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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돈 안되는 음악, 왜 하냐고 물었더니…

교향악단 단원이 되는 것은 음대를 나온 악기 연주자 대부분의 꿈이다. 그러나 그들 중 단 1~2% 정도만 꿈을 이룰 수 있다. 음대 또는 대학원까지 나온 음악인들은 그동안 들어간 교육비 만으로 흔히 의사들과 비교되곤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레슨과 악기 구입 등에 든 비용을 생각하면, 6년제 의대를 나온 의사들보다 월등히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될 수 있다는 시향 단원들이 받는 보수는 의사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물론 각 시향마다 다르긴 하지만,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시향의 경우 그들의 보수나 근로조건은 처참할 정도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시향이 많다. 그마나 좀 낫다는 상임 시향 단원들도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

카드빚 탓에 법정에 선 70대 할머니

1. 생계형 신용불량자의 공통 특징 생계형 장기채무불이행자(보통 신용불량자라 이릅니다만)의 특징을 아십니까? 모두 그렇다 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사람이 착하다는 점입니다. 또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린다는 사실입니다. 2005년 겨울 고리대(高利貸) 피해를 취재 보도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빚을 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빚진 죄인’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최소한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기가 그럴 능력이 없어서 빚을 지게 됐고 따라서 자기 힘으로 갚지 않으면 죽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이 가난한 사람은 더욱 살기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라거나, 아니면 이자율이 너무 높아 채무가 악순환한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이들이었..

화려한 교향악단, 월급봉투 열어봤더니…

드라마 에서 등장인물들의 꿈은 시립교향악단(시향) 단원이 되어 마음껏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펼치는 것이다. 강건우(장근석 분)는 경찰직을 때려치고, 두루미(이지아 분)는 공무원에서 잘리면서까지 교향악단에 인생을 건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비슷하다. 물론 여기에는 각자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음악하는 사람도 입이 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시립교향악단 단원이 되면 생계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에 몰두할만한 보수와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것일까? ♬관련기사 : 시향 지휘자가 본 베토벤 바이러스 ♬관련기사 : 시향 연주자들이 본 베토벤 바이러스 그러나 이번 취재는 쉽지 않았다. 어차피 공개될 수밖에 없는 내용임에도 단원들은 입을 열기를 주저했다. 기자의 ..

시향 지휘자가 본 베토벤 바이러스

창원시립교향악단은 드라마 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부터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만 시리즈로 연주해오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됐지만, 베토벤 시리즈를 하겠다는 계획은 정치용 상임지휘자가 취임하던 올 연초부터였다. 그는 지난 5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교향곡 제1번에서 시작, 6월에는 전원교향곡을 연주했으며, 7월에는 운명교향곡, 10월에는 교향곡 4번, 11월에는 교향곡 8번을 연주했다. 오는 12월 9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연주될 예정이다. 이후 공교롭게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창원시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휘자인 정치용 교수(한국예술종합대)의 스타일이 드라마 속 강마에처럼 원곡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그가 가진 정통 코스의 경력이나 카리스마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

시향 연주자들이 본 베토벤 바이러스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다룬 드라마 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마지막회로 치닫고 있다. 덕분에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늘고 있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부터 일반 시민의 회원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월 열 대여섯 명이던 회원가입이 드라마 이후엔 60~70명으로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립교향악단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 의외로 시향 단원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에 대한 실상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겉으론 화려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고 있는 직종이 교향악단 연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향에 소속돼 있는 단원들은 드라마의 성공에 크게 고무돼 있었다...

수능 코앞에 둔 고3들 소등식

1. 수능 닷새 앞두고 치른 소등식 밤 10시 남짓 돼서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때인지라 제가 아들에게 “웬 일이야?” 물었겠지요. “아빠, 오늘 마지막 모의고사 쳤는데 잘 나왔어요. 그리고 아마 끌 소(消) 등불 등(燈) 같은데, 소등식도 했어요. 아니 하지는 않았지만 한 셈 치기로 하고 마쳤어요.” 제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으려니 아들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5시 모의 수능 치고 바로 소등식 하고 학교 마쳤어요. 학교 마치고 독서실 갔다 오는 길이에요.” “앞으로는 보충 수업도 없고 야간자율도 없어요. 이제 7교시만 마치면 바로 학교 끝나요.”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능이 13일, ..

"뼈에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나요?"

[김주완이 만난 사람]민간인학살 유해발굴 전문가 이상길 교수 이상길 경남대 인문학부 교수는 원래 고고학과 고대사가 전공이다. 하지만 요즘 그는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반세기 넘게 묻혀 있던 유골들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 2002년 9월 4일 태풍 '루사'로 인해 폭우가 쏟아진 날,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 산골짜기에서 주인 없는 유골 수십여 점이 빗물과 토사에 휩쓸려 내려왔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진주지역 보도연맹원으로 추정되는 200여 명이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집단학살됐다는 사실은 1999년 10월 에 의해 보도된 바 있지만, 실제 유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태풍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민간인학살 관련 단체들이 본격적인 유해발굴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창원공단에 대규모 염전이 있었다

지금은 국가산업단지로 개발돼 공장들이 가득 차 있지만, 경남 창원 신촌동 일대는 해방 전후까지만 해도 대규모 염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제주대학교 지리학과가 보관하고 있는 1945년 9월 9일 미국 해군이 찍은 항공사진을 입수해 제가 역사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고증, 분석해본 결과 밝혀진 사실인데요. 이 내용은 작년 6월 저희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창원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량활동 교과서에 이 내용을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더군요. [푸른 창원 초록아이]라는 제목으로 발간을 준비 중인 이 교과서는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정대수 교사를 비롯, 모두 29명의 초중고 교사들이 공동집필한다고 합니다. 필진으로 참여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인..

경남에도 택시 영수증이 있더군요

마산이나 창원에서 사시는 여러분, 택시 요금 영수증 본 적이 있으신지요? 신용카드 결제도 되는 서울에서 말고 경남에서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10월 28일 울산 출장을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마산 합성동 터미널에 내리니 새벽 2시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창원 집에 오려고 택시를 탔는데 영수증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자리 명함 꽂아 놓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운전하시는 이에게 물었습니다. “야, 택시에 영수증이 다 있네요!” 택시 기사는 “이거요, 저희 회사만 있는 것 같은데요.” 했습니다. 이어서 “(영수증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울처럼 카드 결제까지 돼야 합니다.”라 말했습니다. 그동안 영수증 없는 택시에 익숙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입니다. 며칠 있다..

졸지에 철없는 기자가 돼버렸다

보름 전,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신용정보회사의 간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요즘 신문업계가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돈 벌만한 아이템 좀 없을까요?" 그는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런 한가한 얘길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오직 살아남을 생각만 하십시오." 10년 전 IMF 구제금융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불어닥치고 있는 비상시국에 웬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한가한 소리 말고 살아남을 궁리만 하세요 지난 주엔 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운영위원들과 함께 중국 선전(심천)과 홍콩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몇 분 단위로 뛰는 환율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중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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