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접대 골프로 경남이 떠들썩
접대 골프로 경남이 떠들썩합니다. 경남 지역 기관장 4명이 창원 지역 기업인들의 돈으로 골프를 치고 점심을 먹으며 술까지 곁들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싶습니다.
여태 신문 방송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8월 2일(일) 오전 김해 정산컨트리클럽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이인구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김태교 창원 39사단 사단장, 박완수 창원시장 넷이 창원경영자협의회 이택우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여덟 명과 골프를 치고 점심 자리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이번에 이들은 넷씩 나눠 세 팀으로 골프장을 돌았답니다. 골프 치는 데 든 비용은 130만원남짓 되는데, 이 회장이 동반자도 비용을 물지 않아도 되는 특별회원권을 갖고 있어 함께 한 박 시장 등은 돈을 내지 않았고 특별회원권이 없는 다른 두 팀은 기업인이 돈을 냈답니다.
이어진 점심 자리에는 수행원 5명을 포함해 17명이 있었고(수행원 자리는 따로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 간 양주 2병에다 소주와 맥주 25병을 시켜 마셨고 비용 43만5000원은 창원경영자협의회가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마산mbc 8월 5일 보도 내용)
뒤늦게 문제가 되자 기관장 가운데 일부는 자기에게 해당되는 금액을 서둘러 내놓기도 했다는데 어쨌거나 이로 말미암아 선출직인 박완수 시장을 뺀 나머지 셋은 직위해제를 당했고 국정원 경남지부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사표를 냈고 39사단장은 전역 지원을 했습니다.
골프 한 번 잘못 쳤다가 신세 조지게 됐습니다. 국무총리실에서 경찰청 육군 국정원에다 직위 해제에 이은 중징계(파면·해임·정직·강등) 요구를 하니까, 징계를 받지 않으려고 그 전에 사표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가혹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2. 술 접대가 뇌물이면 골프 접대도 뇌물이다
저는 그런데 이 대목에서 2005년 5월 창원지방법원에서 있었던 뇌물 사건 1심 판결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여기 판결문을 보면 공무원 4명이 자신들 업무와 관련 있는 업자 1명과 함께 마신 술값이 5등분으로 계산돼 뇌물로 잡혀 있습니다.
이들은 기소된 공무원에 대해 뇌물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소 내용 가운데 하나가 2004년 1월 하순 한 술집에서 다섯 명이 120만원어치 술과 안주를 시켜 먹었습니다. 법원은 120만원을 사람 숫자로 나눈 24만원을 이 사람이 받은 향응 뇌물로 보고 추징했습니다.
추징이란 범행에 쓰였거나 범행으로 말미암은 금품이 대상입니다. 취지가 범죄 관련 부정 이익을 범인의 손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향응도 마땅히 범죄임을 일러주는 판결입니다. 사전을 보면 뇌물은 '직권을 이용해 특별한 편의를 봐 달라는 뜻으로 주는 부정한 금품'입니다.
금품 향응이 뇌물인지 아닌지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로 따지는 줄 압니다. 제 생각으로 다른 이들은 몰라도 창원시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업무관련성이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창원시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의 공권 행사가 이들 기업체에 영향을 안 미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완수 시장은 "골프 비용을 내려 했으나 창원경영자협의회장한테 특별회원권이 있어서 낼 수 없었다"고 했다지만 이는 정상 참작 사유일 뿐이지 뇌물 향응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특별회원권 장만 비용에 이런 몫까지 들어 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나중에 자기 몫에 해당하는 비용을 냈어도 마찬가집니다. 뇌물죄는 주고받는 순간에 성립돼 버립니다. 미수범이 아니라 기수범이라는 얘기입지요. 낙장불입, 일수불퇴입니다. 이렇게 안 하면, 금품 향응을 받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겠다 싶을 때 돌려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3. 3만원 넘는 향응 금지한 행동강령도 위반
그러니까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이번 접대 골프는 성격이 '뇌물 사건'입니다. 공무원으로서 하면 안 되는 짓을 한 것입니다. 금액은 골프 비용과 점심 값을 참여한 사람 숫자로 나누면 나옵니다. 15만원 안팎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대부분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무슨 큰 문제야? 이리 여깁니다.
그러나,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그리 여길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 5월 제정된 이 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선물이든 향응이든 3만원 어치 넘으면 전혀 못 받게 돼 있습니다. 혼인·장례 등에 따르는 경조금도 5만원을 넘게는 받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지 않으면, 골프 접대는 괜찮고 술 접대만 뇌물이라는 잘못된 공식이 성립됩니다. 이렇게 여기지 않으면, 하위직 공무원은 선물·향응을 3만원 넘게 받으면 안 되고 시장이나 청장 같은 고위직은 3만원 아니라 10만원을 넘어도 된다는 이상한 공식이 성립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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