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실제 직업 체험을 해보니 이랬습니다

김훤주 2016. 1.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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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진로체험 활동 (2)

학생들 손수 뽑은 열한 개 직업


요즘 들어 학교에서 또는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 활동 지원기관 등에서 학생들을 위한 진로체험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여러 제약 조건이나 한계로 말미암아 실제 몸으로보다는 말이나 머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내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직업 체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2015년 함께해 온 '마이 드림(M. Y. Dream, Make Your Dream) 청소년 진로체험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창원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소속 중학생들이 대상인데 7월 1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백빌딩 3층 강당에서 발대식을 치렀습니다. 


그 뒤 8월 17일과 29일, 9월 12일 모두 세 차례 직업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직업인들의 작업현장을 대부분 찾아갔고 강당으로 모신 경우도 손수 작업 과정을 재현하도록 했습니다. 


패션디자이너.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중노동인데다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한 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세 차례 체험할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경제사회공유가치창출연구원(ICSV)의 동영상(www.isharevalue.org)들도 활용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체험해보고 싶은 열한 가지 직업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체험은 요리사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양식 요리사가 으뜸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면서 많이 보여주니까 아이들도 그쪽에 관심이 높아져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 음식 요리사도 여섯 명이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게임과 토론, 동영상 관람 등을 거친 다음 아이들 희망을 바탕으로 체험해 보기로 한 직업은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가수·작곡가, 동물사육사, 바리스타, 마술사, 제빵사, 헤어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심리상담사, 경찰 등 열한 가지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체험하기로 한 아이들이 원래는 여섯이었지만 나중에 이런저런 곡절을 거치면서 셋으로 줄었는데, 체험하고 난 다음 호응도는 또 가장 좋았습니다. 


경찰 체험에서 지문 채취를 해보고 있습니다.


유치장에 몸소 갇혀 보기도 하고 수갑을 손수 차 보기도 했으며 첨단과학장비를 동원해 범행 증거를 수집하는 등등을 체험했는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데에 더해서, 평소에는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경찰관 직업세계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체험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아이들에게 동영상 촬영·편집 방법을 강의하고 찍도록 했습니다. 휴대전화로 열심히 찍은 한 학생은 동영상 촬영에 흥미를 느끼고 나중 직업 삼아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해보는 과정에서 몰랐던 흥미와 소질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직업(선택)이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은 체험 과정 자체가 일러주는 교훈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네일아티스트의 경우 대부분 알록달록하게 색칠하고 꾸미는 것이 좋아보여 체험 선택을 했는데, 실제 해 보니까 색깔이 나오도록 준비하고 배합하는 과정이 어렵고 까다로운 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기 손톱을 예쁘게 가다듬는 것과 다른 사람 손톱을 꾸며주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줄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는 요리사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직업 요리사의 작업을 관심 깊게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뒤이은 실습도 진지하게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직업인이 던진 말은 "힘들다"였습니다. 


전망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지금 눈으로 보이고 간단하게 실습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재미는 부분일 뿐 재료를 옮기고 가다듬는 노동이 고될 뿐만 아니라 메뉴를 스스로 개발해 내야 하는 고달픔도 상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리사가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은 학생들한테도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쨌거나 그냥 대충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체험하러 간 합성동 이수인헤어파크는 원장이 베트남 결혼이민자라는 점도 남달랐습니다.


가수·작곡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가수나 작곡가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지만 서울이나 전국 단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극소수고 대다수는 지역에서 크게 이름이 나지 않은 채로 활동하며 살아갑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그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결코 작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나름대로 영역과 보람이 있는 것이어서 이렇게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한테 작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체험을 마치고 나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작업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마술사 직업 체험은, '마술사도 직업이 될 수 있구나',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나중에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더불어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번 '마이 드림 청소년 진로체험단' 프로그램은 참가한 학생들이 장차 무엇을 자기 직업으로 삼을지에 실제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녹록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중학생 시절에 이런저런 직업을 갖겠다고 정한다 해도, 그것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물사육사 체험. 돌보는 동물이 말이 아니고 좀 작으면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직업의 세계는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람과 즐거움과 재미만 있는 일면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양지와 음지, 좋음과 나쁨이 공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현실 직업 세계를 몸으로 겪어보고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업 체험에 대한 아이들의 구체적인 소감과 향후 계획은 다음에 이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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