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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군가 가사도 이보다는 덜하겠다

경남에서 가장 큰 문학단체에서 내는 기관지 최근호를 뒤적거리는데, 이런 시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운율이 맞는지도 미심쩍습니다만, 그보다 내용이 아주 놀라웠습니다. 이북을 적으로 가상하는 군대 노래 가사도 이보다는 훨씬 덜할 것 같습니다. 사실 관계에 대한 인식도 정확해 보이지 않습니다. '해치슨 라인'은, '에치슨 라인'의 잘못일 것입니다. 그 일이 있었던 1950년 1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 이름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게다가, 모택동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체 게바라는 또 무슨 관련이 있는지요. "피 흘려 번 돈을 일본에 다 줘도 입 다물고"는 무엇을 이르는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피 흘려 돈을 벌었는지, 누가 일본에 다 줬는지, 누가 입을 다물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주사파를 두고 ..

일본의 직업별 급여명세서 비교해보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임금 삭감의 근거로 내세운 '일본 대졸초임 162만 원'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군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한국의 2007년 대졸초임(월급여)이 198만원으로 일본의 162만원보다 높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즉 "전경련이 제시한 한국 기업의 대졸 초임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과 고정 상여금을 포함한 총임금인 반면, 일본은 고정 상여금과 초과 근로수당 등이 제외된 정액 급여"라며 "비교 대상이 잘못됐고, 이 때문에 한국 임금이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확한 통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마침 작년(2008년) 9월 일본 동경에 다녀오던 길에 한 서점에서 일본 121개 직종의 급여명세서를 공개한 책을 한 권 사온 게 ..

박노자-허동현 논쟁에서 조갑제가 떠올랐다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는 박노자와 허동현의 논쟁을 담은 세 번째 책입니다. 이들은 이미 2003년 ‘우리 역사 최전선’, 2005년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에서 친미와 반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근대와 전근대 등 한국 근대 100년을 아로새긴 여러 풍경을 두고 토론한 바 있습니다. 박노자와 허동현은, 두 사람이 같이 쓴, 들어가는 글에서 ‘역사는 해석일 뿐이다.’고 못박았습니다. 관점이 다른 우파와 좌파가, “기초 사실에 대한 합의는 볼 수 있어도 해석과 서술은 각자 정치·사회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성향이 달라서 역사도 다른 이 두 학자가 그럼에도 책을 함께 펴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서로가 좌우 성향의 차이를 인정할 경우 미래를 향해 같이 나아가야 할 ..

이명박보다 더 무서운 것은 관성

이명박 하면 저는 근육이 떠오릅니다. 물론 자연인 이명박은 전혀 근육스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만. 이명박의 힘은 근육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근육은 머리랑 제대로 연결이 돼 있지 않습니다.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 아래 근육이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이분법에 따라 움직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나마 옳으냐 그르냐, 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돈 되냐 안 되냐, 또는 내 편이냐 아니냐, 입니다. 어쩌면 아메바 같은 진짜 단세포 생물들이 화를 내겠습니다만, 정말 이해 관계에 단세포적으로 충실합니다. 물론 그래서 고마운 점도 있습니다. 지배계급의 본질을 아무 꾸밈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는 것 말입니다. 시위 진압도, 이명박식은 노무현이나 김대중식하고 다릅니다. 이미지로 처..

쇼핑몰 진입로로 둔갑해버린 부산대 정문

지난주 부산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앞서 '내가 를 절판한 까닭'에서 포스팅한 대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한민연)가 마산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저를 초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의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부산대학교 정문이 이상했습니다. 보통의 대학 정문과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지하주차장 입구 같았습니다. 학생들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정문 좌우쪽의 경사진 인도를 통해 캠퍼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차장 입구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정문 바로 옆에는 신축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쇼핑몰이 학교 안쪽까지 자리를 차지하며 위용을 뿀내고 있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효원 굿플러스'라는 쇼핑몰이라더군요. BTO(Build-Transfer-Operate)라는 민간투자방식으..

강유원 "성장 환상 버려야 희망이 보인다"

인문학자 강유원 박사에게 '책이 왜 희망인가'를 묻다 강유원은 헤겔의 사회역사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인터넷 교보문고나 알라딘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무려 30여 권에 이르는 저술과 번역서들이 나온다. 철학과 관련된 인문학 서적이 많지만, '책'에 대한 책도 상당수에 이른다. (살림, 2005), (여름언덕, 2005), (뿌리와이파리, 2005), (야간비행, 2003) 등이 그것이다. 그는 과 등 많은 매체에 서평을 썼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서클럽을 운영하기도 한다. 가히 '책'과 '서평'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 할만 하다. 그런 그가 매주 금요일자 1면에 '책은 희망이다'라는 고정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자진하여 서평을 보내왔다. 지난 27일자에 실렸던 에 대한 책소개 글이 그것이다. 아울러 그..

내가 <토호세력의 뿌리>를 절판한 까닭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한민연)가 '마산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국가중심화 과정과 로컬인의 반응'이라는 주제로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주제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간단히 말해 '국가가 지역(로컬)을 지배하는 방식과 이에 대응한 지역민의 반응을 마산의 경우에 맞춰 분석해보겠다'는 것쯤으로 이해된다. 그들의 연구 계획 1번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국가중심성에 의한 지역의 포섭과 저항 : 지역 언표주체의 형성과 변화를 중심으로'. 역시 말이 좀 어렵다. '언표 주체'라는 걸 뭘로 풀어볼 수 있을까. 아마도 '여론주도층'쯤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마산의 여론주도층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어 왔는가'라는 게 연구 주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각설하고, 10여 명의 각기 다른 전공분야..

교향악 공연 처음 본 40대 남자의 소감문

2월 27일 창원문화재단 창립 1주년 기념 희망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음악에 소양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꼈습니다. 교향악 연주는 사실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먼저, 자리. 모든 자리 초대였는데요, 1층 객석에서 적어도 3분의1은 비어 있었습니다. 대충 짐작건대, 먼저 초대장을 보내고 보러 올지 여부를 알려 달라 했습니다. 보러 오겠다는 이들에게는 입장권을 발행했고요. 다음으로 창원문화재단(또는 성산아트홀) 회원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냈겠지요. 아울러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랬다면 이들에게도 적당한 방법으로 초대권이 나갔겠군요.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눠주기도 했더군요. 1. 빈 자리가 아까웠다 제 생각으로는 빈 자리가 아까..

문필활동을 하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번역의 탄생'

지금 여기, 우리 문화의 두께가 절대 만만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책이 하나 나와 있습니다. ‘번역의 탄생’은, ‘종살이하는’ 번역이 아니라 ‘주인다운’ 번역이 이뤄지고 있음을 일러줍니다.(그러나 이 말이 ‘종살이하는’ 번역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 말로 된 작품들을 한국어로 잘 번역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밥벌이 삼아 애벌 번역을 해대는 대학(원)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국어로 글 쓰는 이들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쓸 수 있는지 막힌 벽을 허무는 그런 구실을 합니다. 번역에도 한국어 글쓰기에도 크게 보탬이 되겠지 싶은 것입니다.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원문에 가장 가까운 표현을 이리저리 궁리하다 보니 한국어의 구석구석을 보통 사람들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본 것..

도처에서 터져나오는 민중의 신음소리

어제(25일) 서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마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광화문 한국언론재단에서 회의를 마친 후, 다시 서울역에서 기차로 마산에 돌아왔습니다. 회의장인 한국언론재단 앞에 도착했을 때 맞은 편에서 집회 소리가 들렸습니다. 길 너머 서울시의회(옛 부민관) 앞 인도에서 철거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더군요. 시의회 의사당 앞은 경찰관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행정대집행 중단하라'는 등의 펼침막 구호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곧 쫓겨날 처지에 있는 철거민들의 집회인 것 같았습니다. 연초 경찰에 의한 참사를 빚은 용산철거민은 아닌 듯 했지만, 역시 비슷한 처지에 몰린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마산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서울역으로 갔는데요. 거기서도 실내 로비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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