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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봄에 맛볼 수 있는 생멸치조림 쌈밥입니다.
제가 어릴 때 나무박스에 생멸치를 담아 리어카에 싣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파는 장사꾼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멸치 장수가 오면 집집마다 한 박스씩 사거나, 식구가 적은 집은 두 집이 공동으로 한 박스를 사서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멸치를 산 날은 어머니가 생멸치조림을 해줬던 기억이 아련하게 납니다. 나머지는 멸치젓갈을 담았죠.

그 때 먹어봤던 생멸치조림의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봄에는 그걸 잘하는 식당을 찾아 즐겨먹습니다. 마산에서는 신포동 해안도로 쪽에 있는 해안횟집과 운지식당, 그리고 마산시의회 앞에 있는 명성식당이 잘하는 편이죠.
그런데 마산의 이 세 군데 식당보다 눈이 번쩍 뜨이도록 맛있는 생멸치조림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 고향 남해의 삼동면 물건마을에 있는 해변정식당인데요. 2년 전 이곳에서 생멸치회와 조림을 먹어보고 반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지난주에도 고향에 갔다가 아버지와 동생 내외, 제 아내 등과 함께 해변정식당에서 점심을 생멸치조림으로 먹었습니다.
이 집은 요리솜씨도 좋지만, 무엇보다 싱싱한 생멸치에 맛의 비결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 있는 식당들은 매일매일 새 멸치를 구할 수가 없겠죠. 그러다 보니 미리 사서 냉동해뒀던 멸치를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해변정식당의 멸치는 냉동하지 않은 그야말로 신물이기 때문에 맛도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야 맛의 차이가 분명하고, 멸치가 전혀 부스러지지 않은 채 담겨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칼치구이도 신물로만 쓰는데, 역시 먹어보면 맛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밑반찬도 여러 메뉴가 나오지만, 다른 곳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머구(머위, 남해에서는 멍에라고도 부름) 줄기 초무침도 씁쓰름한 특유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남해 특산물인 마늘 쫑대 무침도 맛있습니다. 요즘 한창 마늘쫑이 많이 나올 때죠. (이미 지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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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꼴뚜기 무침과 꼴뚜기 젓갈도 별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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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고 나서 물건마을을 명물인 방조어부림을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푸른 바다와 초록의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시원합니다.
시간이 더 있으면 마을 뒤 산중턱에 자리잡은 독일마을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거기서 바라보는 방조림과 앞바다의 풍경도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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