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 지독했던 돼지우리
제게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2002년 경남 사천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들어갔더니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둘러보니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 이리저리 둘러보니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냄새의 원인은 돼지 우리였습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돼지 우리들은, 지붕과 벽이 콜타르 칠이 돼 하나로 붙어 있었고 창문 비닐 비료 포대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그래 호기심에 문 틈으로 안을 엿봤더니, 돼지들이 그야말로 몸을 돌릴 여유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 이 돼지들을 '꿀꿀'거리지 않았습니다.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습니다. "꽤애애액, 꽤애액' 이렇게 말입니다. 돌아나왔습니다 보기 아름다웠던 바닷가로 갔습니다. 아이들 몇몇 놀고 있었습니다. 냄새는 여전했습니다. 아이들 놀고 있는 데를 비롯해 바위가 온통 눈에 띄게 시커맸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글쎄 돼지 똥 오줌과 짚풀 따위가 한 데 뒤섞인 것들이었습니다. 똥오줌과 뒤엉긴 짚풀에서 물기는 빠져나가고 나머지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런 상태였습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돼지들도 미쳤고 사람들도 미쳤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 사람보다 훨씬 독한 짐승 똥오줌
모든 가축이 이렇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어쨌든 경남도에는 가축이 얼마나 있을까요. 경남에 사는 사람 숫자는 2008년 12월 현재 327만 6957명입니다. 가축은 2007년 12월 현재 통계가 최근입니다. 닭이 1230만8803마리, 돼지 132만3205마리, 소 31만320마리, 오리 33만5669마리, 개 13만8009마리, 산양 6만7253마리이고 그밖에 말, 양,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가 모두 1만7943마리입니다. 어림 잡아도 1450만 마리에 이릅니다.

이런 통계는 허점이 있습지요. 집에서 종류에 따라 한두 마리씩 또는 열 마리 스무 마리씩 기르는 가축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가축의 숫자는 경남에 사는 사람보다 아무리 줄잡아도 네 배는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답니다. 사람이 먹고 싸는 똥·오줌도 적지 않지만 총량으로 따지면 사람의 것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이들 가축이 싸대는 똥오줌이 얼마나 될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거름으로 되살려 쓸 수도 있고 따라서 생태계를 더럽히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가축 똥·오줌은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독합니다.' 그래서 더 문제가 됩니다.
 
사람의 것은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가 1만2500ppm인 데 견줘 소는 2만8500ppm, 돼지가 6만8000ppm, 닭이 6만5000ppm이 됩니다. 2~4배남짓 독한 셈이지요. 이런 축산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가면 당연히 그 폐해는 심각합니다. 금전 면에서도 에너지 사용 면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UN은 2006년에 축산업을 두고 "세계적인 대기·수질 오염과 토양 침식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원인"이라 잘라 말하면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제창했다고 합니다. 물론 UN의 선언은, 미국의 카길 같이 세계적인 규모에서 '공장 같은 시스템'으로 축산을 하는 집단을 겨냥한 것이지 '새 발의 피'도 안되는 우리나라 축산업을 크게 생각하고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나라 축산폐수가 적다고 말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닐 것입니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경남의 축산폐수 통계를 찾았으나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3. 똥오줌이 사라지는 신기한 생명환경축산
짐승 우리에서 아무런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짐슴 똥과 오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축산업을 위해 공장식 축산업이 아니고 만위 면적당 기르는 마릿수를 3분의2로 줄이고 토착 미생물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경남 고성군이 나섰습니다.

지난해 논농사를 대상으로 생명환경농업을 실행했던 이 자치단체가 올해는 생명환경축산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범 단계랍니다. 8월 4일, 고성군 생명환경농업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여기서 만난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이문찬·박재영 담당이 번갈아 설명했습니다. "올 1월 30일 시작했어요. 건강한 부부 2명이 자기 노동력으로 어느 정도 다른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소 세 마리 돼지 스무 마리 닭 500마리."

"둘레 땅보다 돼지는 1m, 소는 30cm, 닭은 10cm 높게 축사를 지어 물기가 차지 않도록 한 다음 높인 만큼 톱밥과 황토를 섞어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뿌려놓은 토착미생물이 작용을 해서 똥과 오줌을 깨끗하게 분해하고 발효시킵니다. 폐기물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똥과 오줌이 오히려 사라집니다."

앞쪽 흥건한 데는 금방 소가 오줌을 눠서 그렇습니다. 금방 말라버립니다.


정말 그런지 올라가 둘러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축산을 전문으로 하는 여느 다른 마을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괴롭게 했던 악취도 거의 풍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 바닥에는 물기 또한 전혀 없었습니다. 보통은 똥과 오줌이 뒤섞여 질척거리기 일쑤여서 보기조차 싫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오히려 일부러 물을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박재영 담당은, "돼지의 경우는 토착미생물로 분해된, 자기가 눈 똥과 오줌뿐 닭이나 소의 것까지 먹습니다"고 했습니다. 한방 영양제와 현미 식초 유산균 미네랄은, 먹이와 함께 줄 뿐 아니라 바닥에도 뿌려준답니다.


새끼 돼지들은, 어미한테 깔려 죽을까봐 이렇게 칸막이를 해 놓은 공간에서 키웁니다.


나쁜 냄새도 없고 축산폐수도 없었습니다.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습니다. 소 축사 경우는 바닥을 한 번 깔면 3년 동안은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분뇨 처리 시설도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신 퇴비사(舍)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축사 지붕은 가운데를 틔워 대기가 자연스레 순환하게 해 놓고 있었습니다.

 
돼지는 열 평에 15~20마리 고기용 닭은 330~350 달걀 뽑는 닭은 130마리 소는 세 마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이 담당에 따르면 현행 법률 기준 입식 허용 마릿수의 3분의2 수준입니다. 먹이는 짚 풀(조사료)과 쌀겨 곡물(농후사료)을 주로 쓴다고 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대로, 부부가 다른 농사를 지으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랍니다. 여기에 토착미생물을 뿌려 소화와 발효를 돕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똥과 오줌이 돼서 바닥에 깔린 황토·톱밥이랑 섞입니다. 다시 먹이 또는 사료로 쓰이거나 미생물에 분해돼 없어지기도 합지요.


계사(鷄舍) 이른바 닭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닥이 뽀송뽀송하고 냄새도 없었습니다.


보통 보던 축사와 크게 달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물었지요. 답은 "악순환을 끊었습니다"였습니다. 출발점은 '빽빽한 사육'이었습니다. 빽빽하게 넣어 키우다 보니 나쁜 냄새도 심해지고 짐승끼리 다투는 일도 많아집니다. 바닥에는 똥·오줌이 쌓이고 나쁜 병균이 생겨나 호흡기나 살갗을 타고 가축에게 들어갑니다.

 
이를 막으려다 보니 항생제와 약품을 먹이고 먹이도 충분히 질이 좋은 것을 먹지 못했습니다. 빨리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조급함은 성장촉진제 사용으로 이어집니다. 가축들은 점점더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순환을 원래대로 돌려 자연스럽게 하자는 것입니다."

여기 축사는 밀폐형이 아닙니다. 트여 있고, 지붕도 가운데가 이처럼 뚫려 있습니다.


4. 토착미생물의 효과, 그런데 법이 제약
그런데 제약이 두 가지 있답니다. 법률 문제랍니다. 축사 바닥을 반드시 콘크리트로 하도록 돼 있는 점과 분뇨 처리 시설을 반드시 하도록 돼 있는 점입니다. 바닥을 콘크리트로 하면 토착 미생물 활용을 비롯해 '쾌적한' 환경 조성이 안 됩니다.

분뇨 처리 시설은, 생명 환경 축산을 하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행 법률에 따르면 분뇨 처리 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허가가 안 된답니다. "법률 문제는 앞으로 바뀌어 나아질 것입니다. 올해도 벌써 효과를 알아보고 농가 세 가구가 진행하고 있어요." 공장형이 아니라면, 강산을 더럽히는 축산폐수를 근원에서 뿌리뽑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토착 미생물의 힘은 이런 생명환경축산의 기본입니다. 생명환경농업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화학이라는 말을 없애고 인공이라는 말도 없애고, 자연을 최대한 키우는 농업이고 축산입니다. 이렇게 되면, 탄소 발생도 억수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런 노력은 거의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낙동강을 비롯한 이른바 4대강 살리기에도 이런 사업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토목 공사를 통해 건설자본 배불리는 방안만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일개 군수보다 못한 대통령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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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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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onho.tistory.com 송순호 2009.08.1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민일보 기사에서 봤습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널리 보급하고
    지원하고 그래야 할텐데...

    돈 즉 세금은 가치있는 일에 쓰여져야 합니다.
    환경은 생명입니다. 그 생명을 살리는데 쓴다면 아깝지 않을텐데...

  2. 불가요 2009.08.13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바로 친환경이네...

  3. 김대중, 노무현보다... 2016.09.29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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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대중, 노무현보다... 2016.09.29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 대통령이 그래도 김대중, 노무현보단 100배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