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사모·전사모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기록하는 사람 2009. 10. 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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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철학자이자 서평가인 강유원 박사가 창원에서 한 강의 내용 중 기억해두고 싶은 몇 가지를 남겨둔다. 강의 후기는 '돈독 오른 한국사람들이 바뀌려면…'이라는 포스팅을 참고하면 된다. 강의 도중 간단히 메모한 것을 옮긴 것이므로 강유원 박사가 원래 했던 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김일성 생일과 한국의 해병대 창설일은 같은 4월 15일이다. 해병대 출신들이 제대 후에도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며 뭉쳐 다니는 걸 욕할 필요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 공개적으로 올리긴 뭣해서 생략함)

○ 전통 농경사회에선 아버지에게 효도할 수밖에 없다. 효도하지 않으면 논밭을 나눠주지 않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선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할 수밖에 없지만, 현대사회는 직업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기 때문에 공통된 화제가 없다.

연쇄살인범 같은 흉악범죄가 나타난 것은 산업혁명 이후 근대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농경사회에서 바보는 있어도 흉악범은 없었다.

창원에서 강의 중인 강유원 박사.


박정희와 전두환을 사모하는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자본주의 경제가 가장 좋을 때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도성장의 즐거움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전두환을 좋아한다고 해서 전두환처럼 살인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 때가 살기 좋았지 않느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 한국인의 '돈독'은 고도성장의 경험과 부동산 투기로 이득을 본 경험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그로 인한 탐욕과 함께 폭탄을 떠안을지도 모르는 공포에 짓눌려 있다. 수도권 돈독은 아파트로 표현된다. 아파트 값만 유지·상승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찍을 사람들이다.

○ 미국도 문제가 많은 사회이긴 하지만, 적어도 돈과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함께 가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탈세범을 최고의 범죄자로 친다. 정운찬처럼 학자로서 명예와 사회적 지위도 가지면서 돈까지 밝히는 것은 적어도 미국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을 많이 남겨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 사람은 책을 읽고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 자기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끼지 않는 한 바꾸지 않는다. 인간이 실존적 위기에 처하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정치적 의식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 강준만 같은 진보쪽의 지식인들이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실제로 한국인들 중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책을 쓰는 사람은 모르는 이가 없어도 진보 지식인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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