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노무현 고인돌' 장묘문화 새바람 불까?

기록하는 사람 2009. 7. 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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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에 대해 각 언론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어려운 말과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과 모래, 묘역의 규모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은 복잡한 설명 필요없이 그냥 '고인돌(支石墓)'입니다. 고인돌 중에서도 작고 낮은 남방식 또는 개석식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덤을 설계한 유홍준 비석건립위원장의 설명도 그랬습니다.

① 기본은 비석이다. 어찌됐든 돌이다.
② 지하에 안장시설을 하고 그 위에 돌을 얹는다면 = 고인돌(支石墓)
③ 아주 작아야 한다. 북방식(北方式)이 아닌 남방식(南方式)
④ 그렇다면 창녕 유리 고인돌(메주덩이)가 아닌 고창 상갑리 고인돌(너럭바위)이다.


'노무현 고인돌'의 상석. @오마이뉴스 윤성효


유홍준 씨는 "화장된 유골을 산골하지 않고 매장을 하되 봉분은 쓰지 않겠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이렇게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이 '유골을 지하에 매장한 봉분없는 고인돌'이라는 사실은 향후 노 대통령 외에도 '화장한 고인'에 대한 장묘 문화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음을 예측케 합니다.

저는 2004년 9월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이경숙 민주노동당 도의원이 급작스레 타계한 뒤 치러진 시민사회장의 장례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 때도 장묘 방식을 두고 약간의 논란이 있었는데, 유서는 없었지만 고인이 평소 '화장을 해달라'고 말해왔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고 이경숙 도의원 49재 당시 솥발산 묘역.

그러나 화장한 후 그냥 유골을 뿌려버리면, 고인의 뜻을 계승하고 추모할 흔적조차 없어져 버린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장례위원들은 논란 끝에 결국 화장을 하되, 그 유골은 영남지역의 많은 열사와 민주인사가 묻혀있는 양산 솥발산 묘역에 안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 이경숙 의원의 무덤은 다른 묘역과 마찬가지로 봉분이 있습니다. 이후 2007년 숨진 공무원노조경남본부 하영일 사무처장의 장례도 그렇게 '화장한 후 솥발산 묘역에 매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똑같이 봉분을 만들어 매장하는 방식은 '화장'의 의미를 무색케 한다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느 무덤과 다름없이 그렇게 할 것 같으면, 뭐하러 화장이라는 절차를 한 번 더 거치느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그냥 매장을 하는 것보다 소비적이고 낭비적인 허식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번 '노무현 고인돌'을 보니, 그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묘소니까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상석(너럭바위)을 놓았지만, 일반인의 묘소라면 그보다 훨씬 작은 상석을 놔도 됩니다. 유골함을 덮을 수 있는 정도의 돌만 놓아도 '미니 고인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남 남해군에서 '미니 고인돌'을 응용해 조성한 납골평장. @경남도민일보


바로 그걸 응용한 게 경남 남해군에 있는 '납골 평장'이라는 방식입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남해군수로 있을 때 조성한 군립공원묘지에 가면 바로 그 '미니 고인돌' 방식의 '납골평장'이 있습니다. 유골함을 묻고, 그 위에 50cm 크기의 네모난 빗돌을 올려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1평의 면적에 4기의 '미니 고인돌'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봉분 문화에 익숙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이런 '미니 고인돌'을 선호하지 않아 남해군의 납골평장이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노무현 고인돌'이 선보인 것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고인돌'을 응용한 '납골평장'으로 바뀌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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