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신문 기자들의 월급이 쥐꼬리라는 건 대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자라면 소득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친구나 친인척들의 모임에서 가끔 월급 얘기가 나오면 나는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편이다. 그럴 경우 십중팔구는 “설마, 기자 월급이 그것 밖에 안 될라고?”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재차 정말이라고 하면 이번엔 “에이~, 그래도 기자들은 생기는 게 많잖아.”라며 은근슬쩍 촌지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이때부터 나는 정색을 하고 ‘경남을 바꿀 개혁신문’을 창간하게 된 이유와 촌지를 받아선 안 되는 이유, ≪경남도민일보≫의 윤리강령과 실천요강 등을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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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야~ 너희들 참 대단하다. 그래, 그런 언론이라도 있어야 우리사회가 그나마 지탱할 수 있지.”라는 반응이 그 하나요, “너 아직도 그렇게 사냐, 나이 40이 넘은 놈이 우째 그리 꽉 막혔냐.”는 게 또 다른 반응이다.
대놓고 표현은 안하지만 ‘참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듣고 있기가 답답한지 얼른 대화를 바꿔버리려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꽉 막힌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렇게 보일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러는 이유가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대접하는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융통성마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궤변이냐 하겠지만 가령 예를 들어보자.
만일 우리 기자들이 융통성을 발휘하여, 상황에 따라 대가성 없는 순수한(?) 촌지나 선물은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그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 문제가 발생한다.
비록 나는 그걸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주는 사람이 다른 뜻을 가졌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보는 사람에 따라 모두 기준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걸 빙자하여 실제론 뇌물성 촌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나도 예전엔 제법 촌지를 받아도 봤고 숱하게 거절도 해봤지만, 그 중 “자, 촌지 받으세요.” 또는 “지금부터 뇌물을 전달하겠습니다.”라면서 봉투를 내미는 사람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100이면 100명 모두 ‘순수한 뜻’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원칙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원칙은 좀체 바로 세우기 어렵다.
큰 제방이 무너지는 것도 처음엔 작은 구멍으로 물이 새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작은 구멍이 너무나 많다. 아니 벌써 제방이 무너져버린 상태인지도 모른다.
글이어서 침은 튀기지 않았지만, 또 이런 ‘꽉 막힌 얘기’를 하고 말았다. 언론계의 촌지 얘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최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촌지 논란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교사들은 지역언론사 기자들보다 훨씬 월급도 많다. 하긴 우리보다 연봉이 세배까지 된다는 서울일간지 기자나 지체 높은 장․차관들도 종종 그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걸 보면 소득수준과 도덕지수는 오히려 반비례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높으신 분들도 다 받는다고 촌지를 합리화할 생각은 말자.
“대한민국 남자의 80%는 무좀이 있단다. 군대 때문이다. 하지만 무좀이 있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듯, 촌지를 받는 사람이 정상은 아니다.” 자신을 5년차 교사라고 밝힌 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졸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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