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영국과 한국의 차창 밖 풍경 비교해보니...

기록하는 사람 2011. 7. 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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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에 다녀왔다. 보통 패키지 관광이라면 런던만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8일간 오로지 영국 일정뿐이었으므로 나름대로 본 게 많았다.

일정 중 런던 이외에 맨체스터와 레스터, 그리고 웨일즈, 리버풀에도 가봤는데, 인상적인 것은 시내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산(山)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차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대부분 완만한 곡선을 보이는 드넓은 녹지였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천연 골프장'이라 부를만 했다.

저렇게 넓은 잔디밭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게 축구 아니면 골프였을 것이다. 처음엔 우리나라의 '자치기'처럼 작대기로 작은 공을 굴리며 놀다 보니, 하나 둘 규칙을 만들게 됐고, 그게 자연스레 오늘날의 골프로 발전했을 것이다.

영국의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찍은 사진. 이 정도면 영국에서 꽤 높은 구릉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어릴 적 즐기던 자치기나 땅따먹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오징어다리 같은 놀이도 잘 발전만 시켰다면 세계적인 스포츠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설하고, 온통 푸른 잔디로 덮힌 영국의 들녘은 참 아름다웠다. 우리나라더러 금수강산이라고 하지만, 한동안 내 눈엔 영국의 초원이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

역시 영국의 고속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 계속 비슷한 풍경만 보니 슬슬 지겹고 단조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다니러 온 여행객이 아니라 1년 365일 눈만 뜨면 저런 평원만 보이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 심심할 것 같았다.

영국의 고속도로변 풍경.


한국에 돌아온 후, 차를 타고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들도 있고, 평평한 바둑판식 논이나 구불구불 계단식 논도 있고, 밭도 있는 우리나라 풍경이 심심한 영국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풍경이다.


실제로 영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가는 곳마다 각양각색의 산이 있는 우리나라 풍경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런던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템즈강 또한 우리나라의 한강이나 진주 남강에 비하면 그야말로 흙탕물 개천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뭔가를 보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그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지에서 보는 풍경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잠시 보고 떠야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우리주변에 늘상 있는 풍경은 그것을 늘상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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