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 처음 소설 《혜주》 원고를 읽고 난 뒤 한줄로 정리된 생각은 이랬다. 내가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원고를 읽고 검토한 사장도 이 뜻에 동의해주었다. 물론 망설임도 없진 않았다. 조선시대에 여왕이 있었다는 역사의 가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현대 인물과 관련,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이 원고는 지난해 10월 말 메일로 받았다. 발신인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글 파일로 제목과 목차, 본문까지 A4 용지로 딱 200매였다. 한 권으로 묶기엔 다소 많은 분량. 저술 경력이나 출판 이력을 알 수 없는 정빈(丁彬)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