서 묻자 "아, 그건 제가 여기 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변명합니다. 참 짜증스런 거창군과 수승대였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일부러 인공 구조물을 피해서 찍어본 수승대의 절경들입니다. 이런 절경을 거창군이 망쳐놨습니다.

이렇게 좋은 문화유산을 왜 저 따위로 관리하고 있을까?

그냥 이렇게 자연 그대로 두면 안될까?

옛 선인들은 기둥도 이렇게 삐뚤삐뚤한 걸 그대로 썼다. 얼마나 좋냐?

거북바위.

약간 떨어져서 본 요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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