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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로드킬, 인간 문명의 끝간 데 없는 잔인함

12월 6일 뜻하지 않게 대구 옆 경산에 있는 안심습지를 다녀왔습니다. ‘뜻하지 않게’라 한 까닭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강의’를 하러 갔을 뿐인데 일이 안심습지를 둘러보도록 풀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강의’는 제게 수수께끼입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 9월 섭외가 들어왔는데, 왜 제가 꼽혔는지, 저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강의 주제가 무엇인지 따위를, 다녀온 지금도 제대로는 알지 못하는 상태랍니다. 제가 말씀드려야 하는 대상도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가서 보니까, 저보다 습지나 생태에 대해 몇 배는 더 잘 아는 40대와 50대 여성 분들이셨습니다. 풀이나 새 이름을, 저랑은 견줄 수도 없으리만치 잘 아시더라고요. 어쨌거나 여기서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고가(高..

“이 비싼 향수로 오늘 밤 유혹해 봐?”

옛날 옛적 20년도 넘은 오랜 옛적에, 노동과 자본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고,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이런 얘기는 80년대는 물론 90년대 중반에까지만 해도 그럴 듯하게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지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87년 대투쟁을 거치면서 창원공단 거리를 휩쓸던 자전거 무리는 금세 오토바이 떼로 바뀌었고,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지나면서는 죄다 자동차로 넘어갔지요. 또 같은 즈음에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엄청 뛰는 난리 '부루스'도 한 바탕 일어났더랬습니다. 그 즈음 공단 통근버스들도 자취를 감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동자 대다수가 다 같이 가난한 시절은 이 때 다했습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자..

‘어청수’ 빼려고 경찰들 총출동

12월 3일 우리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가 “‘존경받는 CEO대상’은 돈 주고 받은 상이었다”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알려진 그대로, 상금이나 상품도 전혀 없는 ‘무늬만’ 대상이었습니다. “어청수 경찰청장과 자치단체장 등 26명이 수상한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은 결국 거액의 돈을 홍보비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받은 ‘돈 내고 상 받기’의 전형으로 드러났다.”가 첫 문장이었습니다. 김주완 선배는 이 기사에서, “돈 내고 상 받기가 맞고 자치단체장들이 돈을 준 사실도 맞지만 어청수 경찰청장이 돈을 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놨는데, 그 때까지 통보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해서 오후에 우리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기사가 뜨자 ..

'CEO대상' 주관·후원단체, 언론인들도 모른다

"한국전문기자클럽·세계언론인재단? 처음 듣는 단체"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을 주최한 '한국전문기자클럽'과 후원단체로 돼있는 '세계언론인재단'은 과연 어떤 단체일까? 수상자로 선정된 자치단체장과 기업체 사장들에게 거액의 광고료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이들 단체의 정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나라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 유명 기업체 사장과 시·군·구청장 등 수상자들의 명성에 비해, 정작 상을 준 주관단체와 후원단체는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우선 7000여 명의 현직기자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자 직능단체인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에 이들 단체를 아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김경호 기자협회장은 물론 사무국원들도 두 단..

'상 매매' 관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블로거 '돼지털(정성인 기자)'은 "자치단체 등의 '돈 주고 상 받기가 또(!) 도마에 올랐다"며 "또 꼬리잡힌 '상 매매' 이번엔 꼭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이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라고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전망과 기대는 틀렸습니다. 제 생각에 "절대 이 관행은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고 또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디어스]나 [미디어오늘]과 같은 극히 일부 매체 말고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다른 언론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제가 생각해보건대, 대부분의 신문이 이번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관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과 비슷하거나, 좀 달라도..

26명 모두가 대상(大賞), 참 희한한 CEO상

참 희한한 상(賞)이다. 보통의 상이라면 대상(大賞)은 1명이고, 그 다음부터 최우수·우수·장려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상은 수상자가 무려 26명이나 되고, 그 26명이 모두 '대상(大賞)'을 받았다. 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최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이라는 상 이야기다. ※첫 보도 : '존경받는 CEO 대상'은 돈주고 받는 상이었다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어청수 경찰청장 외에 지방자치단체장이 18명이고, 기업체 사장과 은행장·공기업 사장 등이 7명이다. 이들 모두에게 '대상'을 주려니 수많은 '부문'으로 나눠야 했던 것일까? '신뢰경영 부문', '책임경영 부문', '미래경영 부문', '창조경영 부문', '열린 경영 부문', '시민중심경영 부문', '가치경영 부문', '문화행정부문', '글로..

'존경받는 CEO대상'은 돈주고 받은 상이었다

[단독]선정된 자치단체 등으로부터 1500만~2000만 원 입금 조건으로 신청 어청수 경찰청장과 자치단체장 등 26명이 수상한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은 결국 거액의 돈을 홍보비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받은 '돈내고 상받기'의 전형으로 드러났다. 경남도민일보가 3일 입수한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의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 안내문건에 따르면 선정된 자치단체와 기업은 '홍보비' 명목으로 각각 1500만 원과 2000만 원(부가세 별도)을 입금하도록 돼 있었다. 실제 이 문건을 바탕으로 상을 받은 각 자치단체 등에 확인한 결과 부가세와 함께 1650만 원을 입금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어청수 경찰청장측은 절대로 돈을 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

따오기도 경남에선 국빈, 대전에선 가축?

같은 따오기라도 경남에 온 따오기는 '국빈' 대접을 받고, 대전에 온 따오기는 '가축' 취급을 받았다? 사실 그랬다. 지난 10월 17일 중국 섬서성을 떠나 경남에 온 따오기 한 쌍은 경남도는 물론 정부 차원의 '영접'을 받으며 전용비행기 편으로 들어왔다. 경남도는 이 따오기를 위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펼쳤다. 또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의 접근조차 엄금하며 군사작전에 버금가는 보호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데려오는 데 비용만 700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사육하고 복원하는 데에는 약 65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대전동물원에도 멸종위기의 희귀종 따오기 6쌍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는 기사가 대전발로 일제히 보도됐다. 일본 다마동물원 등 3곳에서 무상기증받아 들여온 이들 따오기는 전용기도..

느닷없는 해고통보…노동자 7명의 눈물

지난달 28일 오후 5시 20분, 잔업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공장 화장실 입구 게시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7년째 자동차부품 포장공으로 일해온 김수경(45·가명) 씨도 무심코 사람들 틈에 끼여 게시판을 올려다봤다. 붙어있던 7명의 해고자 명단 중 자기 이름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둔기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이내 배신감이 치밀어올랐다. 그 길로 반장을 찾아갔다. "내가 왜! 하필 내가 왜 잘려야 하나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반장은 말을 흐렸다. "사정이 그렇게 됐어요. 회사 사정이…." 이번엔 사무실로 상무님을 찾아가 통사정을 했다. "상무님, 제발 3년만 더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 애들 졸업할 때까지 3년만…." 엉엉 울었다...

착한, 더 착한, 더더 착한

1. 절대 남탓을 하지 않는 사람 저는 이런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남을 탓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이 사람이 모는 차를 탄 적이 있습니다. 가는데 앞에서 어떤 차가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좁은 골목으로 꺾어들어야 하는데 들머리에 자가용 승용차가 길게 걸쳐진 채로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국면에서 뒷차 운전하는 이는 욕지거리를 바로 입에 달기 십상입니다. 아니면 빵빵 소리를 마구 내면서 앞차 운전자를 바로 나무라는 말을 거칠게 내뱉지요. 그런데 제가 아는 이 친구는 전혀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오른쪽 깜박이 신호를 넣은 채, “아, 가야 하는데, 아, 가야 하는데” 라고만 되풀이 말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전에도 이 사람이 착한 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날 그 국면에서 남을 탓하는 말 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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