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태블로거도 아니고 전문 사진작가도 아닙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걸 보면 사진으로나마 남겨두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또한 저는 동백꽃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닙니다. 피어나는 건 아름다운데, 지는 모습이 웬지 처연하고 비참한 것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향기도 없는 게 화려한 꽃만 자랑하다 시들기도 전에 툭 떨어져버리는 모습이 별로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여수시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를 위해 블로거들을 초청한 팸투어 때도 처음엔 동백꽃을 별로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담고 말았습니다.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꽃봉우리가 예전엔 싫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떨어진 꽃들을 주워 절구통에 담아놨더군요.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지금 여수 오동도는 동백이 절정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장이 조성될 지역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고지대 언덕에서 찍은 것입니다. 저 멀리 산처럼 보이는 섬이 경남 남해군이고, 중간에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오동도입니다. 원래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지금도 오동나무가 몇 그루 있긴 하지만 동백나무가 거의 섬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오동도에 들어가서 다시 본 남해군의 모습입니다. 아마 남해군 서면이나 남면 정도 될 겁니다.
바닷가에 이런 거목도 많습니다만,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시누대(해장죽 : 海藏竹) 숲과 동백나무 숲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전라 좌수영이 있던 이곳 여수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기 위해 오동도에 시누대를 집중적으로 심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한 때 죽도라고 부르기도 했다더군요.
지금부터 동백꽃 구경을 좀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오동도에서 나무에 붙어 피어 있는 동백꽃도 많지만, 시들기도 전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동백꽃도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이렇게 동백꽃 구경을 하고 슬슬 내려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더군요. 오동도에서 바라본 낙조입니다.
헛! 낙조를 찍고 있는 사람이 저뿐만 아니었군요. 포스가 느껴지는 한 여인의 촬영 모습을 잡아봤습니다. 이 분은 정말 무시무시한 분입니다. 사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필명과 블로그 이름이 그렇습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비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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