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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한국의 차창 밖 풍경 비교해보니...

지난달 영국에 다녀왔다. 보통 패키지 관광이라면 런던만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8일간 오로지 영국 일정뿐이었으므로 나름대로 본 게 많았다. 일정 중 런던 이외에 맨체스터와 레스터, 그리고 웨일즈, 리버풀에도 가봤는데, 인상적인 것은 시내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산(山)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차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대부분 완만한 곡선을 보이는 드넓은 녹지였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천연 골프장'이라 부를만 했다. 저렇게 넓은 잔디밭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게 축구 아니면 골프였을 것이다. 처음엔 우리나라의 '자치기'처럼 작대기로 작은 공을 굴리며 놀다 보니, 하나 둘 규칙을 만들게 됐고, 그게 자연스레 오늘날의 골프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

가본 곳 2011.07.24

한여름 덥지 않게 즐기는 통영 밤마실

같은 장소라 해도 시간이 다르면 그 느낌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랍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이면 따로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더욱이 산자락이나 바닷가라면 한낮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무덥거나 선선한 차이는 더욱 뚜렷합지요. 낮에는 불지 않던 바람이 저녁이나 밤중에는 부르지 않아도 달려오고 숲 속 나무와 바닷물이 주는 시원함도 제대로 끼쳐옵니다. 이런 까닭으로 아름다운 '바다의 땅'으로 이름높은 통영의 항구와 언덕으로 '밤마실'을 나온 것입니다. 8일 오후 6시 30분이 지난 강구항 일대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의 느긋함과 늦은 장을 보는 아낙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함께 어우러져 들어옵니다. 이제는 강구항 명물이 된 톱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끌고 온 손수레에..

가본 곳 2011.07.24

여름철 표충사 우화루에서 놀아보셨는가

쉬며 놀며 지내려고 밀양 표충사를 찾았을 때, 가장 멋지고 좋은 자리는 우화루(雨花樓)랍니다. 특히 여름철에 표충사의 으뜸 전각인 대광전 맞은편 훤하게 열려 있는 이 우화루 아래 스며들면 그지 없이 시원하지요. 바로 아래 골짜기와 거기 물의 시원함도 우화루에서는 모조리 누릴 수 있습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도 때때로 들리는 데 더해 언덕배기에 높이 자란 나무들의 그늘 덕도 보는 것입니다. 우화(雨花), 꽃비는 묘법연화경에 나옵니다. "석가모니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더없이 높고 반듯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하니 범천왕이 하늘에서 내린 연꽃이 수북히 쌓인 가운데 다시 향기로운 바람을 불어 시든 꽃은 날리고 다시 새로운 꽃을 내려보냈다". 지금이야 꽃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침 나절 대광..

가본 곳 2011.07.08

보리암과 상주해수욕장 한꺼번에 누린다

'보물섬' 남해에는 갖은 보물이 촘촘히 박혀 있답니다. 보물은 저마다 자기에게만 고유한 빛깔로 반짝입니다. 이것이 낫다거나 저것이 멋지다거나 그것이 더 훌륭하다거나 할 까닭은 없습지요. 그래도 이 숱한 보물 가운데 알려진 차례만으로 꼽는다면 금산 보리암과 상주해수욕장을 앞서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금산 보리암을 첫머리에, 상주해수욕장을 끝자락에 달고 한 번 제대로 걸어보는 것입니다. 금산 보리암에 자동차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데는 이동면 복곡저수지 제1주차장을 지나 3.2km 위의 제2주차장이랍니다. 여기서 1km정도 가면 나오는 보리암에서 눈맛을 누린 다음 돌아나오는 대신 내쳐 걸어 갑니다. 그렇게 해서 상주면 신보탄 금양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상주해수욕장이 나옵니다. 6월 17일 오..

가본 곳 2011.07.02

시내버스 타고 창녕 대봉늪 10배 즐기기

창녕 대봉늪처럼 마을 가까이에 들어앉은 습지는 드물지요. 매전 마을 앞 황새목에서 보자면 대봉늪 바로 위에 대봉마을이 있습니다. 늪 한가운데에 자동차 한 대 다닐만한 콘크리트 도로가 있는데 이 또한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겨 건널 수 없습니다. 습지는 사람과 가까워도 좋을 것이 없지만 사람은 좋을 일이 많답니다. 김해 화포천이나 창녕 우포늪(소벌)에는 사람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데가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땅바닥이 질척거리고 빠지는 바람에 못 들어가는 데는 있어도, 길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데는 없습니다. 돌아다녀 보면 대봉늪 특징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대봉늪은 육지화가 많이 진행된 습지입니다. 왕버들을 비롯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니 바닥에 미치는 햇살이 적어 거기는..

가본 곳 2011.06.27

시내버스 타고 거제 서이말 등대~공곶이

거제 공곶이는 널리 알려진 명승지랍니다. 갖은 매체에 단골처럼 소개되면서 찾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그 대부분은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옵니다. 그러다 보니 눈으로 담아가는 풍경도 비슷비슷해졌습니다. 공곶이 둘레와 걸어서 가는 길을 제대로 알고 누리면 공곶이는 혼자만 우뚝 선 주인공이 아니라 여럿과 더불어 함께 빛나는 전체의 부분이 됩니다. 이런 길을 아는 이는 뜻밖에 드문 듯합니다. 6월 첫 주말, 버스를 타고 가 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거제 와현(臥峴)고개-누우래재-에서 서이말 등대를 거쳐 공곶이를 들른 다음 예구·와현 마을을 돌아 와현고개로 돌아나오는 길은 13km 남짓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멀기는 했지만 더없이 좋은 나들이였습니다. 완전 '오감 만족(五感 滿足)'이었습니다. 3일 오전 거제 고현버..

가본 곳 2011.06.19

6월 하동 십리벚꽃길, 봄꽃보다 좋더라

하동 하면 가장 먼저 섬진강이 떠오릅니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계절이 없습니다. 꽃이 피는 봄은 봄대로, 낙엽이 지는 가을은 가을대로 제 멋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붐빌 때는 역시 봄입니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매화가 필 때쯤이면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이 꽃대궐을 이룰 즈음에는 북적거림이 절정을 이룹니다. 봄은 화사한 꽃잎과 더불어 사람 마음조차 붕붕 달뜨게 만드는 계절이랍니다. 여름으로 다가서는 5월 하순의 십리벚꽃길은 꽃으로 터널을 이루는 4월 초순과는 또다른 눈부심을 안겨줍니다. 4월의 눈부심은 꽃잎의 화려함 덕분이고 5월의 눈부심은 이파리의 푸름이 원인입니다. 파랗게 물이 뚝뚝 떨어져 온몸을 적실 것만 같습니다. 두 달 전 마음을 달뜨게 만..

가본 곳 2011.06.13

시내버스 타고 즐기기 : 고성 상족암길

5월 16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고성군 하이면 입암 마을에 가려면 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통영행 시외버스를 진동 환승장에서 받아타고 7시 50분 즈음 고성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입암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8시 조금 넘어 들어오더니 사람들이 타자마자 곧바로 터미널을 빠져나갔습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입암 마을까지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직선으로 곧바로 달리자면 제법 지루할 법한 시간이지요. 그러나 버스 안에서 즐기는 1시간은 눈도 마음도 즐겁답니다. 잔잔한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가 하면 어느새 장면이 바뀌어 여느 마을과 다름 없는 시골 풍경으로 이어진답니다. 바다와 산과 들을 한 번에 ..

가본 곳 2011.06.10

폐왕성 자리에 갔더니 안개만 자욱하더라

거제에 가면 둔덕면 우두봉에 폐왕성이 있습니다. 고려 때인 1170년 정중부을 비롯한 무신들이 반란을 일으켜 당시 24년째 임금 자리에 있던 의종(1127~73)을 쫓아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의종이 1170년부터 1173년까지 살았던 데가 바로 여기라고 합니다. 가서 보니 성벽은 장하게 쌓여 있었고 가운데에는 먹을 물로 쓰려고 빗물을 모아두던 시설도 복원해 놓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의종은 여기서 3년안팎을 살다가 경주로 옮겨진 다음 정중부 일당에게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김보당이라는 인물이 정중부에 맞서 군사를 일으키면서 명분을 얻기 위해 거제에서 의종을 데리고 나와 경주에 갖다 뒀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중부는 김보당을 물리치고 나서는 당연한 순서로 의종을 죽이고는 그 주검을 경주 가까운 데 있는 절간..

가본 곳 2011.06.06

시내버스 타고 즐기기 : 구형왕릉 일대

경남 산청 금서면 화계 마을 구형왕릉은 널리 알려진 명승지입니다. 김해 금관가야 마지막 10대 임금으로 신라 법흥왕한테 532(또는 562)년 나라를 넘겼습니다(讓). 그래서 양왕이라고도 하는데, 백제 계백 장군처럼 결사항전이라도 해 보지…… 하며 심드렁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나 사람살이가 어디 한 면만 있는가요. 이렇게 자기 힘의 한계를 알고 나라를 놓음으로써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겪지 않게 했으니 나름대로 미덕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 싶은 것입니다. 구형왕릉 둘레에는 사연을 담은 유적들이 널려 있습니다. 가야 임금 족보를 기록한 빗돌도, 구형왕 손자인 김유신이 찾아와 활을 쏘았다는 사대도, 김유신이 할아버지 무덤을 지키고 당우를 지었다는 빗돌도 있습니다. 구형왕이 나라를 내어놓고 이리 들어와 ..

가본 곳 20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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