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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3·15 국가기념일 제정, 어떻게 보십니까?

요즘 마산에서는 내년 3·4월혁명 50주년을 앞두고 1960년 3·15부정선거에 항의해 마산시민이 궐기한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주축이 되고, 이주영·안홍준 의원이 앞장서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국회의원 265명의 찬성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을 추앙하는 현 정부의 기류로 볼 때 과연 국무회의 통과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들긴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산에 사는 시민 중 누구도 감히 3·15국가기념일 제정운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있습니다. 만일 딴소리를 했다간 역적으로 매도당할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마산에서 반대하면 역적으로 몰릴 수도? 엊그제, 마산에서 오랫..

서울은 문화재도 수탈해 갔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그대로 두고 보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들 합니다. 프랑스가 빼앗아 간 강화도 외규장각 조선왕실 ‘의궤’를 비롯한 여러 약탈 문화재를 되찾으려고 우리가 갖은 애를 쓰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자리에 그대로 보존’이라는 말이 나라와 나라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에만 적용되는 원칙일까? 제 생각에는 아닐 것 같습니다. 같은 나라 울타리 안에 있는 지역과 지역 사이에서도 존중돼야 마땅한 그런 황금률일 것 같습니다. 연가칠년명 금동여래입상(延嘉七年銘金銅如來立像)이 있습니다. 광배(光背) 뒷면에 ‘연가 7년’으로 시작되는 한자 47개가 새겨져 있는 고구려 불상이랍니다. 1963년 경남 의령군 대의면 하촌리에서 발견돼 이듬해 국보 제119호로..

민주주의는 '기념'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른바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독립운동가나 3·15, 4·19, 5·18, 부마항쟁·6월항쟁 등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단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그런 기념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러려면 행정기관의 비위에 거슬리는 내용의 행사를 피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지원받은 행사는 종종 주객이 전도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정작 '기념'해야 할 민주열사의 업적이나 정신은 뒷전이고, 돈을 지원해준 행정기관의 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주빈이 되어 높은 단상을 차지하고, 민주열사의 업적은 그들 정치인이나 관료를 빛나게 해주는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을 저는 종종 봐 왔습니다. 뿐만 아..

철도노조의 쉽고도 호소력있는 유인물

지난 3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때 노동조합의 반대운동이 언론에 보도되긴 했지만, 이후엔 별 소식이 없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난 3일(금) 대전에 출장 갈 일이 있어 마산에서 무궁화호를 탔더니 각 좌석마다 다소 특이한 유인물이 꽂혀 있었습니다. 유인물은 16절지 4페이지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표지에 해당하는 첫페이지는 친근한 만화와 함께 "영어선생님께 수학을 맡기는 학교는 없다"는 헤드라인이 인쇄돼 있었습니다. 누구나 호기심을 유발할만한 명 카피였습니다. 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죠. 전국철도노동조합 명의의 선전물이었는데요. 그동안 봐왔던 노동조합의 투쟁적 유인물과 달리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피와 만화가..

결국 기사로 쓰지못한 국회의원 불법주차

탐진강 님이 쓴 '국회의원 전용차, 불법 주정차도 특권인가'라는 글을 보니 지난 2007년 7월 7일 현 이명박 대통령이 예비후보 시절 마산에 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점심 때 이명박 예비후보가 저희 신문사 앞의 한 일식당에서 경남도내 신문사와 방송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밥을 먹었는데요. 물론 저희 신문사 편집국장도 참석했습니다. 이명박 예비후보를 따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왔고, 황철곤 마산시장도 배석했습니다. 회사는 쉬는 날이었지만 볼일이 있어 나오던 중 경남도민일보 맞은 편 도로가 유난히 막히더군요. 유심히 보니 그 일식당이 있는 바로 앞, 우회전을 위한 1차선 도로에 검은 대형차들이 줄줄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들 ..

‘공간’도 모르면서 인생을 논한다고?

를 쓴 조재현은, 태어난 1970년부터 지금까지 약력을 죄다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채웠습니다. 이를테면 “1977년 학교까지 꽤 멀고 복잡했던 골목길, 거대해 보였던 육교, 관제탑처럼 생긴 소방서의 탑, 피아노 학원으로 올라가던 좁고 어두운 직선 계단” 따위. 사람은 언제나 공간 안에 있거나 공간 밖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특히 사람이 만든 공간을 떠나서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지요. 그런데도 공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간에 담긴(또는 담은) 뜻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제대로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간‘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사진과 건축과 그림과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며, 무대나 배경이 되는 무당집·여관방 따..

엄마 팬티 소재로 시(詩) 쓰는 재주

세상에 시나 소설을 쓰는 데 글감으로 무엇을 쓰면 안 된다고 제한돼 있지는 않지만, 어머니 팬티를 소재 삼아 쓴 시는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보니까 참 재미가 있습니다. 분홍 꽃 팬티 어머니 병원 생활하면서 어머니 빨래 내 손으로 하면서 칠순 어머니의 팬티 분홍 꽃 팬티라는 걸 알았다 어머니의 꽃 피던 이팔청춘 아버지와 나눈 사랑의 은밀한 추억 내가 처음 시작되는 그곳 분홍 꽃 팬티에 감추고 사는 어머니, 여자라는 사실 알았다 어느 호래자식이 어머니는 여자가 아니라고 말했나 성(性)을 초월하는 거룩한 존재라고 사탕발림을 했나 칠순을 넘겨도 팔순을 넘겨도 감추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세상 모든 어머니는 여자다 분홍 꽃 팬티를 입고 사는 내 어머니의 여자는 여전히 핑크빛 무드 그 여자 손빨래하면서 내 얼굴 같은..

청와대 행정관의 변명과 마사지걸 발언

3월 25일 청와대 행정관 둘이 IT업체인 티브로드 간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여자랑 더불어 모텔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청와대 머슴들이 이렇게 놀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청와대 주인 언행이 생각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태 전 8월 28일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말했다지요. “현대건설 다닐 때 태국 현지에서 오래 일한 선배는 마사지 걸 있는 데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더라.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면서.” 참 난형난제(難兄難弟)라고나 할까요.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그 주인에 그 머슴입니다. 그런데 난형난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일어난 일도 그렇지만 그 일에 대한 해명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보도를 ..

‘명문’의 본모습 보여준 고려대 김연아 광고

1. 고려대학교가 김연아를 활용한 광고를 3월 30일치 조선일보에 한 모양입니다. 4월 1일치 20면에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났습니다. 보는 순간 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이른바 ‘명문’대학들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연아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09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싣고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는 글을 크게 새겼습니다. 이어서 좀 작은 크기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고대생 김연아! 그녀의 눈물은 대한민국의 감동입니다. 감동을 주는 글로벌 인재-고려대학교가 키웁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입학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선수를 마치 고려대가 만들어낸 것처럼..

인문학 위기는 돈·권력 밝히는 교수들 책임

인문학이 위기라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닙니다.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별로 실감은 못했는데, 최근 에 나온 '도내 대학 인문·교양 강좌 줄줄이 폐강'이라는 기사를 보니 정말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뿐만 아닙니다. 얼마전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해드린 바 있는 마산의 '수요인문학 강좌'도 마찬가지랍니다. 지금까지 열 다섯 명 정도밖에 수강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특히 이 수요인문학 강좌는 강유원 박사와 같은 내공 깊은 분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을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봄직한 매력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리 인문학이 천시받는 시대라 할지라도 적어도 우리지역에서 이 정도 강의를 돈을 내고 들을만한 수준의 사람이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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