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역에서 본 세상 1803

길고양이랑 하룻밤 지낸 뒷얘기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하루 재운 사연을 ‘길고양이와 하룻밤 지낸 우리 딸’(http://2kim.idomin.com/779)이라는 제목으로 15일 밤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16일 밤 9시 즈음에 “뒷이야기가 궁금하네요. 현지가 무슨 말을 했을까?” 댓글이 붙었습니다. 우리 딸 현지는 제 짐작대로 불쌍하고 어린 이 고양이를 데려온 14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는 제가 들어올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던 현지가, 이튿날은 초저녁에 잠들어 제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할 때 저는 알아봤습니다만 하하. 현지는 이튿날 아침 7시에 고양이를 키울 친구를 만나러 나갈 작정이었습니다. 원래는 아침 9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상대 친구가 일찍 보고 싶다고 앞당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지는 잠들면..

김훈 박완서 신경숙 등도 틀리게 글 쓴다

'우리말의 달인'이랄 수 있는 소설가들, 그렇지만 그이들도 잘못 알거나 또는 모르고 쓰는 잘못된 표현들은 없을까요? 그이들의 잘못된 문장 표현을 사정없이 헤집는 글이 한 문학 잡지에 기획 연재되고 있어 여러 사람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계간 이 2008년 봄호부터 연재해 올 봄호로 다섯 번째를 맞은 문학칼럼 '권오운의 우리말 소반다듬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권오운(67)은 66년 등단한 시인입니다. 시집 말고도, 따위를 펴낸 바 있답니다. '소반다듬이'는 사전에 '자그마한 밥상 위에 쌀이나 콩 따위 곡식을 한 겹으로 펴 놓고 뉘나 모래 같은 잡것을 고르는 일'이라 돼 있습니다.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나 낱말을 걸러내자는 얘기입지요. 2009년 봄호 '소반다듬이'는 "'초가를 올린 토담집'은 이층집인가?"..

공무원 임종만씨가 승진·승급 포기한 까닭

전혀 공무원답지 않은 공무원 임종만 씨 이야기 힘있는 자에겐 비굴하고, 약한 자에겐 권위적인 사람. 기본급은 적어보이지만 이런 저런 수당을 합치면 상당한 고소득인데다, 웬만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잘릴 염려도 없는 철밥통. 그럼에도 자기 돈 쓰는데 인색하고, 승급·승진과 자리보전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내놓는 군상들…. 눈치 빠른 독자라면 금방 알아챘을테지만, 바로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이런 공무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공무원도 있다. 마산시의 6급 임업직 공무원 임종만(49) 씨 이야기다. 내가 본 그는 한마디로 말해 '힘센 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따뜻한 사람'이다. 높은 사람 입장에서 공무원이 '힘센 자에게 강하다'는 것은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걸 뜻..

길고양이와 하룻밤 지낸 우리 딸

14일 토요일 저녁 우리 딸 현지가 전화를 받고 나가더니 얼마 안 있어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고양이 좀 데려가면 안 돼요? 내일 아침 9시까지만요. 지금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데리고 있을 사람이 없어서요. 내일 아침 친구가 데려가기로 했어요.” 저는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마음대로 하렴.” 그랬더니 딸이, “아빠 화났어요?” 했습니다. 그래 저는 공지영 소설 에 나오는 M역 앞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아니, 화 안 났어, 말 뜻 그대로야.” 이랬습니다. 현지는 그러니까 고양이 때문에 나간 모양이었습니다.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들어왔는데, 커다란 종이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고양이를 넣어왔습니다. 현지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입가에는 웃음이 맺혀 있었습니다. 아빠가 번거로워..

이런 일본 사람은 고맙고도 두렵다

이렇게 말하는 일본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런 일본 사람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이 또한 아마 민족주의 비슷한 감정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이들의 철저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이라는 책, 그 책머리에 붙은 글쓴이 가노 마사나오라는 일본사람의 한국어판 서문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어릴 적 조선인 동급생이 당했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이 자기 인생을 결정했다는 고백입니다. 1. 대일본제국 국민학생의 창씨개명 기억 (‘사실 그 이상으로 일이 생길 때마다’는, 번역이 좀 이상합니다만.) 2. 피해자 처지에 서기가 쉬운 일일까 이것은 무엇일까요? 당시 교실에서 조선인 동급생은 피해자입니다. 일본인 교사는 가해자이겠지요. 그렇다면 가..

‘권력’이 되고픈 문학잡지 <시인세계>

200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 가운데 1등은 누구일까요? 김경주랍니다. 2009년 봄호가 시인 56명과 평론가 34명에게 저마다 다섯 명가량씩 ‘인기투표’를 시켜 이렇게 매겼습니다. 김경주는 52표를 얻었습니다. 계간 는 이번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2000년도 이후 등단한 시인들 중 주목할 만한 젊은 시인 5명 내외를 추천해 달라 부탁하였다. …… 추천 수에 의해 13명의 ‘주목할 만한 젊은 시인들’을 선정하여 그들만의 새로운 시경향과 시세계를 조명해 보았다.” 아무 기준도 없이 ‘인기투표’로 등수 매기다니 는 이렇게도 적었습니다. “‘시인들이 추천한 시인’과 ‘평론가들이 추천한 시인’은 다소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본지는 시인들과 평론가들의 양쪽 의견을 총합했다.” 그러나 이것은 ‘뭔가 있어 보이게 하려..

민주화운동 패러다임 바꾸자는 멋진 공무원

저는 3·15나 4·19, 5·18, 부마항쟁, 6월항쟁 등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이 지나치게 관 주도로 이뤄지는데 대해 약간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기관이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을 인정하고, 그 뜻을 새기겠다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관에 의존한 기념사업이나 행사는 종종 본말과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예컨대 관 주도의 행사는 그 항쟁의 진정한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보다, '외양'과 '형식'에 치우쳐 '기념'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주인이 되어야 할 '시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히려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주인공인양 폼을 잡는 생색내기 의전행사가 되기 십상입니다. 3·15의거 49주년, 관에 의존하는 기..

봄에 가본 논은 생태계의 보고였다

개구리 올챙이 도롱뇽 논고둥 별꽃 봄까치꽃 논은 우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하답니다. 경남만 따져 봐도 논농사는 늦어도 3000년 전에 시작이 됐습니다. 밀양시 산외면 금천리(琴川里) 일대 밀양강과 단장천이 합류하는 지점 유적이 그 증거입지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경남대학교 박물관이 발굴한 결과 보(洑)와 봇도랑, 무논(水畓) 같은 농경 유적을 비롯해, 불땐 자리와 마을 집터 같은 무문토기 시대 초기 생활 자취들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논농사 자취는 2005년 발굴된 마산 진동면 청동기 유적지는 물론 발굴이 그보다 앞선 남강댐 수몰지구 진주 대평리와 울산 무거동·야음동 같은 신석기 유적지에서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리 겨레와 역사를 함께하면서 먹을거리를 대주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는 얘..

3·15 시민항쟁과 관변문인의 어정쩡한 동거

곧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3·15의거 49주년이 되는군요. 의거 기념일을 앞두고 그동안 애매모호한 정체성으로 의심을 받아온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라는 격월간 회보를 창간하고, 첫 사설에서 모처럼 분명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로 마산에서 지겹도록 논란을 빚고 있는 '노산 이은상'과 '노산 문학관' 명칭에 대한 기념사업회의 입장인데요. 마산 출신의 시조시인 이은상은 독재자 이승만의 충실한 하수인이었고, 박정희와 전두환에게도 빌붙어 영화를 누린 '독재 부역 문인'의 대표격인 사람입니다. 그는 또한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킨 3·15의거를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폄하한 반민중적 문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산의 뜻있는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하려던 '노산문학관'에 대한 반대운..

노동자가 지역 여론을 손쉽게 장악하는 방법

2월 26일 밤에 이런 이메일이 제게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 시작된 언론파업의 본질과 의의에 대해 원고를 청탁 드립니다. 분량 : A4 한장(11포인트) 읽을 대상 : 현장 노조 활동가 마감 : 3월 3일 12시까지 재작년 금속노조경남지부 선거이후 함께했던 동지들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동자 연대'라는 형식으로 조금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활동의 한 일환으로 지역 주간 노동자 신문을 발행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2월 25일자 준비1호를 발간했습니다. 종이신문은 아니고 우선 회원 및 주변에 메일로 보내는 정도입니다. 준비 2호 내용 중에 최근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글을 청탁하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후 고정 필진으로 활동을 해주실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건방지다 생각 들면 한 잔 하면 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