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쇼핑몰 진입로로 둔갑해버린 부산대 정문

기록하는 사람 2009. 3. 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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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산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앞서 '내가 <토호세력의 뿌리>를 절판한 까닭'에서 포스팅한 대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한민연)가 마산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저를 초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의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부산대학교 정문이 이상했습니다. 보통의 대학 정문과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지하주차장 입구 같았습니다. 학생들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정문 좌우쪽의 경사진 인도를 통해 캠퍼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차장 입구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정문 바로 옆에는 신축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쇼핑몰이 학교 안쪽까지 자리를 차지하며 위용을 뿀내고 있었습니다.

부산대 정문이 지하주차장 진입로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알고 봤더니, '효원 굿플러스'라는 쇼핑몰이라더군요. BTO(Build-Transfer-Operate)라는 민간투자방식으로 건립한 쇼핑몰이라는데, 이 건물을 지은 민간업자가 학교 안에 체육관을 지어주고, 30년간 이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번 후, 30년 후에는 학교에 경영권을 이관한다고 합니다.



이걸로 대학이 얼마나 이득을 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아직 경제력도 없는 학생들의 소비를 조장하여 돈을 벌겠다는 모습이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대학의 상징인 정문이 마치 쇼핑몰 지하주차장 입구처럼 변모해버려 보기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개학을 했는데, 아직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사고도 잦다고 합니다.


최근 <부산일보>에 나온 이 대학 김인세 총장의 인터뷰를 봤더니, 이런 방식의 상업시설 유치사례를 국내 20여개 대학이 벤치마킹을 하고 갔다는군요. 이게 전국 대학에 유행이 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한국의 대학 정문 대부분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지하주차장 입구처럼 변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네요.

휘황찬란한 쇼핑몰 옆으로 대학정문이 초라해보입니다.

왼쪽을 보면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건축자재들이 위험하게 방치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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