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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주사에 겁먹은 아이들 표정

오늘 아들녀석(중1)의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혔습니다. 마산시보건소에 갔는데, 약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의사의 양해를 구한 뒤 사진을 찍었습니다. 돌아와서 사진을 내려받아 봤더니 아들녀석과, 의사 뒤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주사 놓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어린이의 표정이 재미있네요. 의사가 주사약을 주입하자 눈을 크게 뜨고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아들녀석과 몸을 숙이고 목을 뺀 채 겁먹은 표정으로 보는 아이의 모습을 확대시켜봤습니다. 아들녀석이 눈을 크게 뜬 것은 안경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주사바늘이 들어간 순간입니다. 역시 두 아이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 있습니다. 끝난 뒤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아프더냐?" "네, 아파요." "무섭더냐?" "네, 무서웠어요." ㅋㅋ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이 물음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넘쳐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데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전염병 터지면 곳곳서 짐승 떼죽음 소는 조금 다릅니다만, 돼지나 닭이나 오리 따위는 한꺼번에 죽임을 당합니다. 광우병에 걸린(또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소는 고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억지로 아닌 것처럼 해서 어떻게든 내다 팔 궁리를 하지, 모조리 죽여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다고 하면, 둘레 일정 범위에 들어 있는 닭과 오리는 죄다 죽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돼지 또한, 구제역(口蹄疫)이나 돼지콜레라가 생겼다는 말만 나와도 비슷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남해의 생멸치조림과 꼴뚜기젓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봄에 맛볼 수 있는 생멸치조림 쌈밥입니다. 제가 어릴 때 나무박스에 생멸치를 담아 리어카에 싣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파는 장사꾼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멸치 장수가 오면 집집마다 한 박스씩 사거나, 식구가 적은 집은 두 집이 공동으로 한 박스를 사서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멸치를 산 날은 어머니가 생멸치조림을 해줬던 기억이 아련하게 납니다. 나머지는 멸치젓갈을 담았죠. 그 때 먹어봤던 생멸치조림의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봄에는 그걸 잘하는 식당을 찾아 즐겨먹습니다. 마산에서는 신포동 해안도로 쪽에 있는 해안횟집과 운지식당, 그리고 마산시의회 앞에 있는 명성식당이 잘하는 편이죠. 그런데 마산의 이 세 군데 식당보다 눈이 번쩍 뜨이도록 맛있는 생멸치조림을 하는 곳..

맛집 기행 2008.05.21

미국소 수입 반대 펼침막 무료로 드립니다

제가 속해있는 노동조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가정용 펼침막을 제작해 조합원과 독자들께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혹시 너무 많은 분들이 신청하면 우리 지부장이 귀찮아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하는 거 널리 퍼뜨리는 게 좋겠다 싶어 지부장에게 허락도 얻지 않고 여기 올립니다. 지부장도 어쩔 수 없이(?)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아래는 우리 지부장이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에 올린 알림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요즘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 무산을 위한 촛불집회가 우리 경남서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는 지역과 전국의 민심 동향과 독자 여러분의 뜻에 발맞추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여러 분들의 높고 귀한 뜻을..

종이박스와 신문지로 만든 놀이방

지지난주 제 고향 남해에 다녀왔습니다. 아래 사진이 하동에서 남해로 넘어가는 남해대교입니다. 1973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입니다. 남해 공용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 대합실 안쪽을 보니 공중전화 뒤편에 종이박스와 신문지로 뭔가 칸을 막아놓은 게 보였습니다. 어, 저게 뭐지? 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소꿉놀이방이었습니다. 그럴듯합니다. 자리도 깔아놓고 블록도 있네요. 장난감 칼도 있고... 상당히 알뜰하게 잘 만든 방입니다. 아이들 표정이 천진하고 밝네요. 신발은 방안에 벗어놨군요. 사진을 찍자 "신문에 내지는 말아주세요" 합니다.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여기가 너희들 집이냐. 집 참 좋네"라고 말을 걸자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아이..

고색창연한 광주의 점빵들

지난 주말(17~18일)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전에도 여러 번 광주에 간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집회나 행사에 꼭 참석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겉만 번지르한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픈 마음도 없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옛 도청이 내려다 보이는 금남로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도 한 잔 했습니다. 그리고 옛 광주시청 근처에 있는 고색창연한 금수장관광호텔 온돌방에서 푹 잤습니다. 이름은 호텔이지만 숙박료(4만5000원)는 웬만한 모텔만큼 저렴하더군요. 게다가 멤버쉽을 가진 분이 계셔서 할인요금(3만 원)으로 잤습니다. 아침에 호텔서 된장찌게를 먹고 일행을 보낸 후, 혼자서 여유롭게 거리를 걸었..

경향신문한테 미안하다

비정규직을 없애기로 한 경향신문 5월 7일치 은 “‘경향신문’이 마지막 남은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을 올해 안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채용할 사원들도 모두 정규직으로 뽑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바로 경향신문을 칭찬하는 글이 바로 올라왔고 지지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 글은 저랑 마찬가지로 을 들먹이면서 “경향신문 칭찬 한 번 해줘야겠다.”고 했습니다. 이 누리꾼은 “기사의 논조야 예전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하면서 비정규직 전환을 짚은 뒤에 “회사 경영도 지면이 지향하는 정체성에 맞게 가야 한다는 취지로 했다.”는 사용자 쪽 말을 소개하면서 “고마운 일”이라 했습니다. 이어서 “신문을 구독..

광주에선 '쇠고기 발언' 하지 말라고?

17·18일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토요일자를 한 부(400원) 샀습니다. 1면 머릿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5·18 행사 정치 변질 안된다'는 제목이었습니다. 이게 뭔 말인가 싶어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5·18 민중항쟁 28주년 기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념식을 전후로 외지단체의 각종 시위·집회가 예정돼 있어 5·18 정신의 훼손과 정치적 변질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지단체'란 민주노총과 한총련이었습니다. 민주노총과 한총련이 5·18 기념일을 전후에 광주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면 5·18 정신이 훼손되고 정치적으로 변질된다니요? 대체 가 말하는 '5·18 정신'이란..

촛불집회와 여성의 하이힐

갈수록 커지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저는 엉뚱하게도 ‘올해 하이힐 매출이 떨어지겠구나.’ 짐작을 했습니다. 촛불집회에 하이힐을 신고 오는 사람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이힐이 움직이는 데 불편한데다가 오래 신으면 발과 다리와 허리가 아프기도 하답니다. 물론 촛불집회에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훨씬 험한 노동자대회 같은 데서도 하이힐 신은 이는 종종 눈에 띕니다. 하이힐을 한 손에 들고 맨발로 행진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습니다. 스타킹은 벗어서 손가방에 넣었겠지요. 그러나 이런 사정만으로 하이힐 매출이 떨어지리라 예상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 하이힐이 서유럽에서 만들어진 과정과, 인기가 있었던 시대의 배경 따위를 나름대로 알지 못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귀..

저희도 '쇠고기 펼침막' 붙이기로 했습니다

1. 16일 경기도 과천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가정 펼침막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지부 사무실이 있는 경남도민일보 건물 3층에서였습니다. 1.2m×1.7m 크기 천에다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고 적은 것입니다. 김주완 선배(우리 지부 조합원이기도 하고 회사 기획취재부 부장이기도 하고 우리 지부 2대 지부 위원장이기도 하고)가 “야, 그거 괜찮겠더라! 우리 지부에서 그것 받아서 해 보면 어떨까? 노조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여서는 안 되잖아.” 했습니다. 옆에서 이시우 사무국장이 있다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거 좋겠네예, 26일 조합원 총회를 하니까 그 전에 준비를 해서 올리면…….” 했습니다. 저는 선수를 빼앗겼는지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총회까..

대가성 의심 받는 스승의 날 선물

스승의 날 선물은 대가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스승의 날 오고가는 선물을 두고 해마다 말들이 많습니다. 이날 아예 쉬는 학교도 있고, 또 스승의 날을 학년말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렇게 말이 많은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으뜸은 이른바 ‘대가성’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자기가 기르는 아이를 맡고 있는 선생님에게 크든 작든 선물을 건네면서 많든 적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이를 듣는 다른 사람들이 쉬 믿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이는 눈길이라도 한 번 더 던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한다 하고 다른 이는 남들 다 하니까 자기만 안 했다가는 미운털이 박힐까봐 그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두 ‘대가를 기대한다.’의 다른 표현일 따름입니다. 지금처럼 학기 한가운데 스승의 날이 있는 이상..

순수한 촌지라는 게 과연 있을까?

교사들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신문 기자들의 월급이 쥐꼬리라는 건 대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자라면 소득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친구나 친인척들의 모임에서 가끔 월급 얘기가 나오면 나는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편이다. 그럴 경우 십중팔구는 “설마, 기자 월급이 그것 밖에 안 될라고?”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재차 정말이라고 하면 이번엔 “에이~, 그래도 기자들은 생기는 게 많잖아.”라며 은근슬쩍 촌지 얘기를 꺼낸다.그러면 이때부터 나는 정색을 하고 ‘경남을 바꿀 개혁신문’을 창간하게 된 이유와 촌지를 받아선 안 되는 이유, ≪경남도민일보≫의 윤리강령과 실천요강 등을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기 시작한다.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총선 여론조사 주관했던 신문사 정치부장의 고백 지난 2008년 4·9총선 후보자별 지지도 여론조사는 완전한 실패였다. 수많은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시시때때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완벽하게 적중시킨 곳은 없었다. 심지어 방송사 출구조사마저 틀렸다. 경남의 경우도 거제 선거구가 그렇게 박빙일 줄은 몰랐다. 도 'Q&A리서치'와 공동으로 접전지역 여론조사를 했지만 틀린 곳이 적지 않았다.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구 단위와 유권자 수가 적을수록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은 선거일수록 여론조사의 오차도 커진다는 것이다. 출구 조사마저 빗나간 총선 대통령 선거나 도지사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틀린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촌지받는 교사·기자들의 방어논리

심리학에 ‘방어기제(防禦機制)’라는 게 있다. 외부의 공격이나 비판을 받았을 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어본능을 뜻한다. 이 본능에 따라 평소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들도 막상 자신이나 자기집단이 비판을 받을 경우 아주 보수적인 방어기제를 드러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는 비판을 업으로 삼는 기자이다 보니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걸 잣대로 삼는 경우가 많다. ≪경남도민일보≫ 창간 후 기자들과 교사들의 촌지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그들 집단은 나름대로의 방어기제를 드러내 보였다. 우선 교사들이 보인 첫 번째 반응은 “요즘은 선물이나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거의 없으며, 혹 있다 해..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대통령이 부끄럽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와중에서도 이 문제만은 꼭 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말 괴롭히기 말이다. 나는 그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6월 6일,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썼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웃고 넘겼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실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처럼 글로 먹고 사는 기자들이나, 심지어 국어학자들도 종종 그런 실수는 한다. 신문사에 교열기자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쇄된 신문에서 띄어쓰기 잘못이나 오타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 취임식 날 역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

경남 민심도 이명박 정부에 등돌린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 52% 이명박 정부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남도민은 7%에 불과했으며,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의 경부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도 반대(46.7%)하거나 면밀히 따져 결정(33%)해야 하며, 경부운하 건설에 앞장서고 있는 김태호 도지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부정적(65.8%)으로 응답했다. 이는 가 창간 9주년을 맞아 'Q&A리서치'(대표 김은희)와 공동으로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8일까지 경남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문제로 이슈가 된 것을 꼽으라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민영..

김순재, 돈 떼먹은 나쁜 이웃이 될 뻔하다

요즘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나 봅니다. 창원 동읍에 있는 주말농장에 갔다가, 농민운동을 하는 김순재라는 분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 이 이는 우리 에 칼럼도 쓰시고 있습니다. 농민 등쳐먹는 장사꾼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 동네 형이 한 명 찾아왔답니다. "순재야, 부탁 하나 하자. 3000만원 떼였는데 좀 찾아주라." 수박을 밭떼기로 넘겼는데 장사꾼이 수박을 다 실어내 가놓고 돈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옛날에 하도 많이 당해서, 요즘은 표준 계약서도 있고 해서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떼어먹은 사람 이름을 알고 지내는 경찰관한테 잡아달라고 넘겼습니다. 농민운동을 하다 보면 이렇게 경찰관을 알고 지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기소중지로 넘겼고(말..

광주에는 광주가 없었습니다

광주에는 광주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언론노조 수련회 덕분에 광주를 찾아갔다가 받은 느낌입니다. 물론, 어쩌면 광주가 광주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80년 5월 광주는 어쩐지 자꾸자꾸 사라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여기도록 만든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찾으려고 일부러 애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눈과 귀에 이런 것들이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억지 글감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한국예총이 주최하는 5.18기념 휘호대회 첫째는 국립5.18민주묘지 앞에 있는 플래카드였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제28주년 기념 제6회 전국휘호대회'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죽 읽어가는데 주최 단체에서 무엇이 딱 걸렸습니다. 걸리게 만든 것은..

얼음과자 값을 올리는 세 가지 방법

오늘 저녁 무렵 딸이랑 함께 가게에 가서 담배랑 얼음과자를 샀습니다. 얼음과자를 고르는 일은 물론 딸 차지입니다. 500원짜리 열 개를 골랐는지 가게 주인이 디스 플러스 2100원을 더해 5100원을 달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웬 일인지 입이 튀어나온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수박바' 어제 500원 주고 샀는데 지금 보니까 700원이에요. (수박바 앞에) '왕'자 붙여서요." 저도 우리 딸 따라 은근히 골이 났습니다. 딸은 이야기를 주섬주섬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죠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500원이었는데 'Big'을 앞에 붙여놓고 700원으로 올렸어요."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보석바'는 값은 그대로 500원인데 양이 엄청 줄었어요." 하더니 이번에는 앞에 다른 이름 붙이지도 않고 값을..

5월, 광주, 그리고 내 인생

난생 처음 찾은 광주 망월동 묘역 2008년 5월 8일, 처음으로 광주 망월동 5.18 묘역을 찾았습니다. 광주 항쟁이 일어난 지 28년만에, 그리고 제가 이 광주를 알게 된 지 26년만에 참배한 광주 묘역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많은 이들을 보내기는 했으면서도 한 번도 찾지 못했던 망월동이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국립5.18민주묘지로 돼 있더군요.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본디 목적인 언론노조 산별 교섭 쟁취를 위한 수련회 일정이 목을 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향과 헌화를 하고 누워 있는 몇 분 무덤만을 둘러봤습니다. 기록상 가장 먼저 숨을 거둔 김경철,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자였답니다. 문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숨진 최미애, 당시 배속에는 8개월 태아가 있었답니다. 군인들 총알에 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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