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본 곳 477

거창에서 찾아낸 걸을만한 시골길

지난 석 달 동안 거창을 참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보기 좋고 걷기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였지요. 거창에는 수승대 일대와 월성계곡을 비롯해 아름다운 명승지가 꽤 많습니다. 금원산과 기백산 등 빼어난 산도 마찬가지 많습니다. 그러나 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월성계곡을 보기로 들 수 있겠는데, 골짜기는 매우 그럴 듯하지만 길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골짜기 풍경을 보기 어려웠고 그 길 또한 밋밋한 편이었습니다. 골짜기와 도로를 둘러싼 산들 또한 소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다채로움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둘러본 끝에 주상면 연교리 임실마을 성황단에서 도평리 봉황대까지 3km 남짓을 골라잡았습니다. 농로로 쓰이는 콘크리트길과 둑길·아스팔트길이 어우러져 시골 맛이 살아 있었고, 들판을 질러다니는..

가본 곳 2011.10.30

청도 와인터널엔 연인 말고 부부도 많더라

경북 청도에 있는 와인터널은 철도 폐선 터널을 활용한 시설입니다. 21일 청도 블로거 탐방 때 들렀습니다. 1905년 개통했다는데, 터널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해서(그러니까 기온이 일정하다는) 와인 따위를 보관하기가 좋다고 합니다. 길이가 1km남짓 된다는 와인터널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 같은 데 보면 많이 나옵니다. 자치단체나 공기업이 아닌 '청도와인'(www.gamwine.com)이라는 사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색달라 보였습니다. 청도와인은 그 유명한 '청도 반시'로 만듭니다. 1. 와인터널 오는 대부분이 '연인'이라고 했지만 이 날 저희들 소개를 맡은 '청도와인' 직원은 여기 찾아와 느긋하게 와인 한 잔 하면서 즐기는 사람 대부분이 '연인'이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처음..

가본 곳 2011.10.30

단풍보다 아름다운 청도의 감나무 풍경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저는 과일 중에서 감을 유독 좋아합니다. 감은 저에게 추억이기도 합니다. 특히 봄비에 젖어 마당에 떨어진 하얀 감꽃이나 가을에 주황빛으로 매달려 있는 감을 보면 수십 년 전 어린 시절 고향집 흙마당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감의 20% 이상이 수확된다는 경북 청도에 전국의 블로거들과 함께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100인닷컴과 감고부가가치화클러스터사업단(단장 예정수)이 주최한 행사였습니다. 감나무가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한 집에 한 그루 정도 감나무가 있는 제 고향마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더군요. 감나무가 그렇게 밀집해 있으니 그것도 장관이었습니다. 가을 산천이 단풍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감도 이렇게 아름다울..

가본 곳 2011.10.27

버스 기사 덕분에 더 즐거웠던 고성 바닷가

이토록 즐거운 버스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9월 26일 오후 1시 고성시외버스 터미널에 닿아 기사식당에서 5000원짜리 정식을 먹고는 2300원으로 차표를 끊어 임포 마을을 거쳐 삼천포까지 가는 2시 출발 버스에 일찌감치 올랐답니다. 기사는 손님 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버스에 달린 시계가 1시 58분이 되자 신기하게도 벌떡 일어나더니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긴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들도 주섬주섬 타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는 시종 웃는 표정이랍니다.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면서 갖은 농담과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친절하게'가 아니라 '친근하게'였습니다. 덕분에 버스 안이 왁자해졌습니다. 터미널을 나서면서 누군가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는지 입가..

가본 곳 2011.10.26

창원도 이렇게 보니 아름답네요

아침에 출근하러 집을 나서다 뒷베란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에 눈길이 갔다. 운무였다. 무학산과 천주산으로 이러지는 마산의 산자락 중턱에 걸린 운무가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그냥 두고 뒷베란다 문을 열고 나섰다. 카메라를 끄집어내 몇 컷을 찍었다. 블로그 가로 사이즈 제한이 있어서 큰 사진을 바로 보이게 올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니다. 이 블로그의 가로 사이즈는 600픽셀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두 배인 1200 사이즈로 올린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앞에 크게 보이는 건물은 대우백화점이다. 처음 지을 때 한수 이남에서 가장 큰 빌딩이라고 했는데, 생뚱맞게 크긴 크다. 합성동 뒤로 보이는 산이니까 아마 천주산인 것 같다. 좀 더 당겨보았다. 희한하게 딱 산 중턱에 구름이 내려와 걸..

가본 곳 2011.10.23

갱상도 문화학교와 함께 누린 습지의 가을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2011 갱상도 생태·역사기행의 두 번째 탐방지는 창녕 우포늪(소벌)과 김해 화포천 일대였습니다. 10월 7일(금) 오전 9시 30분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30명이 모여 전세 버스를 타고 달렸지요. 일행 가운데 셋은 창녕 우포늪에서 합류했답니다. 일행 가운데 몇몇은 먹을거리까지 준비해 왔습니다. 심은아 씨는 달걀을 60개 삶아왔고 이규복 씨는 감귤을 50개 남짓 가져왔습니다. 단감 농장을 하는 박선희 씨는 단감을 두 바구니씩이나 챙겨왔습니다. 사람들은 고맙고 즐겁게 다들 나눠 먹었습니다. 버스는 10시 30분 창녕 대지면 효정리 창산다리 앞에 멈춰섰습니다. 창산다리는 우포늪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아..

가본 곳 2011.10.21

애정의 뿌리와 비오는 날 홍류동 소리길

9월 29일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단 활동의 하나로 해인사 홍류동 소리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행사였습니다. 한 주 전부터 이 날 비가 많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비가 오면 첫 날 일정인 홍류동 소리길 걷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탐방에 참여한 블로거들 대부분은 소리길의 아름다움과 멋에 크게 감탄을 했습니다. 해인사를 그동안 오갔는데도 이렇게 좋은 길이 홍류동 골짜기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사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자가용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오가면 홍류동도 대부분 절간 들머리에 있는 그렇고 그런 골짜기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

가본 곳 2011.10.16

시외버스 타고 가본 홍류동 소리길

합천읍에서 같은 합천의 해인사까지 들어가는 군내버스가 없다는 것은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우리나라 으뜸 관광지로 꼽히는 해인사에, 군내버스로는 갈 수가 없다니 말씀입니다……. 대신 시외버스는 있었습니다. 하루 세 차례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10분과 5시 10분 진주를 출발해 1시간 20분 뒤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 닿았다가 묘산·야로·가야를 거쳐 해인사까지 50분 남짓 걸려 들어가는 경전고속 버스였습니다.(해인사에서 나오는 차편은 오전 7시 40분, 오후 1시와 5시 출발이랍니다.) 합천과 해인사를 오가는 버스가 석 대밖에 없다 보니 터미널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해인사행 버스를 놓치신 분은 대구행 버스를 타고 (경북 고령군 쌍림면) 귀원에서 내려 대구서 ..

가본 곳 2011.10.15

시내버스 타고 함양 화림동 즐기기

경남 함양의 화림동은 이미 잘 알려진 골짜기입니다. 물도 풍성하고 바위들 하얀 빛도 대단하고 둘러싼 산과 들도 빼어납니다. 옛날 사람들은 여기다 정자를 앉혔습니다. 선비들은 여기서 웃고 마시고 얘기하고 노래부르고 시를 지으며 놀았습니다. 화림동(花林洞)도 이들이 붙인 이름이겠지요. 꽃 피는 봄에 오면 화림동이 화림동인 까닭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꽃 피는 봄에만 아니고 네 철 모두 아름다우니 양반들이 지은 정자가 모두 여덟이나 됐답니다. 팔담팔정(八潭八亭)이라 하지요. 여울져 흐르던 물이 잠시 머물러 풍경을 자아내는 웅덩이 여덟 개마다 정자를 들여앉혔습니다. 지금은 거연정(居然亭)과 군자정(君子亭)과 동호정(東湖亭)만 남았습니다. 셋 가운데 가장 위쪽 거연정에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9월 21일 오후 ..

가본 곳 2011.10.09

생명 친교 깨달음이 있는 합천 정양늪

1. 거다란님과 함께 거닌 정양늪 9월 29~30일 진행된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에서 저는 거다란님과 함께 정양늪을 찾게 됐습니다. 30일 오전 10시 30분 즈음 시작해 두 시간 가까이 거닐었는데, 앞서 혼자서 노닐 때와는 또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자 왔을 때는 여기 있는 풀들과 새들에게 깊숙한 눈길이 갔는데, 거다란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에 더해 상대 마음과 제 마음에까지 제 눈길이 미치더라 이런 말씀입니다. 거다란님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요? "요즘 사람들이 하늘만 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땅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계기는 여기 놓여 있는 황톳길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은 데에 있었습니다. 평소 신발과 양말로 둘러싸여 있던 발이 까칠까칠한 황토를 밟으니 따..

가본 곳 2011.10.0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