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임금 삭감의 근거로 내세운 '일본 대졸초임 162만 원'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군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한국의 2007년 대졸초임(월급여)이 198만원으로 일본의 162만원보다 높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즉 "전경련이 제시한 한국 기업의 대졸 초임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과 고정 상여금을 포함한 총임금인 반면, 일본은 고정 상여금과 초과 근로수당 등이 제외된 정액 급여"라며 "비교 대상이 잘못됐고, 이 때문에 한국 임금이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확한 통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마침 작년(2008년) 9월 일본 동경에 다녀오던 길에 한 서점에서 일본 121개 직종의 급여명세서를 공개한 책을 한 권 사온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일본의 직업별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생긴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나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혹 있나요?
차례 부분입니다. 121개 직종이 죽 나와 있습니다. 어떤 직종은 말 그대로 급여명세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도 있지만, 어떤 건 그냥 연봉과 해설만 나와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미리 밝히지만, 여기에 나오는 연봉은 그야말로 '평균연봉'입니다. 세금과 보험료 등 공제액을 뺀 임금 총액이라고 봐야할 것 같네요.
우선 대학교수입니다. 1130만 엔이라고 나와 있네요. 월 평균은 45만 5000엔입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니, 월 726만 원 정도가 되네요. 기본급 48만 엔에 부양수당 1만 2000엔, 통근수당 4만 엔을 합쳐 총액은 53만 2000엔인데, 여기에서 소득세 1만4000엔, 주민세 1만 9000엔 등 각종 공제금액이 7만 7000엔에 이릅니다. 그걸 빼니 이런 액수가 나온 겁니다.
우리나라는 통상 의사가 대학교수보다 많이 버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나이와 경력 차이 때문인지 여기서는 의사가 좀 적은 걸로 나오네요.
유흥업소 접대부(풍속양)의 연봉은 480만 엔(한화 7660만 원 정도)이고, AV(성인비디오) 여배우는 대학교수보다 많은 1200만 엔(1억 9100만 원 정도)이나 됩니다.
지방공무원은 700만 엔(1억 1100만 원 정도)이네요. 40세, 18년 근속 기준입니다. 지방공무원보다 공립중학교 교사가 좀 더 높은데, 궁내청(일본 황실) 직원은 훨씬 적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32세, 10년 근속의 신문기자는 820만 엔(1억 3100만 원 정도)이네요. 꽤 많죠? 우리나라 조중동 기자들도 이 정도 되나요? 그렇다면 그쪽 기자들의 임금이 일본과 거의 비슷하겠군요.
방송국(테레비국) 사원은 신문기자보다 훨씬 높습니다. 무려 우리 돈으로 2억 2300만 원 정도나 됩니다. 조중동에서 우리나라 방송국 직원들 임금이 너무 높다며 시비를 걸던데, 일본 방송국에 비하면 절반 정도 되나요?
공인회계사와 경찰관, 검찰관(검찰직원), 세무사, 변호사는 600만 엔~800만 엔 수준입니다. 재미있는 건 검찰관이 경찰관보다 연봉이 적다는 것입니다. 변호사도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적습니다.
의원 비서는 1000만 엔, 외교관도 1800만 엔으로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네요.
대충 이렇게 살펴본 바로도 일본의 직업별 연봉이 우리나라보다는 대개 2~3배 정도는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고환율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임금이 일본보다 높아서 깍아야 한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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